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경제를 알아야하는 까닭.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경제경영 해설사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평소와는 좀 다른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저희 <써먹는 경제경영>을 꾸준히 들어오신 청취자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주로 경제 현상의 밑바탕에 깔린 근본적인 원리와 상식에 대해서 설명하는 방송들을 만들어왔습니다.
예를 들어서 GDP는 어떻게 계산되는 건가,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잘 되고 내려가면 수출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업률 통계가 진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내용들이었는데요.
제 방송을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제 방송에서 저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제 개인에 대해서 밝힌 거라고는 제가 한국경제신문에서 일하고 있다는 거 하나밖에 없었는데요.
사실 이렇게 <써먹는 경제경영>이란 이름으로 방송을 만드는 이유 자체가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을 알리는 게 아니라 경제 상식에 대해서 아주 쉽게 설명드리는 거였기 때문에 특별히 저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 드릴 이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제가 왜 이렇게 경제상식에 대한 방송을 만들고 또 글을 쓰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첫 방송을 만들었던 게 2018년 2월이었는데요. 지금 이 방송을 녹음하고 있는 게 2019년 4월 14일이니까 벌써 1년 2개월이 지났습니다.
살펴보니까 이 1년 2개월 동안 모두 51편의 방송을 만들었고 블로그에는 모두 99편의 글을 올렸는데요. 오늘 방송에서는 제가 왜 그동안 이렇게 경제 상식에 대해서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내용들을 만들어왔는지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했던 이유는 우리 사회에 경제 원리와 상식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경제신문사에서 7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신문에 입사했지만 처음 2년 반 동안 경찰서를 돌아다니는 경찰 기자로 일했습니다. 기자 생활의 첫 시작을 사회부 기자로 시작했던 건데요. 그리고 그렇게 경찰기자로 일했던 2년 반의 시간들이 저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줬습니다.
제가 경찰 기자로 있으면서 주로 담당했던 지역은 서울 종로구부터 시작해서 성북구, 동대문구, 도봉구, 강북구, 노원구, 중랑구에 이르는 지역이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 지역에 있는 경찰서 이름을 따서 종로-혜화 라인이라고 불리는 지역입니다.
기자가 돼서 처음으로 취재를 위해서 찾은 곳도 종로경찰서였습니다. 수습기자 교육을 마치자마자 배치받았으니까 2013년 1월의 어느 날의 새벽이 될 텐데요. 마침 그 날은 눈이 엄청나게 내려서 거의 발목 위까지 쌓였던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눈을 뚫고서 경찰서 현관문을 밀고 들어갔던 게 제 기자 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경찰서라는 곳은 기본적으로 뭔가 묘한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는 곳입니다. 저희 <써먹는 경제경영> 청취자 분들 중에서 실제로 경찰서에 가보신 분이 몇 분이나 되실지 모르겠는데요. 실제로 경찰서에 가보게 되신다면 제가 말하는 그 특유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어떤 건지 바로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경찰서는 사회의 모든 사건들이 흘러들어오는 곳입니다. 나라를 뒤흔드는 초대형 스캔들도 처음엔 112에 걸려온 한 통의 신고 전화로 시작되고요. 또 작은 쪽방에서 생활하시다가 쓸쓸하게 돌아가시는 어느 이름 모르는 분의 죽음도, 그러니까 어느 무연고자의 사망 사건도 경찰서에서 처리됩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사건, 사고는 일단은 모두 경찰서로 모이게 되는 겁니다.
2년 반 동안 경찰기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보게 됐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경찰이 다루는 사건 중에서는 매우 끔찍한 사건도 또 매우 큰 범죄도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아니 어떻게 저런 수법에 당했을까’할 정도로 황당하게 느껴지는 사건도 적지 않았습니다.
경찰서에 가보면 경제범죄수사팀과 지능범죄수사팀으로 불리는 팀들이 있는데요. 경제범죄나 지능범죄라는 거창한 이름을 들으면 뭔가 굉장히 큰 사건들을 처리하는 부서들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일선 경찰서 수준에서 처리하는 경제범죄나 지능범죄는 거의 대부분 소액 사기 사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액이 수십만 원 수준인 경우도 있고요. 크다고 해도 그 피해액이 1000만 원을 넘기지 않는 사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시내 25개 구에는 경찰서가 모든 31개가 있는데요. 이처럼 각 구마다 한, 두 개씩 자리 잡고 있는 경찰서인 만큼 이곳에 접수되는 사건들도 큰 사건들보다는 작은 사건들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죠. 진짜 큰 사기 사건이나 주가 조작 같은 첨단 금융범죄 같은 경우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직속부서나 아니면 검찰에서 바로 직접 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피해액이 작다고 해서 피해자가 겪게 되는 고통까지 작은 건 아니라는 말씀인데요. 예를 들어서 50만 원이라는 돈은, 물론 큰돈이긴 하지만 그래도 회사 생활을 몇 년 하신 분들한테는 잃어버렸다고 해서 당장 생활이 힘들어질 정도의 돈은 아닙니다. 사실 어떤 분들한테는 큰 마음먹고 쇼핑 한번 하거나 아니면 가족들하고 근사한 데서 외식 한 번 하면 금방 써버리는 돈이죠.
그런데 만약에 이 돈이 폐지나 고철을 주워서 생활하시는 어느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같이 사는 손자나 손녀의 중학교 교복을 사주기 위해서 아끼고 아끼고 아껴서 모아둔 돈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정말 달라집니다.
그리고 제가 2년 반 동안 경찰기자로 생활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렇게 어렵게 사시는 분들일수록 경제 범죄와 금융 범죄에 당할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경제 범죄나 금융 범죄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은 대부분 그냥 사기 사건들입니다. 그중에는 제가 봤을 때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들이 많았는데요.
경제나 금융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만 있어도 절대로 당할 수 없는 사건들이었고 또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는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기 사건의 피해자 분들은 자기 자신을 정말로 엄청나게 자책을 많이 하십니다. 잠깐만 돈을 빌려주면 몇 배로 불려준다는 말에 속아서, 그렇게 돈을 받게 되면 빠듯한 살림살이에 숨통이 트일 거라는 생각에 돈을 빌려줬는데 사기로 그 돈을 한 번에 날리게 되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어렵게 고생해서 모은 돈을 한 번에 날렸다는 자책감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이분들은 매일매일 고통 속에 빠져 지내십니다.
그리고 저는 2년 반 동안 이런 모습을 거의 매주 볼 수 있었는데요. 그런 피해자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뭔가를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경찰도 아니고 검찰도 아니기 때문에 사기꾼들을 잡아서 ‘깜빵’에 넣을 수는 없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경제에 대한 지식들을 아주 쉽게 풀어내서 설명하면 앞으로 사람들이 각종 사기, 경제범죄, 금융범죄를 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최소한의 경제 상식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아주 쉬운 책을 써보자고 맨 처음에 결심했던 것도 그때였고요.
우리가 경제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이유가 꼭 사기를 피해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사실 사기를 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가 있죠. 개인이든 사회든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문제는 돈과 관련된 문제, 경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잠깐만 생각해보시면 이런 사실을 잘 아실 수 있습니다. 취업, 내 집 마련, 은퇴 후 노후생활, 자녀 양육, 재테크 등 우리가 평소에 고민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경제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국가도 마찬가지고요.
아니 국가야말로 마주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경제 문제입니다. 청년 실업, 양극화, 경제 성장률 저하, 제조업 위기, 일자리 문제, 집값 급등,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이 같은 문제들은 모두 다 경제 문제입니다.
그리고 개인이든 사회든 마주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문제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는 절대 해답을 구할 수가 없죠. 그런데 잘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람들에게 앞서 말한 여러 문제들의 대해서 쉽고, 정확하고, 깊이 있게 전달하는 곳은 아쉽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저도 현재 경제신문에서 일하고 있지만 경제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 원리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뉴스는 기본적으로 원리와 상식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그날그날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알리기 위해 쓰기 때문입니다.
매일 그날그날 어떤 일이 새롭게 발생했는지 전하기 바쁘다 보니까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마다 매번 그 현상의 밑바탕에 깔린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져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쓸 때마다 채권 가격이 올라갈 때 금리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높은 게 정상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 뉴스가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인데요. 많은 분들이 경제 뉴스를 읽기 어려워하시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경제 원리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어느 정도는 공부를 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만드는 <써먹는 경제경영>은 그렇게 경제 상식과 원리에 대해서 공부하는 분들을 돕기 위해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해서 아주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방송이고요.
기본적인 경제 상식과 원리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 그런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 만들기 시작한 게 지금 듣고 계시는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 방송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제 방송을 사랑해주셔서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이 있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 듣고 계신 이 방송이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란 이름의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많은 독자와 청취자분들이 제 글과 방송을 사랑해주신 덕분이고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책의 서문에도 써놨는데요. 제가 이 책으로 버는 인세의 20%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생활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서 기부할 예정입니다. 어디에 기부했는지는 이 써먹는 경제경영 방송과 블로그를 통해 공개할 거고요.
책에서도 그렇고 그동안의 방송에서도 그렇고 평소에 제가 독자분들, 청취자분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잘 키워내는 것이야말로 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자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요. 평소에 말은 이렇게 해놓고 제대로 실천을 안 하면 부끄러울 거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동안 왜 경제에 대한 글을 쓰고, 방송을 만들고, 또 그 내용들을 묶어 책을 냈는지에 대한 내용을 말씀드렸는데요. 항상 이렇게 들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청취자분들이 있어서 지난 1년 2개월 동안 잘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취자분들 모두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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