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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ug 03. 2020

24살에 쓴 '글' 그대로 실천한 유일한 박사의 삶

최고의 리더는 자신의 목표를 세우기 위해 글을 쓴다

(얼마 전 <유일한 박사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꼽히는 4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자의 삶과 그의 경영 비결에 대한 글을 썼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이에 이어서 그가 자신이 평생 실천할 뜻과 목표를 세웠던 순간에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유일한 박사님의 삶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한 이전 글은 하단에 링크로 첨부해뒀습니다.) 


아홉 살 어린 나이에 홀로 미국으로 떠나 그 후 22년 동안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미국에서 보냈던 유일한. 그가 조국의 독립과 발전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뜻을 세우고 평생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던 건 언제, 어디에서였을까?


유일한 박사는 자신이 행하고 이뤘던 바를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자신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바쳤던 노력에 대한 이야기들도 그렇다. 


지금부터 나올 이야기는 후세의 연구자들이 한국 독립운동사와 유일한의 삶에 대해서 연구하며 찾아낸 사실이다.

  

1919년 4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던 한인자유대회  행사


1919년 4월 14일,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작은 극장으로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모여들었다. 


한 달 전 한국에서 있었던 3·1 운동의 소식이 미국에까지 전해지자 미국에 거주하던 한인들도 이에 힘을 보태기 위해 ‘한인자유대회’라는 이름의 독립운동 행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미국 각주에서 선출된 한인 대표들이 모인 자리였다. 

  

사흘간 치러진 이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는 한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한국인들의 의지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이었다. 모두 네 개의 성명서가 발표됐고, 한 성명서당 세 명의 작성위원이 글을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발표된 성명서의 제목은 <한국 국민의 목적과 열망을 선언하는 결의문>이었다. 앞으로 자주 독립국이 될 한국은 어떤 제도와 정신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하는지를 밝히는 글이었다. 


새로운 한국의 꿈과 미래를 담아낸 글이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 유기연 선생과 함께 찍은 사진


당시 스물네 살로 미시간대학교 학생이었던 유일한은 헨리 김, 조운우라는 다른 두 명과 함께 이 성명서를 작성했고, 이를 직접 참가자들 앞에서 발표했다. 


성명서를 낭독하는 역할까지 맡았으니 그가 조국의 새로운 미래를 담은 글을 쓰는 일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결의문은 모두 10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앞으로 유일한이 걸어갈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항들만 살펴보자.

  

유일한 박사가 13살에 입교해 군사훈련을 받았던 한인소년병 학교


“우리는 ‘세계 모든 국가와의 자유무역’을 원하며, 타 국민과의 협조 밑에 공평히 상공업을 발전시킨다.” 

  

“우리는 모든 정부의 정책 활동보다도 ‘민중의 교욱’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민중의 건강’은 의사들이 첫째로 고려할 일이며, 우리는 과학적인 감독 하의 현대적 건강 증진을 믿는다.”


 “우리는 ‘자유로운 언론과 출판’을 믿는다. 우리는 공평한 기회, 합리적인 경제정책, 세계 각국과의 자유로운 교역 등 전체 국민의 발전을 위해 가장 유망한 여건을 형성시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전적으로 따른다.” 

  

이 조항들에는 청년 유일한이 그 이후 반세기 동안 추구해가는 목표들이 집약돼 있다. 


그의 일생은 그가 스물네 살에 썼던 글을 통해 밝혔던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가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이뤄나갔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고등학생 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유일한 박사


그는 경제력을 갖추는 일이야말로 조국의 독립과 신생 국가인 한국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숙주나물 장사로 시작해 라초이 식품회사를 세운 것도, 훗날 한국에 돌아와서 연세대학교 상학과(오늘날의 경영학과) 교수 자리를 맡아달라는 자리를 거절하고 유한양행을 세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성명서에도 썼듯이 자유로운 무역이야말로 경제발전을 이뤄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믿었다. 처음에는 외국 제약회사의 의약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 사업이 어느 정도 사업을 자리 잡은 뒤에는 한국의 특산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일에 집중했다. 


해외 수출을 목표로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는 화문석, 대나무 가공품, 슬리퍼 등의 소품을 만드는 공장을 세웠고, 종로구 새문안에도 수출용 나전칠기를 제작하는 공장을 건립했다.

  

그는 살면서 한 편의 논문을 남겼다. <한국과의 교역을 권하다>(Do Business with KOREA)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향하던 1944년 11월 그가 미국에 머물면서 쓴 글이다. 


미군 자문위원으로 일했던 덕분에 남들보다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그는 전쟁이 곧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는 곧 한국의 해방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40대 초반의 유일한 박사


해방된 한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 최대 경제국가인 미국과의 교역이 필수적임을 알고 있었던 그는 이 논문에서 한국과 한국인들에겐 미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으며, 한국에 대한 투자는 미국과 미국 기업들에게도 이로운 일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제 곧 등장할 신생 독립국 한국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이끌어내는 게 기업인인 자신의 역할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펜을 들어 글을 썼다.   

  

교육과 의료의 발전은 그가 평생에 걸쳐 모든 노력을 쏟아냈던 분야다. 좋은 품질의 의약품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유한양행을 창업했고, 국민들의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한 수많은 노력을 했다. 

  

많은 제약회사들이 자신들이 만든 약을 만병통치약으로 과장 광고하던 1930년대 혼탁했던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유한양행만큼은 이런 모습을 따라 하지 않았다. 


대신 신문 광고를 통해 ‘의사는 당신의 친구’라며 ‘약은 반드시 의사의 지도를 받아 복약해야 한다’는 공익광고와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사의 지도에 따라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30년대 유한양행 광고

  

교육이야말로 유일한 박사가 유한양행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업이다. 사재를 들여 유한전문학교, 유한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을 설립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전 재산을 교육 사업에 써달라고 기부했으니 말이다. 

  

“국가, 교육, 기업, 가정은 순위를 정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모두 중요한 명제들이다. 하지만 나에겐 바로 ‘국가, 교육, 기업, 가정’의 순위가 된다”는 말에서 교육 사업에 대한 그의 애정과 헌신을 느낄 수 있다. 

  

지금껏 스물네 살에 자신이 쓰고, 사람들 앞에서 소리 내어 읽은 글에 담긴 목표들을 하나하나 이뤄나간 유일한 박사의 모습을 살펴봤다. 


최고의 리더들은 자신이 앞으로 실천해나갈 목표를 정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와 이상을 다른 이들에게 밝혀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이렇게 모은 사람들과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글을 쓴다. 


최고의 리더에게 글쓰기가 최고의 전략적 무기인 이유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유일한 박사님의 삶과 4가지 경영원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글)


(이글은 올해 연말에 출간될 '최고의 리더는 왜 글을 쓰는가'(가제)에 들어갈 원고입니다. 홍선표 기자가 보내드리는 지식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이번 글처럼 세상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일주일에 한번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바로 구독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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