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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ul 28. 2020

시즌3 시 필사를 마치며

시는 마음이 금 간 곳에서 피어났다

민들레처럼 노란 시는 마음이 금 간 곳에서 피어났다 - 「금」, 이안 -


“함께하는 시 필사” 시즌3가 끝났다.


시 필사를 하게 된 이유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다. 시인의 남다른 시선과 표현력을  조금이나마 배워보고 싶었다.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 필사를 함께 할 사람을 모았다. 독서모임 멤버, 그 멤버의 직장 동료와 친구 그리고, 대학원 학우. 시즌 동안 필사할 시를 미리 정하여 일자 별로 정리해 두었다. 매일 아침 9시, 오늘의 시를 단톡 방에 보낸다. 


나는 시보다는 소설이 좋고,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한다. 시 필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매일 필사할 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마침 시를 좋아하는 지인께 조언을 구했고, 김용택 님의 “시가 내게로 왔다”를 추천해 주었다. 다행히 그 시집은 내방 책꽂이에 있었다. 십여 년 전에도 나는 비슷한 생각을 했고, 시집을 사서 한 번은 읽어본 것 같다. 이제 나는 시에 많은 관심이 생겼고, 함께 필사하기 좋은 시를 모으고 있다.


시 필사는 5분~10분 정도 소요된다. 분명 같은 시인데 눈으로 읽는 시와 손으로 읽는 시는 다르다. 시 필사를 하는 동안 시어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애틋하게 내 마음에 다가왔고 그중에 나와 연결되는 지점이 생긴다. 그 연결되는 지점을 표현해 보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시 필사는 필수이고, 단상은 선택이지만, 나는 매일 필사를 하면서 꼭 단상을 쓰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나의 느낌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것이 참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한 줄 쓰는 데 지웠다 썼다를 계속 반복한다. 그래도 시즌을 거듭하면서 단상 쓰는 것이 조금은 익숙해졌다.


함께하는 시 필사의 좋은 점은 매일 시를 필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의 단상을 공유하면서 같은 시가 각자 달리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각자의 생각은 시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한다. 시를 필사하는 순간은 사뭇 진지하면서 마음이 평온해져서 자연스럽게 마음 수련이 된다.


2020년 3월은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지만,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잃어버렸다. 이따금씩 오는 긴급재난문자는 당연한 내 일상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것이 되었다. 밖에 목련과 벚꽃이 피고 떨어지는데 , 나는 그 꽃들을 온전하게 마주하지 못했다.


시즌3의 첫 번째 시는 이해인 님의 <봄일기>였다. 매일 사는 나를 살리기 위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 내 마음을 다잡게 한다. 문덕수 님의 <꽃과 언어>를 통해는 나의 언어를 반성하게 하고, 나의 언어도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싶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김중식 님의 <이탈한 자가 문득>는 재택근무로 내방까지 몰고 온 업무의 스트레스 속에서 나의 궤도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오은석 님의 <다림질을 하며>는 구겨진 내 마음을 다림질하게 한다. 3월 한 달을 시 필사를 하면 내 마음을 다독이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김용택 님의 <참 좋은 당신>으로 시즌3 시 필사를 마쳤다. 이 시를 가만히 읽고 있으면 어느새 참 좋은 당신이 내 곁에 와 있다.

그렇게 시는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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