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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r 19. 2021

목요일, 목 이야기

오전 7시 30분 버스를 탔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버스 안이 꽉 찼다. 이 시간대에 출근은 아주 오랜만이라서 붐비는 버스가 낯설다. 벌써부터 노트북의 무게가 느껴지고 다행히 한 정거장을 지나 뒤쪽에 자리가 나서 앉았다. 갑자기 기침이 나온다. 목이 따갑다. 한번 시작한 기침은 보통 연달아 시작되기 마련이고, 기침은 잦아지면 내 목이 괴롭고, 주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안돼. 기침은 더 이상 하면 안 된다며 눈을 감고 침을 계속 삼켰다. 침 삼키는 소리가 내 귀에 엄청 크게 들린다. 고통스럽지만 몇 번을 하다 보니 괜찮아졌다.


토요일에 딸이 목이 붓고 목소리가 변해서 소아과에 갔다. 처방약을 몇 번 먹고 괜찮아졌는데 그 이후부터 내 목이 아프다. 나는 항상 감기가 걸릴 것 같은면 목부터 붓기 시작한다. 그리고 목감기는 조금 오래간다. 재작년에는 목감기가 한 달 동안 지속되어 이비인후과에도 가보고, 내과에도 가보고 번갈아 다니면서 너무 지겨웠는데 그러다가 나았다. 한 달 동안 목감기에 좋다는 프로폴리스를 목에 뿌려주고, 잘 나오지도 않는 배를 사다가 끓여서 차처럼 마시기도 했다. 작년에는 어쩔 수 없는 마스크 생활에 목감기에 걸리지 않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또 목감기가 걸린 것이다. 그저께는 목에 침 삼키기가 어려워 잠을 설쳤다. 내가 잠을 설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인데 목이 나를 참 힘들게 한다. 이러다 보니 문득 오늘 아침에는 먹는 약이 잘 안 듣는다는 생각에 병원이 다른 데로 가봐야 하나 싶었다.


지하철에서 프란츠 카프카의《성》을 펼쳤다.《소송》을 읽으면서 나왔던 주인공 K는  또 다른 K로《성》에 등장한다. 카프카식 문체가 조금은 익숙해졌고, 주인공 K가 앞으로 겪을 일이 뭔지 대략 알 것 같다. 1장을 읽고 나니 또 기침이 나온다. 목이 따갑다. 한번 시작한 기침을 제어해야 한다. 기침을 하면 할수록 목이 더 괴롭고 주변 사람이 신경 쓰이게 된다. 안돼. 또 눈을 감고 침을 계속 삼켰다. 목에서 피맛이 나는 듯하다. 계속 몇 번을 삼켰다. 그냥 이대로 자는 게 낫겠다 싶어 책을 덮고 잠이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한 모금 마시는데 목에서 오늘따라 따끈하면서 씁쓸한 커피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잠시나마 찾은 아침의 여유를 느끼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커피 한 잔의 카페인을 충분히 흡수한 채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뭔가 좀 다르다. 목이 좀 괜찮아진 듯하다. 침을 삼킬 때 전보다 따갑지 않다. 이제야 며칠 먹었던 약이 효능을 발휘해서 염증이 완화된 것일까. 아니면 회사에 출근해서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것일까. 오늘 회의에 기획안 설명이 있어서 그런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좀 좋아졌다. 다행이다. 


이번 주 내내 아프니까 그리고 약도 먹어야 하니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먹었다. 잘 자야 한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잠을 더 잤다. 목을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딸아이 가재 수건을 목에 감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목감기에 좋은 차가 무엇인지도 찾아봤다. 오늘은 동료가 가습기 얘기를 해서 가습기를 살까 생각했다. 목을 위한 나의 정성이 이제 신호를 보내오는 듯하다.


* 상단 이미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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