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농업스토리(2) 네이버 산지직송, 카카오 카카오파머는 왜~
돈 버는 농업 스토리 첫 회에선 블로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으로 수익을 늘리는 데 성공한 농민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소비자는 콘텐츠(블로그, SNS, 동영상 등)를 통해 알게 된 농민이 키운 농산물을 사고 싶어한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확인했다.
이번 회에선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농민이 그렇지 않은 농민들보다 왜 유리한지, 그리고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농민 개인의 스토리를 어떻게 상품 판매에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그 키워드는 '신뢰'다.
온라인몰은 트렌드의 최첨단에 서있다. 유행에 민감하고 구매력이 높은 젊은 여성층이 주 고객층이고, 마케팅 전략이 실제 판매에 미치는 영향도 오프라인보다 크기 때문이다. 자칫 트렌드에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금세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 비해 트렌드 민감도와 변화의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대형 IT(정보통신) 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IT서비스 기업이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 영역에서 다음카카오는 메시징 앱 분야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에 있다. 두 회사는 농어민이 소비자에게 자신의 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산지직송'과 카카오톡 '카카오파머'가 그런 서비스다.
항상 변화의 앞단에 서있는 IT대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채소, 과일, 고기, 생선 등 먹거리를 판매할까? 우선 네이버 푸드윈도의 하위 카테고리인 산지직송((http://swindow.naver.com/fresh/directfarm/home) 사례부터 살펴보자.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산지직송엔 현재 2000여 명의 개별 농어민 생산자가 입점해있다. 소비자가 쇼핑몰에 올라있는 상품 소개글을 보고 주문하면 농어민이 산지에서 직접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그림 1>은 산지직송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나오는 첫 화면이다.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뭔가 좀 다르다. 판매 중인 상품 사진은 구석에 조그맣게 들어가 있는 반면 농어민 사진은 그것보다 열 배는 크게 배치돼있다. '경남고성 000' 처럼 생산자의 실명도 박혀있다. 상품보다 사람이 먼저다.
상품을 클릭하고 소개글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이 농수산물이 얼마나 좋은지 알리는 내용보단 '누가 생산하나요?'란 질문에 대한 설명이 가장 먼저 나온다. '어디서 생산하나요', '000님의 상품은 어떻게 달라요?', '맛있게 먹는 법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그 뒤를 잇는다.
사람과 스토리를 앞세우는 건 카카오톡 안에 자리 잡은 카카오 파머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파머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쇼핑에 최적화된 서비스다. 이곳 첫 화면 제일 윗부분엔 '#오늘의 농부'이란 이름으로 다섯 농가의 스토리가 번갈아 가며 나온다. <그림 2>
상품 소개글로 들어가면 '안녕하세요. 농부 000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생산자의 인사말과 짤막한 스토리가 나오도록 형식이 통일돼 있다.
네이버, 카카오. 두 IT 공룡은 왜 농수산물을 팔 때 맛과 품질이 좋다는 걸 강조하는 대신 생산자 농어민을 전면에 내세우는 걸까?
소비자들이 농수산물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맛이 좋고, 영양분이 풍부하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걸 강조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것들은 지금도 중요한 가치다. 최근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바로 '믿음'이다. 내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됐다는 걸 믿을 수 있는 신뢰감.
지난 회에서 살폈듯 소비자는 자신이 읽은 콘텐츠에 나온 농민이 키운 농산물을 사고 싶어 한다. 응답자의 70%가량이 '인터뷰 콘텐츠 등에 등장한 농민의 농산물을 사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강한 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그림3>
어떻게 재배, 수확, 사육, 가공하는지 콘텐츠를 통해 확인한 농축수산물인 만큼 믿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가 영세한 농민들이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자신의 상품을 알리는 것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별 농민이 택할 수 있는 최적의 홍보·마케팅 전략은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상품을 알리는 것이다. 꾸준한 블로그·SNS 활동으로 소비자에게 '이 사람이 키우는 농산물은 안전하고 맛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줘야만 직거래를 통해 수익을 높이는 게 가능해진다.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믿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야말로 개별 농민이 갖출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참조 : <홍선표, '국내 농업 콘텐츠 플랫폼 수립 및 활성화 전략 - 네이버 FARM판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원 석사학위 논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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