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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Feb 02. 2020

"로마군은 불리한 지형으로 진격하지 않는다"

<갈리아 전쟁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카이사르의 한 마디

토요일인 어제는 모처럼 집에서 쉬면서 로마 시대 정치가인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전쟁기>를 읽었습니다. 그가 갈리아, 지금의 프랑스 지역의 총독으로 있으면서 8년간 벌였던 전쟁의 과정을 직접 기록으로 남긴 책이죠.    


카이사르는 뛰어난 정치가이자 군인이면서 또 당대 최고의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남긴 <갈리아 전쟁기>와 <내전기>는 라틴 문학의 명작으로 꼽히는 책이죠. 그의 책이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카이사르의 간결하고 명료하며 객관적이고 생생한 문체 덕분입니다.


“카이사르의 글은 알몸과 같아서, 인간이 몸에 걸치는 장신구를 벗어던졌을 때 생겨나는 매력으로 충만해 있다”


서양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웅변가, 작가로 꼽히는 카이사르와 동시대 인물인 키케로가 남긴 말인데요.


책을 읽어보니 왜 이런 평가가 나왔는지 잘 알겠더라고요. 자신의 생각과 판단, 행동을 기록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고요.


또 전쟁에 관련된 모든 세부적인 내용들을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겨놓은 모습에서는 1급 저널리스트의 꼼꼼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전투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마치 무협지 속 장면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긴박함이 느껴지더군요.


이렇게 잘 쓴 책이기 때문에 읽다가 걸리는 부분 없이 술술 읽어 내려갔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정리해서 글을 써볼 계획입니다.


전략의 관점에서 봤을 때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는 “로마군은 불리한 지형으로 진격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었는데요.


이 말처럼 카이사르는 절대로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당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과 로마군이 최소한의 손실만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기 전까지는 군대를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꼭 감당해야만 하는 위험이라면 과감히 ‘주사위를 던진 뒤’ 뛰어들었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위험을 불필요하게 감당하는 건 극도로 싫어했다는 말입니다.


적의 군대를 이끄는 최고 지휘관이 자리를 비웠고, 적군에게 기병대가 없는 상황이라 돌격해 들어가면 이길 수 있을 거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적군이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기더라도 아군의 피해가 적지 않을 거 같다면 과감하게 군대를 돌려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죠.



적을 향해 돌격해 들어가자는 병사들의 외침에 남겼던 카이사르의 대답이 그의 이 같은 신념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승리하려면 불가피하게 다수의 용맹한 병사들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대들이 카이사르의 명예를 위해 어떤 위험도 감수하려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병사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카이사르 자신이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같은 내용들을 읽으면서 카이사르 역시 수많은 전략의 대가들과 마찬가지로 먼저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든 뒤, 최소한의 손실만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만 몸을 움직인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손정의, 빌 게이츠, 윈스턴 처칠, 앙겔라 메르켈,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자신만의 전략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낸 탁월한 리더와 뛰어난 기업인들의 사례를 쉽게 분석해 나의 일상과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역시 과거든 현재든, 동양이든 미래든, 그리고 전쟁이든 기업 경영이든 최고의 고수들은 ‘먼저 이겨놓은 다음에 싸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자병법>이 어떻게 하면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핵심만을 잘 설명해놓은 매뉴얼이라면 <갈리아 전기>는 매뉴얼에서 설명한 내용들을 어떻게 실전에 적용했는지를 설명해놓은 사례 모음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의 후속편이 나온다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야기도 꼭 집어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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