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시대의글쓰기1_화면이 글로만 빽빽해지는 순간 돌아가기 버튼이 눌린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스마트폰이 뉴스 블로그 영상 음성 콘텐츠를 접하는 가장 익숙한 수단이 된 지 수년이 지났다. 새삼스레 ‘모바일 시대’라고 말하는 게 촌스럽다. 하지만 이용자가 아닌 창작자들에겐, 특히 개인들에겐 아직도 모바일 콘텐츠 창작은 낯설다. 콘텐츠를 즐기는 주된 통로가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달라졌다고 해서 글쓰기를 포함한 콘텐츠 창작 기법 자체가 모두 다 달라진 걸까?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좋은 콘텐츠의 기준이 달라지진 않는다. 남들이 떠올리지 못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재밌고 풍부한 사례로 뒷받침한 뒤, 이용자가 즐기기 쉬운 매끄러운 형태로 가공해 내놓는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조건이다. 다만 표현 방식과 가공법은 달라져야 한다.
2013년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한 필자는 사회부 경찰팀, 부동산부 서울시 출입기자를 거친 뒤 2016년부터 한국경제와 네이버가 합작해 만든 농식품 전문 콘텐츠 기업 네이버FARM판에 파견 근무 중이다. 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에 들어가는 콘텐츠를 만들고 편집하는 일을 한다.
가장 전통적인 대중매체인 종이신문에서 일하다 갑자기 포털사이트 모바일 메인을 편집하는 일을 맡았던 만큼 처음엔 실수도 적지 않았다. 일 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 익숙해졌다. 몇 달 전부턴 회사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들어가는 오디오 콘텐츠의 원고를 쓰고, 녹음을 하고, 편집하는 일도 한다. 개인 이름을 단 팟캐스트도 운영 중이다.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올린다. 원래는 블로그조차 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일 년 반 동안 매일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 창작기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모바일 시대의 글쓰기’ 시리즈는 스마트폰 화면과 모바일 환경에 알맞은 글쓰기 방법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글쓰기뿐 아니라 이전에 써둔 원고를 바탕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법과 플랫폼을 통해 내가 제작한 콘텐츠를 널리 퍼뜨리는 법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자세한 연재 순서는 하단에 첨부했다.
그리 대단한 내용은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라’와 같은 글쓰기 기초에 대한 내용도 다루지 않는다. ‘모바일 시대의 글쓰기’에선 내가 처음 모바일 환경에서 글을 쓰며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설명하고 이를 건너뛰는 기법에만 초점을 맞춘다.
오늘은 ‘모바일에서 한 문단에 400자 넘게 글을 쓰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본다. 400 자라고 적어놓긴 했지만 매번 한 문단을 쓰고 나서 진짜로 400자가 넘었는지 체크해보란 뜻은 아니다. 모바일 글쓰기에선 한 문단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안 되며 이 정도가 넘을 거 같으면 문단을 나눈 뒤 한 줄 띄우라는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400자가 넘어가면 스마트폰 화면이 글자로만 빽빽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한번 화면이 글자로 가득 차면 독자의 절반은 글을 읽는 걸 멈춘다. 돌아가기 버튼을 누른다.
종이신문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문단이 지나치게 길다 싶으면 편집 기자가 문단을 나눠 행갈이(글을 줄을 바꿈)를 한다. 독자들이 안 읽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많은 수의 창작자들이 어느 정도 분량이 되는 긴 글을 쓸 땐 컴퓨터를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 화면에 맞춰 적당한 길이로 문단을 나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은 작다. 컴퓨터 모니터로 봤을 땐 그리 길어 보이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으로 보면 스크롤을 여러 번 내려도 빽빽한 ‘글 숲’이 이어진다. 직접 재보니 한컴오피스 한글 기준(띄어쓰기 포함)으로 400자가 넘어가면 스마트폰 화면 전체가 글로만 채워진다.
요즘은 네이버 블로그·포스트, 다음카카오 브런치 등 대부분의 블로그에서 글을 발행하기 전에 스마트폰 화면 규격에서 글을 미리보기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내가 쓴 글이 스마트폰 화면에선 지나치게 빽빽해 보이지 않는지를 확인해라. 독자들이 글을 읽기도 전에 돌아가기 버튼을 누르는 걸 막을 수 있다.
모바일에서 긴 글은 먹히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A4용지 세 장이 넘는 글들도 10만 건이 넘는 조회수와 1000여 건이 넘는 공유수가 나오곤 한다. 글의 분량이 긴 만큼 한 문단의 길이를 적절히 줄인 뒤 줄을 바꿔 여백을 줘야 한다. 중간중간 적당한 사진을 넣어주는 편집 작업이 필수다. 한 문단이 끝없이 이어지고 중간중간 줄 바꿈도 안 돼있는 글이라면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독자를 끌어들이기 어렵다.
아무리 한 문단을 400자가량으로 짧게 쓰고 줄을 자주 바꿔주더라도 글만 계속 나오면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느냐고 물어볼 수 있다. 맞다. 그래서 사진이 중요하다. 모바일 글쓰기에선 사진은 단순히 글의 내용을 추가로 뒷받침해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빽빽한 글들 사이에 여백을 주고, 독자들이 잠깐이나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모바일에 글을 쓸 땐 종이와 컴퓨터로 글을 쓸 때보다 사진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사진들은 어디서 공짜로 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다음 화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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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의 글쓰기 연재 순서
2. 공짜 사진은 어디에서 구하나?
3. 최소 네이버, 다음 플랫폼 두 곳에는 같은 글을 올려야 한다
4. 플랫폼 기업은 어떤 콘텐츠를 포털에 띄우나
5. 원 소스 멀티플 유즈. 진짜로 하는 법.
6. 텍스트를 어떻게 오디오로 재가공하나
7. 오디오 콘텐츠 편집하는 법. 배경 음악 구하는 법
필자 소개
2013년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해 사회부 경찰팀, 부동산부 서울시 출입기자로 활동했다. 2016년 말 한국경제와 네이버가 합작해 만든 농식품 전문 콘텐츠 기업인 네이버FARM판에 파견 와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현재 FARM판에 배열되는 콘텐츠의 편집과 콘텐츠 취재·작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엔 네이버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플랫폼 오디오클립에 올라가는 ‘더농부의 팜투테이블’ 오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개인 팟캐스트로는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시절 학교를 약 3년간 휴학하고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제작자로 활동하며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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