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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May 13. 2019

작가가 가장 기쁠 때, 내가 조지 오웰을 좋아하는 이유

조지 오웰이 말했던 '단 한 명의 독자'는 누구인가.

책을 낸 작가가 가장 기쁠 때는 언제일까요? 간단합니다. 책이 잘 팔릴 때죠. 책이 잘 팔린다는 건 내가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다는 말이니까요. 책이 많이 나가야 인세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당연합니다.


그런데 책이 잘 팔릴 때보다 더 기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책을 쓰면서 독자에게 꼭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독자의 마음속에 그대로 꽃혀 들어갔다는 걸 확인했을 때죠.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들도 좋아하는 작가가 한, 두 명은 있을 텐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영국의 조지 오웰입니다. 우리에겐 소설 <1984>와 <동물농장>으로 잘 알려진 작가죠. 한국에선 주로 이 두 소설이 유명한데요.


그런데 저는 오웰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984>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주로 그의 책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르포르타주를 많이 읽었는데요. 르포는 기본적으로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조지 오웰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에 대해서 쓴다는 점에서 소설과는 다르죠. 소설보다도 더 작가 개인이 진하게 묻어나는 장르입니다. 제가 읽은 그의 르포는 <카탈로니아 찬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입니다. 르포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나는 왜 쓰는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조지 오웰은 뛰어난 소설가이면서 동시에 그만큼이나 위대한 르포 작가, 저널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그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카탈로니아 찬가>는 러시아 혁명을 다룬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 중국 국공내전 당시 모택동, 주은래, 팽덕회 등 중국 공산당 수뇌부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을 관찰한 뒤 펴낸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과 함께 세계 3대 르포로 꼽힙니다.


제가 오웰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누구보다 시니컬하고 냉소적이면서도 세상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냉소와 따뜻한 애정. 한 인물이 동시에 갖출 수는 없는 서로 정반대 되는 특성처럼 보이는 데요.



그런데 오웰의 글을 읽다 보면 그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시니컬함으로 일부로 감추려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철부지 개구쟁이가 자신의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을 들키는 게 부끄러워 일부러 친구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할까요?


칼로 베일듯한 날카로운 지성과 논리, 누구보다 예리한 관찰력을 갖춘 그였기에 어쩌면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볼 때면 쉽게 감정이 흔들리고 또 그만큼 쉽게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냉소라는 가면을 쓰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오웰의 책을 주로 대학생 시절에 읽었습니다. 그래서 책들의 대략적인 분위기와 큰 흐름은 기억이 나도 세세한 내용들은 대부분 잊어버렸는데요. 하지만 몇몇 내용들은 아직도 잘 기억납니다.


<나는 왜 쓰는가>는 제목 그대로 오웰이 왜 자신이 그 같은 집필 활동을 쭉 해왔는지를 다룬 에세이집인데요. 아마 제 기억으로는 이 당시에 그는 영국 BBC에서 라디오 작가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청취자들에게 내보낼 라디오 원고를 쓰는지를 설명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오웰은 수많은 사람들이 듣는 라디오지만 자신은 원고를 쓸 때면 ‘단 한 명의 독자’만을 상상하며 글을 쓴다고 말합니다. 이 방송을 듣기를 오웰 자신이 가장 원하는 단 한 명의 독자만을 상상하며 원고를 써내려 간다는 말이죠.


책을 쓰기 전에는 그 말이 어떤 뜻인지 몰랐는데요. 이번에 책을 펴내면서 오웰이 말했던 ‘단 한 명의 독자’라는 말이 계속해서 생각났습니다. 책을 쓰는 1년 2개월의 과정 동안 저 역시 제 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단 한 명의 독자를 머릿속에 그렸기 때문입니다.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은 제목처럼 기본적인 경제상식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독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독창적인 생각,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한칼에 잘라버리는 것처럼 거침없는 의견은 하나도 없습니다.


금리, 환율, GDP(국내총생산), 물가, 실업률, 국민연금, 최저임금, 법인세, 출산율처럼 우리가 뉴스에서 매일 같이 접하는 익숙한 주제들만을 다루고 있을 뿐이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버는 법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제가 경제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딱 이 정도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상식 수준의 이야기들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31가지 주제들은 저 역시 처음 접했을 때는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이었죠. 


경제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그동안 제가 그렇게 흐릿하게 알고 있던 지식들이 대부분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내가 이렇다면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말 쉽게 경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을 써보자고 마음먹었고 최근에 그 결과물이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경제에 대해서 지금은 전혀 모르지만 경제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그리고 그동안 경제신문도 읽어보려 했고 또 경제 분야 책들에도 도전해봤지만 어려워서 며칠 만에 포기하셨던 분’ 


이런 분들이야말로 조지 오웰 식으로 말하면 제가 책을 쓰는 내내 머릿속에 그렸던 ‘단 한 명의 독자’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정말 기쁜 경험을 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작가에게 가장 기쁜 순간은 내가 전달하려던 메시지가 독자의 가슴 정중앙에 꽃혀 들어갔던 걸 확인했을 때입니다. 그리고 오늘 그런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310페이지에 달하는 나름대로 긴 책을 쓰면서 제 생각을 거의 밝히지 않았습니다. 경제 현상의 밑바탕에 깔린 원리에 대해 최대한 쉽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쓰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정치에 물들지 않은 쉽고 중립적인 경제 상식’이 제가 이번 책에서 추구하는 목표였는데요.


그런데 딱 두 문단 정도 제가 책에서 생각을 드러낸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제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단인데요. 수려한 문장이 담긴 미문도 아니고 탁월한 어휘가 사용된 문단도 아닌 그저 평범한 단어들로 이뤄진 세, 네 줄의 문장이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이 문장들을 쓰기 위해 300페이지에 달하는 글들을 채워 넣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가 들어간 블로그를 보니 어떤 독자님께서 딱 이 문단을 그대로 가져다가 인용하셨더군요. 참 기뻤습니다. 제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을 줬다는 게요. 


p9


마지막으로 필자가 이 책을 통해 받게 되는 인세 중 20%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생활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경제와 역사를 공부하며 세상에서 가장 크고 좋은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 그중에서도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투자라는 사실을 배웠다.


p183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밝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선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통해 그 아이가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는다면 더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


(솜2님이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에서 인용하신 문단>)



저는 우리 사회에 경제 현상의 밑바탕에 깔린 원리와 상식에 대해 더 정확하게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저 두 문단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어린이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책을 쓰게 된 것도 이 같은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저의 독자분 중에 저의 이런 마음을 이렇게 정확하게 알아봐 주신 분이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쁘네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 꾸준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는 독자님이신 솜2님께서 남기신 후기의 전문과 블로그 주소입니다.




생활에 가장 밀접해 있으면서도 어렵게 다가오는 경제.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고자 경제 관련 팟캐스트도 들어보고 뉴스도 가끔씩 보지만 여러 경제지표들을 볼 때면 까막눈이 되어버리곤 한다. 


어릴 때 배웠는데도 관심 없이 살다 보니 이게 뭐였나 싶고, 경제를 잘 알아두면 좋다는 건 알지만 기초지식이 없으니 결국 도돌이표로 관심 밖이 되어버린다.


나의 인싸, 춈미님의 추천을 보고 집어 든 책. 여러 경제지표들을 읽고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다. 주요 지표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쉬운 설명도 좋고 현 상황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현재까지 오게 된 배경도 잘 풀어썼다. 


뒷부분은 경영에 대해 다루는데 유명 CEO의 경영방법이나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IT기업들에 대해서도 다뤄주어 좋았다. 경제 관련 라디오나 뉴스를 볼 때 도움이 될 좋은 내용들이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머리말 부분이다. 머리말에서 감동을 받았던(?) 책은 거의 없는데 저자가 이 책을 준비 하계 된 계기, 경제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것과 소신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의 수익금 일부를 후원한다는 정의로운 내용까지. 



(솜2님이 책을 읽고 남긴 후기글)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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