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다

[시] 궤도 이탈을 꿈꾸는 자

이탈한 자가 문득

by 책심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


재택근무를 시작하는 첫날, 나는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일의 텍스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은 청각보다 셌다.

“그걸 몰랐어? 직장생활이 다 그렇지.” 좌뇌에서 소리가 들린다.

“그래 누굴 탓하겠어. 에휴.....”라고 답을 하기엔 오늘은 너무 참기 힘들다.


스트레스 폭발, 그 시작은 누구를 욕하면서 점점 고조되지만

그 끝은 항상 제자리에 있는 내가 문제이며 그런 나는 점점 자괴감이 든다.


남편과 나는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집에까지 가져오지 않는다.


그런데, 재택근무는 내 집 내 방 한가운데 우울한 개를 데려다 놨다.


그날 저녁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걸었다.

냉철하게 생각해보니 나는 퇴사를 하기에는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다.

오랜 직장생활 동안 오늘과 같은 일은 참 많았다.

누구를 욕하고, 술을 마시고, 잠을 자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했다.


난 진심으로 이 궤도를 이탈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그렇다면 하루 중에 나를 위해 시간을 내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의 시처럼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궤도를 이탈한 그런 별똥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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