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동화 쓰는 법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본 순간 읽고 싶었다. 이현 작가의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었는데 《라이언킹》에 버금가는 울림이 있어서 좋았다. 《라이언킹》은 수사자의 성장기를 다루었다면, 《푸른 사자 와니니》는 암사자의 성장 이야기이다. 암사자가 사냥을 더 잘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동화작가는 어떻게 이야기를 만드는지 궁금했는데 막상 읽다 보니 동화 쓰기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소개한다.
예술은 스텝에서 시작
1장 제목은 "슬로 퀵퀵 슬로"이다. 저자는 이 책이 이야기의 스텝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한다. 판타지 문학의 대가 어슐러 K. 르 귄은 "기술이 예술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소설가 데니스 루 해인은 "기술이란 노동을 사랑할 때 일어나는 기적"이라고 했다. 저자는 어쩌면 발바닥에 땀나도록 스텝을 익히면 예술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을 하든 스텝부터 하나씩 시작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쓰기의 기술
글을 쓰다 보면 글의 구성뿐만 아니라 문체에 대한 고민도 많이 된다. 12장은 "밀고 당기기의 기술: 쓰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글을 진솔하게 담백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야기를 장악하면 문장과 문체는 결과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1)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는 담담해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사람처럼 해야 할 말만 해야 한다. 그렇게 독자를 궁금하게 해야 한다. 작가는 모든 걸 알고 있지만 극적 질문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며 딱 필요한 만큼만 알려줘야 한다.
2) 핵심은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먼저이고 문장 혹은 문체는 결과다.
이야기에 자신이 있으면 힘 있는 문장이 나온다. 이야기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면 그런 태도가 배어 나오는 문장 즉 문체가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달하고 되도록 어법에 맞는 문장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된다.
3) 문장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자.
사람마다 문장력에 차이는 있다. 목표는 최고의 문장가가 아니라 내가 가진 최고의 문장력을 구사하는 것이다. 구구한 설명, 감정적인 호소, 기교를 부린 문장, 그건 허술한 이야기에 덧붙이는 눈속임이다. 평이한 내용,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과 단순하게 구성된 문장도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 작가가 인물의 진실을, 인물에게 일어난 일을 진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인물에게 일어난 일을 독자에게 담담하게, 차분하게 , 정중하게 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