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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pr 27. 2019

1쇄 2000부, 일주일 만에 다 나갔습니다.

책을 쓰면서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까닭.

어제 오전에 정말 놀라운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 전날에 술을 좀 많이 마셔서 헤롱헤롱 하던 상태였는데 출판사 편집자님의 전화를 받으니까 정신이 확 들더군요. 


“기자님, 1쇄가 거의 다 팔려서 2쇄를 찍으려고 하는데 수정사항 있으세요?”라는 게 편집자님의 첫마디였죠. 편집자님도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게 핸드폰 너머로 그대로 느껴지더라고요.


제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의 정식 판매가 시작된 게 4월 18일 목요일이었고, 어제가 4월 26일 금요일이었으니 일주일 만에 1쇄 2000부가 다 팔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이 출판되는 과정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드리면 ‘쇄’라는 말은 인쇄소에서 책을 한 번 찍어낼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늘어나는 단위입니다. 책의 맨 앞장이나 맨 뒷장을 보면 ‘1판 7쇄’, ‘2판 3쇄’처럼 ‘0판 0쇄’라고 쓰인 표현을 볼 수 있는데요. 7쇄라는 말은 인쇄소에서 책을 일곱 번 찍어냈다는 말이죠. 



‘판’이라는 말은 쉽게 이야기하면 버전(Version)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책도 나온 지 시간이 지나면 새롭게 추가하거나 수정해야 될 내용들이 생기는 데요. 이렇게 책의 내용을 큰 폭으로 수정하게 되면 기존과는 다른 판, 버전의 책이 되는 거죠. 3판이라고 하면 처음 나온 책의 내용을 두 차례 업데이트한 버전의 책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보통 경제경영서 같은 경우에는 맨 처음에 책을 낼 때 2000부가량을 찍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찍었던 2000부가 다 팔리게 되면 다시 인쇄소에서 추가로 책을 찍는데요. 보통 이렇게 추가로 찍을 때는 1000부 단위씩 찍게 됩니다. 물론 책이 진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될 거 같다는 확신이 들면 1쇄부터 몇 만권씩 찍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출간됐던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초격차> 같은 책은 1쇄만 4만 부를 찍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인문학 서적 같은 경우에는 보통 1쇄로 1000부를 찍습니다. 학술서적인 경우에는 500부만 찍는 경우도 많고요.


2000부라고 하면 사실 그리 많지 않은 권수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1쇄를 다 판매하는 책들도 그리 많지 않은데요. 정확한 출처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가 예전에 어떤 자료에서 봤을 때 ‘국내에서 출간되는 책 중에서 2쇄를 찍는 책은 열 권 중의 두 권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백만 권 넘게 판매되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들도 나오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거였죠.


그리고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1주일 만에 1쇄 2000부를 거의 다 팔고 2쇄를 찍게 됐다’는 출판사 담당자님의 말을 듣고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더라고요. 


이번에 책이라는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상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으면서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마음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현재는 네이버 FARM판이라는 한국경제신문과 네이버가 합작해서 만든 농식품 전문 콘텐츠 기업에 2년반째 파견 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몇몇 대기업을 빼놓고는 한국의 식품기업들은 아직까지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많은데요. 제가 인터뷰를 위해 만나는 분들도 대부분 식품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많으시죠. 물론 매출로 치면 100억이 넘는 회사 사장님들도 많지만 사실 수백억 원대의 매출이 기업 규모로는 그리 큰 건 아니죠.



예스24


이런 회사 사장님들을 만나면 자기네 회사 상품을 꺼내놓고 ‘이 상품이 왜 좋고, 자신이 이 상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한 명뿐인 청중인 저를 앞에 두고 마치 웅변하듯이 말씀하시는데요.


물론 그 이전에도 이런 사장님들을 뵙고 나면 ‘이런 분들이 있어서 대한민국이 굴러가는구나’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이런 기업가 정신 덕분에 사회가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번에 직접 책이라는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하고 또 마케팅 작업까지 함께 하다 보니 제품을 만들어서 내다판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마케팅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지도요. 정말 마케팅은 전쟁이더군요. 


지금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뭐가 됐든 본인이 기획한 상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아본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지금 제가 드릴 말씀에 공감하실 텐데요. 모든 생산자들은 자신의 상품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 상품이 고객들에게 큰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고 있고요. 또 그런 만큼 내 상품은 시장에서 잘 팔릴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강한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상품이 시장에서 평가받기 전까지는 마음 한구석에 초조한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내가 만든 상품이 정말 좋은 걸까?’, ‘시장에서 사람들한테 철저하게 외면당하면 어떡하지’ 같은 불안감이죠. 이런 초조함과 불안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스티브 잡스나 손정의 같은 인물들도 자신의 판단이 맞다는 게 시장에서 입증되기 전까지는 이런 고민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제 1판 2000쇄가 모두 다 팔렸다는 전화를 들었을 때 가장 기뻤던 건 제가 만든 상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만큼 좋은 건 없죠. 또 시장만큼 상품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곳도 없고요.


빠른 시간 안에 2쇄를 찍게 돼서 좋은 건 이겁니다. 어디 가서 제 책을 사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거죠. ‘좋은 책이니까, 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거죠. 혹시나 내가 쓴 책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책이 아닌 건 아닐까라는 고민을 이제 날려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분께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원리에 대해 쉽게 알고 싶으시다면 제 책을 꼭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서 읽으셔도 좋고, 도서관에서 가서 읽으셔도 좋고, 또 친구에게 빌려보셔도 좋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건 경제 현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기본적인 경제 상식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지실수록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는데요. 많은 분들이 읽어주실수록 제가 했던 이 생각을 잘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이란 이름으로 블로그, 브런치에 글을 쓰고 팟캐스트를 만들고, 유튜브를 만든 지 벌써 1년 3개월 정도가 지났네요. 그동안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제가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잘 해나겠습니다. 모두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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