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직장생활
드라마《꽃보다 남자》가 있다. 처음 방영할 때는 유치해서 누가 보나 했는데 내가 챙겨보고 있었다. 배우 이민호를 알게 해 준 드라마이고, 지금까지도 이민호를 좋아한다. 구준표가 금잔디를 남산 케이블카 앞에서 기다린다. 눈이 오는 추운 날 금잔디가 올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리고, 금잔디는 설마 그가 기다리지는 않겠지하고 그곳에 가본다. 금잔디는 미안한 마음에 자판기 커피를 건넨다.
자 3만 원짜리 커피
이 딴 거 못 마셔
일단 먹어보셔 커피맛이 끝내줘
왜 3만 원인지 가르쳐줘? 따라와.
금잔디는 구준표를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데려가서 서울 야경을 보여준다.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먹는 커피랑 똑같잖아.
쯧쯧 계산이 그렇게 흐려셔야.
3만 6천3백 원. 이왕 받는 거 봉사료랑 부가세도 받아야 될 거 아냐.
점심을 먹다가 창 밖의 하늘을 봤다. 밖에 나가본 건 아니지만 왠지 공기가 상쾌할 것 같다. 어제 비도 왔고 오늘은 바람도 불어서 하늘과 구름 색감이 선명하다. 남산타워가 잘 보인다. 언제 봐도 멋진 경치다. 닭가슴살과 계란 두 개 소박한 점심이지만 호텔 라운지가 부럽지 않다. 힐튼 호텔이나 우리 회사 사무실에서 보는 뷰나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하다. 오늘은 직장생활에 감사함을 느낀다. 언제나 마음이 평온할 수 없지만 평온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즐기자.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하여.
* 상단 이미지: 오늘 저녁때 찍은 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