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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Dec 09. 2020

존재의 독서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삶이냐』라는 책에서 인간의 삶의 방식을 소유와 존재의 양식(mode)으로 구분한다. 현대사회는 소유 과잉 시대, 소비 경쟁시대라 할 수 있다. "소비"는 하나의 소유형태이고, 현대 소비자들은 "나의 존재=내가 소유하는 것과 내가 소비하는 것"으로 자신의 실존을 확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우리의 경험이 소유와 존재의 양식 중 어느 쪽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예를 들어 학습을 할 때 ,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소유의 양식이며, 학습의 주제를 고찰하고 의문을 가지고 생각하는 과정은 존재의 양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존재의 양식은 우리의 경험 안에 주체적인 내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존재"의 의미는 존재의 생성과정, 활동, 운동의 개념을 의미한다.  또한,  "존재의 양식"은 자신의 경험을 즐거워하고,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능동적이고 생산적으로 사용하여 세계와 '하나'가 되는 생존 양식이다.


그렇다면, 나의 독서는 소유인가 존재인가?

예전에 회사에서 몇몇 사람들과 책을 돌려 읽은 적이 있었다. 『용의자 X의 헌신』, 『골든 슬럼버』, 『방과 후』등 일본 작가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밖에 몰랐던 내게 한동안 일본 소설에 흠뻑 빠지게 했던 시절이었다. 같은 책을  함께 읽는 경험으로 우리의 관계는 돈독해졌다. 그때의 대화를 떠올려 보면 "이 책 정말 재미있죠?" "네. 진짜 재미있어요"가 주를 이루었다. 우리는 소설의 읽는 재미와 스토리를 함께 소유했다. 좋은 추억이었다.


그 경험 때문인지 같은 책을 읽고 좀 더 깊은 대화를 하고 싶어 졌다. 몇 번의 검색을 통해 독서모임을 찾아냈고, 매주 토요일마다 독서모임을 나가게 되었다. 보통 대화의 시작은 책의 감상을 이야기한다. 이때에는 단순히 "좋다" "재미있다" 보다는 그렇게 생각한 이유와 책의 어느 부분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 만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나누었고, 생각의 다양성을 배우게 되어 신선했고 유익했다.


지금 나는 한 권의 책을 두 번 읽는다.

첫 번째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읽고 인상 깊은 대목, 책이 주는 메시지, 내 마음에 와 닿은 구절 등을 표시한다. 두 번째는 표시한 부분을 중심으로 나의 생각을 정리한다. "이 구절에 나는 왜 반응했을까?", "책의 메시지에 나의 생각은 어떠한가?", "왜 나는 이 부분에 마음이 와 닿았을까? 이런 유사 경험이 있었나?" 등 내가 나에게 질문하고 답한다. 마지막으로 한 편의 글을 쓴다. 책이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존재의 독서는 무엇을 읽는 가보다는 어떻게 읽는가가 중요하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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