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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Nov 30. 2020

초보 운전과 글쓰기

매일 쓰다

초보(初步):

처음으로 내딛는 걸음에 긴장되고,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서툰 과정을 거쳐 익숙함으로 나아감


빨강, 흰색, 검정, 흰색, 흰색 한 차선만 다섯 대다. 다른 차선에도 한 두대가 더 보인다. 오늘따라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차가 많다. 운전대에 곧게 뻗은 팔에 힘이 들어가 있다.


나는 이전에도 지금도 초보 운전자다. 운전과 글쓰기는 잘하고 싶은 일이지만, 여전히 제자리이다.


작년 일이다. 차선 변경을 하는데 옆 차선에 달려오는 차를 못 봐서 충돌할 뻔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운전대 잡기가 무서웠고 지금도 망설여진다. 글쓰기도 그렇다.  운전과 비교하면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안전하지만 그러나, 두려운 존재다. 다행히 최근에는 첫 문장은 쉽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시동을 걸고 출발은 하지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운전과 글쓰기는 아직 내게 익숙지 않다. 언제쯤 편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을까.


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신경이 쓰인다. 규정 속도를 지키며 가고 있는데 뒤차가 내 차를 지나 다른 차선으로 빠르게 달린다. 혹시 내가 너무 느리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회전하는데 바로 앞 신호등에 초록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빵’ 소리가 들리면 내가 가야 하는데 멈춰있는 건가. 뒤차, 앞차, 옆 차 신경이 쓰이지만 내가 운전을 잘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주는 건 내 바닥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럽다. 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평을 듣는 것은 겁난다. 내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이렇게 저렇게 고쳐보기도 하지만,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운전면허를 따게 된 계기는 학창 시절에 읽었던 신경숙 소설에 한 장면 때문이다. 한 여자는 밤마다 드라이브를 한다. 억압된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일이 그녀에게는 운전이었다. 언제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나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것, 그것이 운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글쓰기는 나의 생각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정리하고 생각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외부 세계에서 떨어져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행위가 글쓰기이다. 이제는 운전과 글쓰기의 초보 딱지를 떼고 싶다.


운전을 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출퇴근길에 하면 된다. 필요에 의해 또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망설임 없이 당연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고, 자꾸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매일매일 글쓰기도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우선 첫 문장을 시작하고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일부터 시작하자.


시시포스가  매일매일 산 위에 바위를 올리듯.

오늘 첫 문장을 시작하고,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자.

그리고 내일 다시 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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