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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Oct 12. 2019

마오쩌둥, 그가 글쓰기에 대해 남긴 한마디 조언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하지 마세요. 일단 쓰고나서 고치세요.

안녕하세요.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마오쩌둥이 글쓰기에 대해 남겼던 말 한마디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마오쩌둥, 어떤 분들에게는 모택동(毛澤東)이란 이름으로 더 낯익은 인물인데요.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을 건설한 공산주의 혁명가이자 새롭게 건국된 국가에서 수십 년간 철권을 휘둘렀던 독재자입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항일 무장투쟁부터 시작해서 장개석이 이끌던 국민당 정권과의 국공내전, 6·25 전쟁 당시의 중공군 참전 결정,


수천만 명의 중국인들을 굶어 죽게 한 대약진 운동의 실패, 광기에 찬 홍위병들을 동원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던 문화대혁명에 이르기까지 해야 될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요.


그런 이야기들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마오쩌둥이 글쓰기에 대해서 갖고 있던 생각에 대해서만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하는 마오쩌둥


다른 많은 혁명가들과 마찬가지로 마오쩌둥은 뛰어난 웅변가이자 작가 그리고 선전선동의 달인이었습니다. 성공한 혁명가들은 대부분 이런 특성을 갖고 있는데요.   


제대로 된 군대와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 없이 강대한 적과 맞서서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 즉 민심을 얻는 게 필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홍군(마오쩌둥이 이끌던 공산주의 유격대)과 인민은 고기와 물 같아서, 서로 나눌 수 없다”는 그의 말처럼 천하를 얻기 위해선 먼저 민심을 사로잡아야만 했죠.


그리고 가난한 혁명가 마오쩌둥에게 말과 글이야말로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크고 효과적인 무기였습니다.마오쩌둥은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권력의 본질과 혁명 전략을 한 마디 말로 축약해 전달하는 능력이 특출 난 인물이었는데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한 번 들으면 바로 그 뜻을 알 수 있고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말들을 남겼습니다.


연설하는 젊은 시절의 마오쩌둥


적진아퇴 적주아요 적피아타 적퇴아추(敵進我退 敵駐我擾 敵疲我打 敵退我追)


“적이 진격하면 아군은 후퇴하고, 적이 머무르면 교란하고, 적이 지치면 공격하고, 적이 후퇴하면 추격한다”는 말로 번역되는 그의 ‘16자 병법’도 유격대의 군사 전략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풀어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마오쩌둥이 남겼던 말들을 묶어낸 마오쩌둥 어록(모택동 어록)은 성경, 코란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으로 꼽힙니다. 물론 이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중국인들에게 모택동 어록을 의무적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10억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이 책을 읽었는데요. 공산당 집권 이후의 중국 사회를 다룬 영화를 보면 중국인들이 인민복 상의 윗주머니에 빨간색 표지로 된 조그마한 책을 넣어갖고 다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책이 바로 모택동 어록입니다.


모택동 어록


마오쩌둥은 살면서 수많은 글을 남겼는데요. 이런 그가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은 그의 간결한 어록들만큼이나 간단했습니다.


“글을 일단 써놓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면 된다”는 게 그의 문장론이었죠.


처음부터 너무 잘 쓰려고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말고 일단 쓴 다음에 고치는 게 마오쩌둥식 글쓰기죠. ‘조준하고 쏘려 하지 말고, 일단 쏜 다음에 조준하라’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경영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말인데요.


저 역시 마오쩌둥의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면 몇 시간을 고민하고도 문장 한 줄조차 쓰지 못할 때가 많죠. 단어 하나, 표현 하나, 조사 하나에 지나치게 많은 공을 들이려 하면 문장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고요.


이렇게 쓰려고 하다간 언제까지고 컴퓨터 모니터에서 깜빡깜빡 거리는 검은 커서만 멀거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얼른 글을 써서 모니터의 흰바탕을 검은 글자들로 채워나가야 하는데 흰색 공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죠.  



일단 글을 쓸 때는 독자들에게 어떤 내용을 말하고 싶은지 핵심 메시지를 먼저 결정하세요. 그리고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각 문단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세요.


앞의 문단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뒤에 나올 문단에서 다룰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생각해보시고요. 그다음에 각 문단에서 다룰 내용을 각각 한 줄로 정리하세요.


그다음에는 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쭉 글을 써보세요.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마세요. 일단 채워 넣으세요. 일단 써놓고 나면 거기서 불필요한 내용을 빼고 새로운 내용을 더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문단의 순서를 이리저리 바꿔도 되고요.  


필자가 실제로 글을 쓰기 전에 작성한 간단한 개요, 문단별로 아주 간단하게만 작성합니다.


글을 완성한 다음에는 몇 시간이나 아니면 하루 정도가 지난 뒤 그 글을 다시 읽어보세요. 막 글을 마쳤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조금 시간을 두고 다른 일을 하다 돌아오면 글쓰기에 몰두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부족한 점들을 분명히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 고치세요.


그렇게 고친 뒤 한번 쭉 읽어보고 다시 하루 뒤쯤 그 글을 읽어보세요. 역시나 부족한 점들이 눈에 들어올 텐데요. 그럼 다시 또 고치면 됩니다.


이런 작업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결국엔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깔끔한 글이 나오게 되죠. 


어니스트 헤밍웨이


너무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지 마세요. 완벽한 글을 쓰려다가는 어떤 글도 못 쓰게 됩니다. 헤밍웨이 같은 대작가도 “세상의 모든 초고(첫 번째 버전의 원고)는 쓰레기”라고 말했으니까요.


밥을 먹고 싶다면 일단 쌀을 씻어야 되는 것처럼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면 일단 먼저 쓰고 그다음에 고치세요.


저도 이 글을 발행하기 전에 다시 한번 쭉 읽으면서 앞부분에 썼었던 내용들을 많이 지웠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땐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넣었는데 몇십 분도 안 돼서 다시 보니까 별로 필요 없는 사족이란 게 보이더라고요.


마치기 전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마오쩌둥은 대단한 독서광이기도 했습니다. 국민당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며 중국 전역을 행군하던 이른바 대장정(大長征) 시기에도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는데요.


그가 특히 열심히 읽었던 책은 중국 역대 왕조들의 흥망성쇠를 다룬 <자치통감>이었습니다. 송나라의 정치가이자 큰 학자였던 사마광이 19년에 걸쳐 편찬한 이 책은 중국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건국 직전까지 1362년 동안의 중국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입니다. 처음 편찬됐을 때는 그 분량이 294권이나 됐죠.    



중국 송나라의 정치가 사마광과 그가 편찬한 자치통감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있었던 모든 중국 왕조에 대해서 다룬 역사서인 만큼 그 분량이 방대했는데요. 마오쩌둥은 국민당 정부군에 의해 추격당하며 머리 위로 포탄과 총알이 날아다니던 당시에도 자기 부하에게 <자치통감>을 지게에 져서 운반하게 합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자치통감>을 읽으며 나라를 새롭게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한때 강대했던 나라도 결국은 무너지게 되는 지를 공부해나갑니다.


그는 자치통감을 모두 17번 완독 했습니다. 지게에 져서 옮겨야 했을 정도로 분량이 긴 책을 17번이나 읽었던 거죠.


이렇게 독서를 통해서 방대하고 풍부한 지식을 쌓으면서 자신만의 논리와 세계관을 만들어간 것이 마오쩌둥이 말과 글을 통해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겠죠.  



이번 글에서 마오쩌둥을 통해 우리가 글쓰기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쓸 수는 없다. 일단 쓰고 나서 고쳐라.


둘째, 풍부한 독서야말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번 글이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시는 독자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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