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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Dec 23. 2020

합평하기 전에 컨디션? 챙기기

오늘은 “서평 쓰기” 첫 합평이 있는 날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면 고맙고 부끄럽다. 더구나 내 글을 평가받는다고 하면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문득 CF가 생각난다. 술 약속이 있는 날, 숙취예방에 도움이 되는 드링크를 마시는 장면. 술을 많이 마시면 그 다음날 머리도 아프지만 속이 많이 쓰린다. 숙취를 줄일 수 있다면 몸이 덜 힘들 테니 좋은 일이다. 글쓰기 합평도 마음의 상처를 예방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미리 복용하고 싶다.

어젯밤부터 합평을 걱정했던 나는 내 스스로 마음가짐을 처방해 본다.

1.  내가 쓴 글이 ‘나’는 아니다.

누군가 내 글을 칭찬해주면 기쁘고, 비평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글에 대한 평가가 '나'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쓴 글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텍스트일 뿐이다. 제 3자의 입장으로 내 글과 거리를 두고,  칭찬과 비평을 받아들이자.

2. 누군가의 평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칭찬보다는 비평에 좀 더 귀 기울이자. 비평을 해주는 건 칭찬보다 더 어렵고, 내 글이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라는 말은 합평에도 적용된다.


3. 글은 언제나 초고이고, 글 쓰는 행위에 집중하자.

글은 완벽할 수 없고, 계속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글쓰기 실력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자. 어제 쓴 글보다 오늘의 글이 좀 나으면 된다. 박웅현의『여덟단어』에 보면, 그가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 함께한 사람들과 실력 차이가 많이 났다. 그래서 금세 그만두는 게 아닌가 아내가 걱정을 했었다고 한다. 그가 수영을 배우는 본질은 '수영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땀 흘리는 것'이다. 그는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것이 문제 되지 않았다. 수영을 하고 땀 흘리면 그뿐. 그는 이제 수영 경력 15년 차이고 거의 매일 아침 수영을 한다.

4. 글을 설명하지 말고 그리듯 보여주자.

내 글을 변호하지 말자. 원래 의도는 이런 것이었는데.... 내 글을 이해해달라고 설명하지 말자. 글로 보여줘야 하고 글로 이해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안되었다면 내가 부족한 것이다.


5. 누군가의 글을 평가하기 전에 먼저 꼼꼼히 읽자.

내 글이 소중하듯 다른 이도 마찬가지다. 글을 평하기 위해서는 먼저 꼼꼼히 읽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나의 인생』에서 그는 작가들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지를 잘 알고 있지만, 자기 작품을 평가하는 일은 가장 서투른 사람이라고 했다. 평론가의 몫은 작가가 쓴 작품을 가능하면 철저하고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비평이 없는 문학은 존재하지만 문학 없는 비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며 문학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작가들에게 우리가 빚지고 있는 것을 과소평가하거나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6. 칭찬과 비평에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

글을 잘 읽었다면 칭찬 하나, 비평 하나를 생각하자. 은유의『글쓰기 최전선』에 보면 글을 쓰는 학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글은 나 혼자 쓰는 일이지만, 글을 쓰는 학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하다. 글쓰기가 최전선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글을 함께 쓰는 사람은 전우와 같다. 함께 가야 오래갈 수 있다.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더 정성을 담아야 한다. 칭찬은 글의 가능성을, 비평은 글의 정교함을 도와준다.


합평 전 1회 복용하기

합평 후 마음이 쓰리다면 한번 더.

글쓰기 본질을 잊지 말고, 마음의 건강을 다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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