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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r 06. 2021

글쓰기 성장통

30일 매일 글쓰기를 마치며

2월 4일부터 시작한 또 한 번의 30일 글쓰기를 마쳤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해서 총 90일 동안 매일 글쓰기를 해왔다. 곧 100일이 된다. 단군신화에 보면 사람이 되고 싶은 곰은 100일간 마늘과 쑥을 먹는다. 동굴에서 햇빛을 보지도 못하고 자신의 식성을 이겨내며 견뎌낸 시간이 곰을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덴마크 다이어트를 한다. 1주일 동안 계란 한 판을 거의 먹고, 자몽 10개를 먹는다. 첫날은 먹을 만 한데 그 이후부터는 삶은 계란과 자몽을 먹는 거 자체가 고통스럽다. 중간중간에 스테이트나 닭고기, 야채샐러드는 먹는 날은 참 꿀맛이다. 100일간 마늘과 쑥을 먹는다고 상상하니 끔찍한데 그 고통을 이겨낸 곰이 대단하다.


아이를 낳고 '백일의 기적'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2시간마다 분유를 줘야 한다. 밤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베개에 눕자마자 잠이 잘 든다. 한번 잠들면 누가 옆에서 뭘 해도 잘 모를 정도로 숙면한다. 그런 내가 밤에 2시간마다 잠을 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자발적으로 일어나기도 힘든 게 아이가 울어서 깨는 건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밤에 계속 깨어있는 걸 선택했다. 다행히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와주셔서 아침에 잠을 잘 수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책도 읽고, 라디오도 듣고 시간 맞춰 아이 분유도 주며 그렇게 밤을 지켰다. 그런데 아이가 백일이 되니 밤에 통잠을 자기 시작한다. 신기하다. 백일 전과 후가 아주 큰 변화였다.


매일 글쓰기를 12월에 시작할 때는 30일만 해보자가 목표였다. 1월에는 또 30일을 해보자. 2월에도 또 30일. 100일이라는 숫자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30일 단위로 생각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서 곧 100일이 된다. 겨울이 봄이 되었고 달력도 3월이 되는 그 시간 동안 하루하루 힘겨웠지만 글 한편을 쓰게 되어 뜻깊다.


하지만 이번 30일은 어려웠다. 아이를 재우다가 잠이 들어 자정 넘어 글을 쓰는 날이 많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그저 멍하니 있는 시간도 길었다. 이미 시간도 지났는데 그냥 오늘은 쉬어볼까라는 생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마감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목표는 어찌 되었든 글 한편을 쓰는 게 더 중요한 일임을 자각하고 꾸역꾸역 글을 써 내려갔다. 글을 쓰고 나서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글은 시간을 두고 계속 수정하다 보면 글이 전보다 좋아진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쓰겠다는 핑계로 점점 글을 쓰는 날이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미 발행한 글을 그다음 날 다시 읽어보고 고친다.


30일 글쓰기를 통해 나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첫째, 매일 남은 날짜를 걱정하기보다는 하루 글쓰기에 집중했다. 30일 동안 어떻게 글을 쓰지라는 걱정보다는 하루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30일이 금세 지나갔다.

둘째, 글쓰기가 하기 싫어질 때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완벽한 사람도 아닌데 마치 완벽성을 추구하려고 생각을 한다. 마감시간이 지나서, 글쓰기 소재가 없어서, 글이 안 써져서, 글 쓸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등등 많은 핑계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글쓰기 관련 책이나 정보를 찾아서 글을 쓸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성장통은 성장기 때 키가 자라면서 느끼는 통증이다. 그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 기억에 나는 성장통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다. 지금 나는 글쓰기 성장통을 겪는 듯하다. 이 고통이 사라지면 조금 더 성숙한 글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상단 이미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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