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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Dec 25. 2020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을까

아가사 크리스티, 봄에 나는 없었다

찰스 디킨스의『크리스마스 캐럴』은 어릴 적에 만화로, 동화책으로 학교 연극에서 많이 다루었던 소설이다.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7년 전에 죽은 동업자 말리 유령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자기밖에 몰랐던 인색하기만 했던 그는 이제 이웃과 함께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 된다.


『봄에 나는 없었다』는 아가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 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낸 소설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반전 매력이 있는데 이 소설 또한 결말이 충격적이다(결말 스포가 있음). 결말은 스크루지처럼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을 깨트린다.


이 책의 줄거리는 조앤은 바그다드에서 막내딸을 만나고 런던 집으로 육로를 통해 돌아가려고 한다. 그녀는 변호사 남편에 딸 둘, 아들 하나를 키워 결혼까지 잘 시켰고,  대체적으로 평화로운 삶을 살아왔으며 그렇게 살아온 삶에 대해 자신의 내조 힘이 컸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조앤은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고교 동창생 블란치를 만나게 되고, 볼품없이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불쌍히 여기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뿌듯해한다. 블란치는 헤어지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조앤은 육로로 가는 길에 날씨가 안 좋아져, 어느 시골 역에 며칠 동안 발이 묶여 머물게 되면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지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고, 남편, 자식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온 자신을 알게 된다. 기차에서 그녀는 집에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생각과 빨리 가족들을 만나서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사랑하면 사랑하면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건데
참된 진실보다는 유쾌하고 편안한 것들을 사실이라고 받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그래야 자신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몰랐다.


"엄마는 아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그녀는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왜냐하면 결코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 소설은 인간의 본성을 굉장히 잘 풀어내고 있다. 조앤은 바뀌었을까? 집에 돌아왔을 때 떠나기 전과 변함없는 집, 남편을 보고 자신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조앤의 가족들은 조앤에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는 진실을 외면하고 자기기만적으로 사는 삶을 선택한다. 조앤은 여전히 변함없는 그녀다.


조앤의 심리 속에서 '나'를 본다. 상황은 다를 수 있으나 생각과 행동이 따로 움직일 때가 많다. 나를 돌아보면 다른 사람의 말과 표정, 사건들이 문득문득 스치고 신경이 쓰이곤 한다. 불현듯 어떤 상황이 떠오르고 내가 무심코 한 말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반성한다. 부모님, 내 주위 사람들에게 지난 일에 대해 미안했던 일이 떠오르지만 그 마음을 전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조심하고 잘해야지 하면서도 어김없이 잘못이 되풀이된다.  


어찌 보면 사람이 변하려면 그 이유는 밖이 아닌 안에 있어야 한다.

내가 변하려면 그 이유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의 간극을 좁혀가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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