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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ul 30. 2020

[소설] 따뜻한 밥 한 끼

괭이부리말 아이들

명희는 차분한 목소리로 촛불 의식을 설명하였다. 모두들 숙자가 이야기하기를 기다렸다. 한참 만에 입을 연 숙자가 말했다. “저, 선생님, 저 맨 나중에 할게요.


숙자는 모두가 한 마디씩 하고 자신의 차례가 되었지만 여전히 말을 주저하고 있었다. 숙자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공항철도 밖은 캄캄하다.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오늘따라 한 구간이 길게 느껴진다. “이번 역은 영종역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미 내려야 할 곳을 지나서 영호가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일을 하러 다닌 곳, 영종도에서 나는 책을 덮고 내렸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인천에서도 가장 오래된 빈민 지역이다. 모두들 열심히 일해서 그곳을 떠나려고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괭이부리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작가 김중미는 괭이부리말에서 공부방을 운영했고 그 속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작가 김중미는 서문에 아이들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아이들을 좀 더 보듬어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이 소설은 시작된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속 인물들은 각자 외로운 존재이다. 외로움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동준이는 엄마와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동생 동수를 책임지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본드를 흡입해서 현실을 회피하지만, 환상은 잠시 뿐이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자신은 전보다 더 외로운 존재이다. 숙자는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 엄마 대신 집안일을 묵묵히 했다. 엄마가 돌아왔을 때 기뻤지만 쌍둥이 동생 숙희처럼 크게 기뻐하지도 엄마에게 왜 집을 나갔냐며 떼를 쓰지도 못했다. 숙자는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면서 어린 나이에 이미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엄마는 그런 숙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숙자는 외롭다. 아이들은 각자의 외로움 속에 자신을 가두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로 타자를 이해하기도 타자에게 이해를 받기도 어려운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타자와의 관계 맺음을 원한다. 영호는 우연히 동준을 알게 되고 아이들만 집에 둘 수 없어서, 동준이와 동수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온다. 영호는 동준이와 동수와 밥상 앞에 앉으면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동준이는 요즈음 자주 외로움을 잊었다. 날마다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고 밤에 함께 잘 사람이 있는 것이 좋다. 명희는 오랫동안 괭이부리말에 살았지만 괭이부리말에 추억이 하나도 없다.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자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       


 어른들은 항상 “밥은 먹었니?”를 먼저 물어보신다. 따뜻한 밥 한 끼는 잃어버린 마음의 온기를 되살리게 한다. 숙자네 엄마는 김치를 담글 장을 봐가지고 집에 돌아왔고, 영호는 동준이와 동수를 데려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밥을 해주었다.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면  함께 밥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라고 이 책은 말한다. 괭이부리말 숙자네와 영호네는 모두 함께 김장을 담그고 한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함께 먹는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행복하다. 괭이부리말 아이들도 이제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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