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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22. 2021

글쓰기 마감 기술

매일 글쓰기는 매일이 마감이다. 마감은 평범한 사람을 순간적으로 초능력자로 만든다. 오늘의  글 소재를 찾고 단어, 문장, 문단을 이어가다 보면 간신히 마감 기한에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일단 출발을 하면 어쨌든 도착은 한다는 이치를 하루하루 체험하고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마감 때문에 심신이 피로했다. 시작은 미리 조금씩 하겠다고 했지만 금세 작심삼일이 되고 결국 개학하기 전날 저녁에 일기를 채우고, 과제 검사 당일날 짝과 오른쪽 왼쪽 페이지를 나눠서 함께 한자를 썼다. 마감 공포에 치를 떨며 다시는 몰아쳐서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다행히 오랜 직장생활로 나는 마감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는데 소재 선정부터 글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니 일상이 여유롭지 못하다. 어떤 날은 저녁이 다 되었는데도 글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 끝에 무작정 밖에 나가 걷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두 문단은 썼는데 그다음을 연결하기 힘들어서 그냥 멍하니 한참을 보냈다. 때론 결말이 아쉽다. 앞에서 너무 진을 빼서 그런가 반성을 하기도 한다.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글쓰기가 내 일상을 지치게 한다.


《 마감일기》에서 김민철은 ‘마감근육’에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마감근육은 마감 기한까지 밤을 새워서 달릴 수 있는 말 다리 같은 근육이 아니라,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고 마감을 해내도록 만드는 근육”이다. 그녀는 마감을 잘 지키는 사람이고, 2주 후에 마감이 있다면 2주 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한다.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오늘의 스케줄만 보지 않고, 내일의 스케줄을 보고 내일 필요한 일을 미리 해 놓는다. 그래야 일 폭탄, 일상 파탄, 야근 지옥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마감 필살기는 무엇일까. 첫째, 평상시에 작은 영감들을 놓치지 않고 메모한다. 메모는 미래의 내가 막막한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내가 미래에게 주는 선물이다. 둘째, 자잘한 일까지 리스트를 만든다.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지워나가면 성취감이 쌓인다. 스스로에 대한 기특함의 파도가 밀려오는 환경에서 중요한 일, 글쓰기나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며칠 전부터 나는 자기 전에 내일 글쓰기를 준비한다. 글 소재를 정하고 빈 백지에 글을 반절 정도 채워놓는다. 내일 나는 오늘 쓴 글을 이어받아서 써 나가면 된다. 매일 글 쓰는 부담이 줄었고, 글쓰기가 조금 수월해졌다. 저녁이 되면 오늘 글쓰기를 마감하고 성취감과 해방감을 충분히 즐긴다. 조금은 한가로운 일상이 회복되었고, 자기 전에 다시 책상에 앉아 내일의 쓸 글을 시작한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을 존경한다. 새벽잠이 많은 나는 수십 번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힘들다. 일찍 일어날 수 없다면 자기 전에 해 보자. 아니면 마감일 자체를 하루 당겨보는 것도 좋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글을 써 내려가면 된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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