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지구에는 다양한 인간 종이 동시에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딱 한 종만 남아있다. 호모 사피엔스 즉, 우리다.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했고, 서로 다른 여러 종들이 생겨났다.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보다 근육이 발달했고 뇌가 컸으며 도구와 불을 사용하는 훌륭한 사냥꾼이었다(p.35). 하지만 세상을 정복한 종은 사피엔스이다. 사피엔스는 어떻게 유일한 인류가 되었을까.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힘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물음에서 시작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역사학과 교수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그중에서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의 본질적 차이, 역사의 진보와 방향성, 역사 속 행복의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사피엔스》는 그 연구의 결과물이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의 속표지에는 저자가 친필로 쓴 “어느 사피엔스가 다른 사피엔스에게(From one Sapiens to another)”라는 문구가 있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 인종과 국적은 없다. 우리는 모두 사피엔스일 뿐이다.
인류의 역사는 진보의 역사이다. 또한 대부분의 역사서는 인류가 성취한 것들에 초점화되어 있고 개인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다루지 않는다(p.560). 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인간은 새로운 힘을 얻는 데는 극단적으로 유능하지만 이 같은 힘을 더 큰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미숙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겪으면서 진화했다. 이러한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영향을 끼쳤다(p.19). 우리는 과학을 통해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고, 유기체가 아닌 생명을 만드는 창조자가 될지 모른다(p.6). 인간이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우리는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해야 하며 무엇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진실한 모습을 알아야 한다(p.559).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의미한다. 사피엔스는 고유한 언어가 있었고,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 허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의 신화를 믿으며 대규모 협력이 가능했다. 사피엔스는 사회적 협력의 힘으로 자신이 종이 생존할 수 있었고, 형제 종을 제거하여 유일한 인류가 되었다. 인지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객관적인 실재와 가상의 실재 속에 살게 된다. 또한 가상의 실재는 신, 국가, 법인 등의 형태로 나타났고 점점 더 강력해져서 객관적인 실재를 좌지우지한다(p.60).
농업혁명은 인간의 도약을 가져왔다. 진화적 관점의 성공은 개인의 고통과 나란히 진행되었다(p.147). 농업은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고, 농사가 실패하면 사람들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 농업은 우연한 결정으로 시작되었고, 실상은 수렵채집 생활보다 열악했다. 또한, 인간이 정착하면서 동물의 가축화는 인간의 야만적 관행을 기반으로 더욱 잔인해졌다(p.140). 농업은 계절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 사이클 때문에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농부는 부지런히 일하지만 불행하게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얻지 못했다. 농부가 생산한 잉여 식량은 정치, 전쟁, 예술, 철학의 원동력이 되었다. 역사적인 진보는 소수의 엘리트의 이야기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열악하게 삶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p.153). 농업혁명은 밀집된 도시와 강력한 제국의 형성을 가져왔고, ‘상상 속의 질서’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지만 거대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갔다(p.155).
과학혁명 이전에 대부분의 인류문화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황금시대는 과거에 있었고, 세상이 퇴화하지 않더라도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했다(p.374).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근대부터 시작되었다. 근대 문화는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인정했다(p.374). 과학연구는 모종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면서 활발하게 되었다(p.386). 과학은 제국주의의 정당성을 제공하였고 제국의 지배권은 확장했다. 이웃의 국가를 침략하여 지배하고, 억압하고 착취했다. 제국은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생산되었고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사업이란 이미지가 붙었다(p.425). 또한 자본주의를 과학의 도움으로 인류와 세계 경제 성장을 거듭했지만 기아와 궁핍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도 많아졌다(p.417).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며 살아가도록 설계되었지만, 불과 2세기 만에 우리는 소외된 개인이 되었다(p.509). 개인이 각자의 삶의 길을 결정할 수 있지만 우리는 남에게 헌신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와 가족이 해체되고 다들 점점 더 외로워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p.540).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선택을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고 있다(p.561). 역사의 다음 단계는 기술적, 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날 수도 있다(p.584). 우리는 과학이 가고 있는 방향을 마주하고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존재는 위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