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선표 Feb 10. 2018

온라인몰에서 농민 사진은 커지고 농산물 사진은 줄어든다

돈버는 농업스토리(2) 네이버 산지직송, 카카오 카카오파머는 왜~

돈 버는 농업 스토리 첫 회에선 블로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으로 수익을 늘리는 데 성공한 농민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소비자는 콘텐츠(블로그, SNS, 동영상 등)를 통해 알게 된 농민이 키운 농산물을 사고 싶어한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확인했다.

이번 회에선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농민이 그렇지 않은 농민들보다 왜 유리한지, 그리고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농민 개인의 스토리를 어떻게 상품 판매에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그 키워드는 '신뢰'다.

온라인몰은 트렌드의 최첨단에 서있다. 유행에 민감하고 구매력이 높은 젊은 여성층이 주 고객층이고, 마케팅 전략이 실제 판매에 미치는 영향도 오프라인보다 크기 때문이다. 자칫 트렌드에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금세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 비해 트렌드 민감도와 변화의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대형 IT(정보통신) 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IT서비스 기업이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 영역에서 다음카카오는 메시징 앱 분야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에 있다. 두 회사는 농어민이 소비자에게 자신의 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산지직송'과 카카오톡 '카카오파머'가 그런 서비스다. 

항상 변화의 앞단에 서있는 IT대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채소, 과일, 고기, 생선 등 먹거리를 판매할까? 우선 네이버 푸드윈도의 하위 카테고리인 산지직송((http://swindow.naver.com/fresh/directfarm/home) 사례부터 살펴보자. 

<그림 1> 네이버 산지직송 첫 화면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산지직송엔 현재 2000여 명의 개별 농어민 생산자가 입점해있다. 소비자가 쇼핑몰에 올라있는 상품 소개글을 보고 주문하면 농어민이 산지에서 직접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그림 1>은 산지직송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나오는 첫 화면이다.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뭔가 좀 다르다. 판매 중인 상품 사진은 구석에 조그맣게 들어가 있는 반면 농어민 사진은 그것보다 열 배는 크게 배치돼있다. '경남고성 000' 처럼 생산자의 실명도 박혀있다. 상품보다 사람이 먼저다.


상품을 클릭하고 소개글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이 농수산물이 얼마나 좋은지 알리는 내용보단 '누가 생산하나요?'란 질문에 대한 설명이 가장 먼저 나온다. '어디서 생산하나요', '000님의 상품은 어떻게 달라요?', '맛있게 먹는 법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그 뒤를 잇는다.

<그림 2> 카카오파머 첫 화면

사람과 스토리를 앞세우는 건 카카오톡 안에 자리 잡은 카카오 파머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파머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쇼핑에 최적화된 서비스다. 이곳 첫 화면 제일 윗부분엔 '#오늘의 농부'이란 이름으로 다섯 농가의 스토리가 번갈아 가며 나온다. <그림 2>


상품 소개글로 들어가면 '안녕하세요. 농부 000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생산자의 인사말과 짤막한 스토리가 나오도록 형식이 통일돼 있다.

더농부가 그동안 만나온 농민들 @더농부

네이버, 카카오. 두 IT 공룡은 왜 농수산물을 팔 때 맛과 품질이 좋다는 걸 강조하는 대신 생산자 농어민을 전면에 내세우는 걸까? 


소비자들이 농수산물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맛이 좋고, 영양분이 풍부하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걸 강조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것들은 지금도 중요한 가치다. 최근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바로 '믿음'이다. 내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됐다는 걸 믿을 수 있는 신뢰감.

<그림> 콘텐츠 구독이 농산물 구매 의사 향상에 미치는 영향 @홍선표

지난 회에서 살폈듯 소비자는 자신이 읽은 콘텐츠에 나온 농민이 키운 농산물을 사고 싶어 한다. 응답자의 70%가량이 '인터뷰 콘텐츠 등에 등장한 농민의 농산물을 사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강한 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그림3>


어떻게 재배, 수확, 사육, 가공하는지 콘텐츠를 통해 확인한 농축수산물인 만큼 믿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쇼핑몰 착한가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이곳에서 역시 농업인의 스토리가 중요하다. @더농부

사업 규모가 영세한 농민들이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자신의 상품을 알리는 것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별 농민이 택할 수 있는 최적의 홍보·마케팅 전략은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상품을 알리는 것이다. 꾸준한 블로그·SNS 활동으로 소비자에게 '이 사람이 키우는 농산물은 안전하고 맛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줘야만 직거래를 통해 수익을 높이는 게 가능해진다.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믿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야말로 개별 농민이 갖출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참조 : <홍선표, '국내 농업 콘텐츠 플랫폼 수립 및 활성화 전략 - 네이버 FARM판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원 석사학위 논문, 2018>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베스트셀러 경제서적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의 저자 홍선표 기자가 지금 이 글처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보내드립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홍자병법> 뉴스레터 보기)


(돈 버는 농업스토리 1회를 보고싶으시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이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저는 경제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을 운영 중입니다. 네이버가 오디오클립 TOP 10 채널로 선정됐습니다. 경제경영 분야에 대한 쉽고 깊이있는 설명을 만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구독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유튜브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팟빵에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블로그·SNS하는 농민이 돈 더 많이 버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