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잔소리꾼과 현명한 조언자를 가르는 단 한 가지 기준
“여러분 중에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반발하거나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충분히 이해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 1959년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회사를 창업한 이후 반세기 넘게 단 한 번의 적자도 보지 않으며 회사를 직원 7만여 명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그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데요.
그는 또한 40여권을 책을 내 1000만 권 넘게 판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의 책을 10권 넘게 읽었으니 그의 애독자라고 할 수 있죠.
이 책들을 읽어나가면서 그에게는 그만의 화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결코 남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탁월한 성과를 낸 경영자이지만 그는 결코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담담히 말하고 자신이 살면서 이뤄낸 성과를 하나씩 보여줄 뿐이죠.
읽는 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 아무리 귀중한 지식과 지혜를 말해준다고 해도 결코 듣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되면 다시 알아서 찾아올 테니 굳이 지금 귀 기울일 준비가 안 돼있는 사람을 설득하느라 애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자기 역시도 젊은 시절 부모님이 이런저런 말을 들려주면 제대로 듣지 않고 삐딱하게만 받아들였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 누구도 꾸짖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으며 그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보여줍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오면서 이런 것들을 깨달았는데 이런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 한 번 들어보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다만 지금 당장 듣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했던 이야기들을 머릿속 한 편에 잘 보관해두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언젠가는 분명 자신이 말이 도움이 될 때가 있을 거라면서요.
그저 보여줄 뿐 남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이뤄낸 것으로 증명할 뿐 남을 억지로 설득하려지 않는 태도는 이나모리 뿐 아니라 다른 뛰어난 경영자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이런 모습을 보면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필요를 느낄 때만 행동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리더가 갖춰야하는 조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치없는 잔소리꾼과 지혜로운 조언자를 가르는 기준도 바로 여기에 있고요.
아래 글은 이나모리 가즈오가 자신의 첫 번째 책인 <일심일언>에 쓴 짧은 머릿글입니다. 이 글을 읽어보시면 제가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더 정확하게 이해하시 수 있을 겁니다.
“젊을 때에는 부모와 교사, 직장 상사로부터 주의를 받거나 무언가 가르침을 받더라도 반발하기 쉽다.”
“나도 부모로부터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종종 ‘젊을 때 고생은 팔아서라도 하지 마라’하고 말을 바꿔치며 반발했던 기억이 있다.”
“반발할 때는 하더라도, 인생의 선배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머릿속 한 편에 잘 보관해두는 것만큼은 잊지 말자.”
“스스로 인생을 걷기 시작하는 것은 지도도 없는 대양에서 노를 젓기 시작한 것과 같다. 그때 인생의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들이 하나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하는 이야기도 그와 같다. 여러분 중에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반발하거나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여러분이 일을 할 때나 인생을 살아가는 도중에 장애와 맞닥뜨렸을 때, 지금의 이야기를 떠올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부터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괴로워하고, 인생을 살면서 고민하는 와중에 어렵게 습득한 내용이다”
“언젠가는 여러분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첫책 <일심일언>의 머릿글-
홍선표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공저) 저자
rickeyg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