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심 Jul 28. 2020

[시] 나의 언어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꽃과 언어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꽃과 언어」,  문덕수 -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아주 잠깐 국문학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설가, 국어 선생님도 아닌 대학교 전공을 생각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가고 싶다는 참으로 구체적인 목표였다.

 

우리 담임은 하얗고 여성스러웠으며  소녀 감성이 충만한 누가 봐도 국어 선생님이셨다.

학기초 어느 날 선생님은 글쓰기 과제를 내주셨고 한 명씩 부르셨다.

“나는 누구인가? 첫 문장에 물음표는 왜 넣은 거지?"

그렇게 시작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신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 손은 그때부터 글쓰기를 두려워했다.

그녀의 첫마디는 나에게로 와 상처를 남겼다.


이따금 대학원 시절의 교수님의 안부가 궁금하다.

그녀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의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그녀의 강의는 적확한 단어 사용과 요점을 명쾌하게 정리해 주는 모습이 인상 깊다.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주어,

내가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해 준다.


최근에 그녀에게 메일을 보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안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예전보다 빠른 답장이 왔다.

"매번 다정한 메일을 보내주셔서 선생님 메일은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으네요.“

그녀의 첫 문장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려 깊음과 살뜰함이 듬뿍 담겨있다.


나의 언어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지금 비록 나의 언어가 무엇이 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더라도

언제 가는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고 싶다.

나의 언어는 꿈을 꾸는, 노력하는 언어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 궤도 이탈을 꿈꾸는 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