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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Dec 13. 2020

문장 고쳐쓰기 날

월요일을 기준으로 한 주의 마지막 날은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 일주일을 버텨온 내 몸은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늦잠을 자고, 늦은 첫끼를 먹고, 그냥 TV 리모컨으로 채널 0번부터 눌러본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지쳐있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아쉬운 날이다.


오늘은 내가 쓴 글을 돌아보기로 했다. 글쓰기가 쉬워지려면 자주 써야 하고, 글이 좋아지려면 자주 고쳐야 한다. 작가 최인훈은 고쳐쓰기를 되풀이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소설『광장』은 초판본 이후로 수차례의 개작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소설에서 첫 문장은 중요하고,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광장』의 첫 문장은 세 번의 변화가 있었고, 첫 문장의 연혁을 보면 '고쳐쓰기'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최인훈의 『광장』의 첫 문장 연혁

초판: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척이면서 숨 쉬고 있었다.
두 번째:  바다는 숨 쉬고 있다.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세 번째: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출처: 알릴레오 북'S https://www.youtube.com/watch?v=_2AFFJTpLAY&feature=emb_title >


문장 고쳐쓰기는 먼저 글을 소리 내서 읽어본다. 소리 내서 읽다 보면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서 막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을 고치는 것이다. 이것만 반복을 해도 글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다. 좀 더 효율적인 고쳐쓰기를 위해서는 점검표가 있으면 좋다. 점검표를 바탕으로 조금은 객관적으로 자신의 글을 바라볼 수 있고 고쳐 쓰는데 도움이 된다.


아래 자료는 Arizona의 글쓰기 센터에서 활용한 활동지로 고쳐쓰기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어 정리해 보았다.

<단어 선택>
-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 명사와 수식어가 구체적이다. 개 → 독일산 셰퍼드
- 동사는 정교하다. 걷다 → 활보하다
- 단어는 지각에 호소한다(냄새, 맛, 시야, 촉감).
- 표현이 자연스럽다.

<문장 유창성>
- 글이 소리 내어 읽기 편하다.
- 문장 유형과 길이가 다양하다.
- 문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작한다.
- 문장은 자세하다.
- 문장이 문법적으로 정확하다.
- 단어 연결은 사고가 연결된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었다.

참고문헌: 박영민 외『쓰기 지도방법』, 역락, 2013, 227~228쪽.


한 주를 마감하는 일요일, 늦잠 자기, 짜장면 먹기, 청소하기 등 각자의 계획이 있을 것이다.

초고는 원석이고 거듭 고쳐쓰기는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만든다.

좋은 글을 얻고자 한다면, 문장 고쳐쓰기 날을 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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