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도 마리에, 정리의 힘)
요즈음 큰 박스가 생길 때마다 책장에 있는 책을 중고서점에 팔고 있다. 출판한 지 2~3년이 안된 책은 4천 원선에서 좀 오래된 책은 1~2천 원선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베스트셀러는 공급이 많아서인지 중고서점에서는 매입을 안 한다. 소설보다는 과학, 사회, 경제 서적의 값이 나가는 편이다. 며칠 사이를 두고 매입이 불가하다고 나오기도 한다. 예전에도 중고서점에 책을 판 적이 있는데 책 구매 가격을 생각하면 그냥 다 끌어안고 있다가 언제가 또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새 책장 가득 책이 쌓여서 더 이상 새로운 책을 넣어둘 공간이 없고, 빼곡한 책이 답답해 보인다.
오늘도 중고서점에 책을 보냈다. 이번 달에 세 차례에 걸쳐 중고서점에 판매한 책은 스물다섯 권이고, 금액은 칠만 오천사백 원이다. 책 한 권 한 권 가격은 작지만 모아놓으니 큰돈이다. 은행에 오백만 원을 1년 예금을 했어도 이만큼 받지는 못한다는 생각에 돈을 벌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아직은 책장에 여유공간이 생기지는 않았다. 책장에 꽂혀 있는 것보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한 번이라도 더 책이 읽히는 게 좋은 일이다.
판매한 책 목록 중에 몇 가지를 나열해 보면 이렇다.
《우울할 땐 뇌 과학》: 생각보다 매입 가격이 높아서 놀랐다. 육천팔백 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번역이 마음에 안 들어 다른 출판사로 구매하고 싶어서 팔았다.
《랩 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이고 지금도 많이 읽지만 나는 그냥 그랬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베스트셀러였고 과학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샀는데 삼분의 일밖에 읽지 못했다. 책을 보냈는데 매입 불가 판정을 받았다. 사유는 "더러움"이다. 아주 오랫동안 책장에 있어서 오랜 먼지로 책 색깔이 변했던 것일까.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을 읽었다. 세계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로 넷플릭스를 통해서 그녀를 알게 되었다. '설레는 것만 남기고 버리기'와 '물건의 자리 찾아주기' 두 가지 정리 법칙을 지키면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내용 중에 '책을 정리하는 방법'이 있어서 소개한다.
1. 책 정리의 첫 단계
책장에 있는 책을 다 빼서 바닥에 내려놓는다. 소설, 실용서, 감상용 서적(사진, 그림 등), 잡지로 네 가지 분류를 해 놓고 한 권씩 손으로 만져보고 남길지 버릴지 판단한다. 책 내용을 들쳐보아서는 안된다. 책을 들쳐보면 설렘보다는 필요성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2. 책을 버리는 기준
“책은 시기가 생명이다. 만난 그 ‘순간’ 읽어야 할 때다". ‘언젠가’ 읽으려는 책은 과감히 버린다. 지금 읽고 싶은 책, 읽고 있는 책을 읽는다. 여러 해 방치되고 읽지 않은 책은 계속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어책과 자격증 책은 과감히 버린다. 나중에 공부를 하고 싶다면 그때 구매해서 열심히 보면 된다.
3. 남겨야 할 책의 기준
‘나만의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한 책을 남긴다. 지금 꼭 가까이 두고 싶은 책을 고른다. 다만 어떤 책은 좋은 문장들이 있어서 버리기 아쉬운 책이 있다면 마음에 드는 문장만 보관한다. 그녀는 필사하기, 복사하기, 해당 부분만 찢어서 보관하는 방법을 추천했는데 지금은 독서 앱이 잘되어 있어서 마음에 드는 문방과 책 페이지를 보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