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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r 28. 2021

과거에 묶인 남자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아미르의 첫말은 '바바'이다. 태어나서 처음 했던 말이 아버지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하산의 첫말은 '아미르'이다. 태어나서 같은 젖을 먹었고, 같은 지붕 밑에서 자랐다. "네가 원하면 천 번이라도 연을 찾아올 수 있다"라고 말하는

하산은 아미르에게 어떤 존재일까.


영화《트와일라잇》시리즈 중《브레이킹 던 2》에 늑대인간 제이콥이 여주인공 벨라의 딸에게 '각인'되는 장면이 있다. '각인'은 늑대인간에게 있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감정이다. 그런데 반하는 것과 다르다. 누군가에게 각인된다는 것은 마치 그녀를 보는 순간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녀를 위해선 뭐든 하고, 뭐든 될 수도 있다. 친구, 오빠, 보호자...". 소설 《연을 쫓는 아이》에서 하산은 아미르에게 '각인'된 것과 유사하다. 주인과 하인의 관계지만 하산은 아미르에게 형제이고 친구이자 때로는 위기의 순간에 보호자였다.

 

소설《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이다. 2003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뉴욕타임스》의 5년 연속 베스트셀러이고, 2007년에 마크 포스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나라를 지도에서 찾아봤다. 아시아 중앙부에 위치한 나라로 우즈베키스탄, 중국, 파키스탄, 이란과 맞닿아 있다. 파슈툰인이 , 타지크린, 하자라족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 아미르가 파슈툰인이고, 하산은 하자라족이다. 태어날 때부터 계급 관계였던 그들의 관계는 그들의 아버지인 바바와 알리부터 이어진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작가가 자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왕족 국가였는데 1979년 소련의 침공으로 공산주의 국가가 된다. 1980년 아미르의 가족은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고 아미르는 20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어느 날 전화를 받고 과거를 회상한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아미르가 12살  연날리기 대회에서 연을 쪽으로 갔던 하산이 곤경에 처한 걸 목격하지만 무섭고 두려워 그를 구하지 못한다. 아미르는 자신의 비겁한 행동과 자신이 하산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한다. 결국  하산을 도둑으로 몰아 집에서 그의 가족을 떠나게 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아미르는 회환과 자기혐오는 느낀다. 아버지의 친구 라임 칸의 전화로 파기스 칸으로 그를 만나러 가고 거기서 하산의 편지를 읽게 된다. 하산은 아미르를 여전히 그리워했고 언젠가 돌아올 그를 위해 그들이 함께 성장했던 집을 가꾸고 지켰다. 불행히 하산은 이미 죽었고, 그의 아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소랍을 구하러 간다.


소설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아미르의 곁에 있던 세 인물이다. 언제나 아미르의 편에서 신의를 지키는 하산,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 싸우며 올곧은 신념과 주관이 있었던 든든한 아버지 바바, 아미르를 사랑과 관심의 눈길로 묵묵히 지켜봐 주고 소설가로 꿈을 펼칠 수 있게 용기를 준 아버지의 친구 라힘칸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은 내 마음속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런 생각은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고 위협적이도 했지만 동시에 기운을 솟아나게 하고 들뜨게도 했다. 나는 어떤 아버지가 될까?(p.277).

아미르가 성장하는데 영향을 끼친 세 인물을 부모의 관점에서 부모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 한다. 부모는 믿어주는 친구, 든든한 보호자, 한 발 떨어져 자신에게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조력자 이런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미르처럼 과거의 나를 용서할 없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지금 내게 필요한 존재는 누구인지, 내가 되고 싶은 존재는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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