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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Dec 01. 2020

시즌4 시 필사를 마치며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 보며
     가만히 웃음 짓는 것.


“함께하는 시 필사” 시즌4의 마지막 시는 조지훈님의 「행복론」이었다. 파랑새를 찾아 떠났지만 결국에 행복은 내 안에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시이다. 시는 내 밖보다는 내 안을 들여다보게 하고, 나를 더욱 소중하게 한다. 도종환님의 「단풍드는 날」을 1일 차로 시작했을 때는 곳곳에 단풍이 예쁜 가을이었다.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서서 자신의 전부를 아낌없이 내려놓는다. "방하착(放下着)"


시수집은 짬짬이 하고 있지만, 시즌이 시작되기 2주 전에 집중적으로 하는 편이다.  SNS, 시를소개하는 책, 언론 사이트 등에서 좋은 시를 찾는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정채찬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을 읽었는데, 주제별로 구성된 시 강의가 좋았다. 인생이라는 무게감에 어떤 시는 내게 너무 어렵고 버거웠지만 그 속에서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났고, 김영미님의 「식사법」이다. "삶"을 꼭꼭 씹어 잘 넘기라는 내용의 시로 표현이 참신하고 시인의 내공이 느껴진다. 시즌4 톡방에서 반응이 좋았던 시이고, 이번 시즌에 알게 된 보석같은 시이다.


시 필사를 위한 시 선정은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첫째, 내가 읽었을 때 좋은 시이다. 마음의 울림, 깨달음, 생각의 전환을 주는 시로 어렵지 않아야 한다. 둘째, 시인의 독특한 시선이 느껴지는 시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자연, 동식물, 사물을 잠시 멈춰 살펴보게 할 수 있는 시이다. 마지막으로 시의성, 날씨, 계절, 취향을 가미해서 필사할 시를 조정하기도, 대체하기로 한다. 내가 고른 시 한 편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힘이 되어 준다는 말을 들으면  행복하다.


시 선정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준비한 시의 오타, 연과 행 구분, 마침표 유무가 출판물과 같은 지 확인해 보는 것. 책에서 수집한 시는 책과 대조해 보고 그 외는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이미지 검색을 통해 시집과 같은 출판물을 찾아 비교해 본다. 간혹  SNS상에 올라온 시가 출판물과 다르게  연 또는 행이 구분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연과 행이 어떻게 나뉘냐에 따라 시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문을 찾아보는 센스가 필요하다.


에린 핸슨의 「아닌 것」은 류시화님이 엮은『마음챙김의 시』에서 알게 된 시다.  내가 아닌 것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 공유님이 나와 이 시를 소개했다고 하여 시즌4 톡방에서 함께 공유님의 목소리로 이 시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보았다.



시즌4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시는 이병승님의 「눈의 행로」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 마음의 행로를 몸으로 그렸으며 때로는 바람도 흔들었으니까" 내게 의미 있는 몸짓이었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11월 한 달 동안 함께 시를 필사하고 나누었던 따뜻했던 순간들

어느 날 시 필사가 그리워지면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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