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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r 27. 2021

여행지의 아침식사

금요일 아침 라디오에서 소개한 이야기에 마음이 설렌다. 여행지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생각만 해도 참 그리운 풍경이다. '행복하다'는 추억을 회상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여행지에서 아침식사를 먹으려고 호텔 레스토랑에 긴 줄을 섰을 수도 있고, 음식의 종류는 많은데 손이 가는 음식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소중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이미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로 간다. 여행지의 아침식사를 떠올리며 이런저런 행복을 적어 본다.


여행지에서 먹는 첫 아침식사는 낯설고 서툴다. 즉석 코너에서 오믈렛, 스크램블, 계란 프라이 중 무엇을 먹을지 정해야 한다. 계란 프라이는 어느 정도 익힐지에 따라 써니 사이드업(sunny side up), 오버 이지(over easy), 오버 미디엄(over medium)을 선택해야 한다. 커피머신 작동법을 눈여겨보고 원하는 버튼을 누른다. 첫 아침식사는 맛있는 음식을 찾는 탐험이다. 조금씩 골고루 음식을 먹어보고,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은 내일 또 먹는 메뉴로 정한다. 


내가 먹는 호텔 조식의 순서는 이렇다. 살짝 구운 토스트에 버터와 딸기잼으로 시작해서 고기와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보고 마지막은 한식으로 끝낸다. 그래야 속이 개운하고 깔끔하다. 후식은 과일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보통 3 접시 정도 먹다 보니 오후까지 배가 든든할 때도 있다. 여행지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고, 바쁜 여행 일정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여행지 조식 Best


1. 사이판 월드리조트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고 모두 맛있다. 그중에서 반한 건 달달한 프렌치토스트다. 몇 개씩 먹는다. 그리고 베이커리 코너에 있는 빵과 과일의 종류가 많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망고스틴이 있다. 호텔 과일에서 망고스틴이 나온 건 그곳이 처음이었고 인기가 많아서 금세 동이 난다.


2. 오키나와 더 비치 타워 오키나와

오키나와에 가면 스테이크를 꼭 먹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즉석요리코너에서 구워준 스테이크는 일품이다. 그리고 회와 초밥도 빠질 수 없다. 일본 여행 중에 가장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던 조식이었다. 만약 다시 그곳에서 묵게 되면 첫째는 조식 때문이고 둘째는 바로 앞에 바다와 온천이 있어서다.


3. 방콕 노상 

이른 아침에 노상에서 계란 돼지고기 덮밥이다. 말도 안 통하는데 앞에 현지인이 주문한 음식을 보고 똑같은 걸 달라고 해서 도전했다. 계란이 참 부드럽고 맛있다. 덮밥에 뿌려진 피시소스 맛이 자꾸 생각난다. 


4. 베네치아의 어느 호텔

베네치아의 기차역에서 호텔을 소개하던 아저씨를 따라 묵게 된 곳이다. 기차역에서 얼마 안 가 골목에 있던 곳인데 작지만 아늑한 곳이었고 창문과 커튼, 테이블보 등 인테리어가 고풍스러워서 좋았다. 토스트, 롤빵, 소시지, 베이컨로 음식 종류는 단출했다. 그런데 각 테이블마다 앞에 다양한 치즈와 잼이 쌓여 있다. 하나씩 먹어봤는데 이리 맛있을 수가 마트에서도 팔 것 같은데 브랜드를 기억해 두지 않은 게 아쉽다.


5. 홍콩 민박집

해외여행 두 번째이자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 아침에 차려주신 밥과 미역국, 다양한 반찬들이 맛있었고 든든하게 먹고 밖에 나가서 많이 걸었는데도 오후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혼자 여행이고 해외여행 초보자라 많이 두렵기도 했는데 아침밥에 힘이 되었다. 


여행지, 음식 이야기를 떠올리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행복하다'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추억을 소환해 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앞으로도 추억을  많이 많이 만들어야겠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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