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농업스토리(1) 한 해 400톤의 쌀을 온라인으로만 파는 농부에게
돈 버는 농업 스토리를 시작하며
네이버FARM판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소비자에겐 농업· 농촌의 생생한 현실을 알리고 농민에겐 변화하는 농식품 소비 트렌드와 선진 농업기술을 전달하겠단 목표로 시작했다. FARM판은 현재 구독자 200만 명을 넘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준비 기간까지 합해 1년간 FARM판 운영진으로 일하며 블로그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으로 소득을 끌어올린 농민들의 사례를 여럿 접할 수 있었다. '스토리가 있는 농민은 다른 농민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지난 1년간 얻은 교훈이다.
FARM판 애독자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농민 생산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그 같은 성공 노하우를 분석해 5회에 걸쳐 나눠싣는다. FARM판 일을 하며 함께 써나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학위 논문 <국내 농업 콘텐츠 플랫폼 수립 및 활성화 전략-네이버FARM판의 사례를 중심으로>의 분석 내용에 실제 사례도 더했다.
블로그, SNS로 돈 버는 농민들
블로그·SNS 활동을 통해 소득을 높인 농민들은 취재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경기 연천군에서 쌀농사를 짓는 김탁순 백학쌀닷컴 대표는 자신이 재배한 쌀과 주변 농민들이 수확한 쌀을 합해 일 년에 700여 t의 쌀을 직거래로만 판매하고 있다. 이중 홈페이지 등 온라인 채널로 판매하는 쌀만 400t 가량이다.
평범한 농민인 그가 400t의 쌀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건 SNS 활동 덕분이다. 그는 온라인 농산물 직거래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블로그·SNS 활동을 해왔다. 네이버와 다음 블로그·카페,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에 동시에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린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도 그가 SNS에 올린 글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된다. 글의 내용은 특별할 게 없다. 농기계를 세차하거나 동네 후배가 일하는 밭에 새참을 사 갖고 찾아간 소소한 일상을 올린다. 이렇게 하루에 대여섯 건의 짧은 글을 빼놓지 않고 올린다.
최근엔 한 곳에만 글과 사진을 올리면 이 내용을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에 동시에 업데이트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도 등장했는데 김 대표 역시 이 같은 앱을 사용한다.
그가 바쁜 농사일 와중에도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이를 통해 소비자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농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농민과 소비자가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믿음을 얻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자신이 먹는 농산물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어떤 농부가 키우는지를 속속들이 알려줘야 한다.
올해로 귀농 5년 차를 맞는 박홍희 우공의딸기정원 대표도 블로그 활동을 통해 소득을 늘리고 있는 농부다. 경북 상주시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그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2013년 5월에 시작한 블로그엔 지난 7월 기준 모두 476건의 글을 올렸다. 처음 농촌에 내려와 농사를 배워나가던 과정, 농장에서 딸기를 키우고 딸기잼을 만드는 업무,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쓴다.
그의 블로그 활동은 우공의딸기농장 딸기의 품질이 좋다는 걸 소비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알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그는 해외 연수 등을 통해 새롭게 익히는 딸기 재배기술 습득과정도 세세하게 올린다.
박 대표는 “귀농인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농사짓는 기술이 부족해 수확한 농산물의 맛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블로그에 경북농민사관학교,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딸기 재배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올렸더니 그런 편견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질문에만 답하면 된다
'돈 버는 농업 스토리' 연재에선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첫째 블로그·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농민은 다른 농민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가? 둘째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콘텐츠(블로그·포스트, SNS, 동영상)는 어떻게 작성하는가?
농사에 뛰어든지 얼마 안 된 귀농인 뿐 아니라 수십 년간 농사를 지어온 베테랑 농민도 고민하는 게 판로 문제다. 취재를 위해 만난 농민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어떻게 하면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면 농민들이 소비자와의 직거래 등을 통해 판매를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
<그림 1>은 농민의 블로그·SNS 활동이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지난 7월 14~23일 열흘간 FARM판 이용자 4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이다. '네이버FARM판에 소개된 농어민 콘텐츠(인터뷰 등)을 읽고 해당 농어민의 상품을 구매하고 싶단 생각을 했던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한눈에 볼 수 있듯 긍정적인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긍정적인(5~7점) 답변을 내놨다.
'농업 콘텐츠를 읽고 농업·농촌에 대해 더 친밀하게 느끼게 됐나요?'라는 질문엔 더 많은 응답자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전체 응답자의 81%가 긍정적(5~7점)이라고 답했다.
<그림 1>을 통해서 개별 농민에 대해 소개하는 콘텐츠가 해당 농민이 재배하는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구매의사를 크게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의 질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농업 콘텐츠가 해당 농민의 판로 확대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림 2>는 농업 관련 정부부처, 공공기관, 공기업에게 시사점을 준다. 효과적인 농업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선 많은 수의 국민이 농업·농촌에 관심 갖는 게 필수적이다. 귀농 인구와 젊은 층의 농업 분야 창업을 늘리기 위해선 우선 스토리 콘텐츠를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과 친밀감을 높여야 한다.
'돈 버는 농업 스토리' 첫 번째 글에선 블로그·SNS 활동을 통해 소득을 끌어올린 농부들의 실제 사례와 농업 콘텐츠 구독이 농산물 구매의사와 농업·농촌에 대한 친밀감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봤다. 두 번째 시간엔 대형 농산물 직거래 쇼핑몰인 네이버 산지직송, 카카오톡 카카오파머스의 사례를 분석해 개별 농민의 스토리가 소비자의 농산물 구매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본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 FARM판 파견 근무 중
rickeygo@naver.com
참고 : <홍선표, '국내 농업 콘텐츠 플랫폼 수립 및 활성화 전략_네이버FARM판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원 석사학위 논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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