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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r 10. 2021

내가 아는 벽돌책

난 인간이 아주 짧지만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벼락치기 공부가 그 능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예이지 않을까. 오늘까지 읽고 내일까지 서평을 써야 할 책이 있다. 유발 하라리의《사피엔스》이다. 총 636페이지가 되는 벽돌책으로 읽기 시작한 게 어젯밤부터다. 오늘은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라서 가방에 노트북과 벽돌책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에 앉아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한 지 한참 후 손목이 아팠다. 벽돌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는 건 무리다.  다행히《사피엔스》는 전에 읽었던 책이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출퇴근길을 활용하여 다 읽었다. 


몇 년 전부터 벽돌책을 함께 읽는 강좌나 모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벽돌책'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던 것은 이권우 도서평론가가 진행했던 '벽돌책 깨기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두 달에 한 권을 독파하는 강좌로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였다. 벽돌책은 대체적으로 두께만큼 내용 또한 쉽지 않아 혼자서 읽기 힘들긴 하다. 예전에 나는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와 《일리아스》를 함께 읽기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몇 달에 걸쳐서 읽어나가면서 책의 감동이 묵직하게 오래 남았다.


내가 읽은 벽돌책 중에서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1.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벽돌책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이다.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지리학, 식물학, 동물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 접근하여 인류 사회가 각각 다르게 발전한 길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그가 오랜 기간 동안 연구했던 시간과 노력에 감복할 따름이다. 존경스럽고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2. 나를 놀라게 한 벽돌책: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의 《돈키호테》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던 돈키호테가 이야기가 이리 두꺼운 지 몰랐다.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이 중심 이야기이고, 그 안에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담겨있다. 각각의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 수 있을 듯하다. 1부는 읽었는데 아직 2부를 읽지 못했다.

3. 아직 도전하지 못한 벽돌책: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총 1408쪽이고 책 금액도 54,000원이다. 전에 책값이 비싸서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백팩에 한 가득이다. 앞장만 펼쳐보고 다른 우선순위가 있어서 읽지 못했다. 심리학자이자 인지 과학자인 그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폭력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책이다.



* 상단 이미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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