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선표 May 23. 2018

물가, 올라도 내려도 경제에 큰 문제인 이유.

물가는 누가 어떻게 왜 정하나? 나라를 망하게 하는 물가 불안정.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물가, 올라가도 내려가도 문제인 이유. 물가의 종류는 몇 개나 되고 누가, 어떻게 정하나. 물가 상승과 하락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라는 주제로 우리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이슈인 물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여러 물가지수의 종류에는 무엇 무엇이 있고 각각의 물가지수는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물가가 지나치게 올라도 또 지나치게 낮아져도 우리 경제에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물가는 여러 경제 이슈들 중에서도 뉴스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인데요. 그만큼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검색 사이트에서 물가라는 두 글자만 쳐봐도 바로 조금 전에 올라온 기사들이 주르륵 뜨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물가에 대해 쓴 기사들은 대부분 걱정스러운 뉘앙스를 띄고 있는데요. 물가가 몇 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가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장보기가 무서워졌다는 내용들이죠. 

  그렇다면 물가란 뭐고, 물가가 오르면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지금부터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가를 이해하기 쉽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여러 가지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 수준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토마토 케첩이면 케첩, 자동차면 자동차, 오징어면 오징어처럼 각 상품별로 가격이 올랐고 떨어졌는지를 살피지 않고 물가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상품의 가격 변동을 복잡하게 평균을 내는 걸까요? 여러 상품의 가격 변동을 하나로 합쳐 평균값으로 나타내다 보면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을 텐데 말이죠. 

  

  그 이유는 물가를 계산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매달 물가를 측정해 발표하는 이유는 전반적인 상품 가격의 변화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전반적인 상품 가격이 오르는 추세인지 내리는 추세인지를 확인해야 적절한 경제정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물가 상승, 물가 하락이 경제에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잠시 뒤에 다시 자세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게 물가를 측정하는 목표다보니까 한 가지나 몇 개 품목의 가격 변동만을 확인해서는 제대로 된 흐름을 찾아내지 못하게 됩니다. 상품별로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주기도 큰 차이가 나죠. 예를 들어서 식재료나 음식, 옷, 교통비, 기름값은 사람들이 자주자주 소비하거나 비용을 지불하는 품목인데 비해서 자동차, TV, 냉장고, 세탁기 같은 상품은 몇 년에 한 번씩 아주 길게는 십여 년에 한 번씩 소비하는 상품들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상품만으로 물가를 구하기보단 가급적 많은 상품들로 대상 품목을 구성하고 사람들이 해당 상품과 서비스에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금액에 따라 가중치를 둬서 물가를 구하고 있습니다. 일단 사람들의 소비가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대상 품목을 구한 다음에 사람들이 많이 그리고 자주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일수록 물가지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도록 계산한 게 물가입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는 그 종류가 여러 개입니다. 어떤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주로 다루느냐, 해당 물가지수의 변동에 주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등의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 종류만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생산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한 생산자물가지수, 제1차 도매상의 판매 가격이 기준이 되는 도매물가지수, 소비자가 구입할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한 소비자물가지수 등이 있습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다양한 경제, 경영 이슈에 대한 팟캐스트를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 10 채널로 선정됐습니다.)  



여러 물가지수 중에서도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또 피부에 와 닿는 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에서 매달 발표하고 있는데요.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이 선정한 460개 대표 품목에 들어가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기준으로 작성됩니다. 소비자물가 지수의 기준이 되는 460개 항목은 2016년 말에 확정된 상품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대표 품목은 5년에 한 번씩 바뀌게 되는데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과 트렌드도 달라지기 때문에 대표 품목에 새롭게 추가해야 할 상품도 생기고 반대로 제외해야 하는 상품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을 보면 한국 사회의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평균적인 한국인의 소비 행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16년 개편에서도 시대 변화를 반영해 대표 품목에서 추가되거나 제외된 항목들이 나왔습니다. 우선 소비가 줄어들어서 대표 품목에서 빠진 상품들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모두 10개 품목이 2016년 개편에서 이름이 빠졌는데요. 꽁치, 케첩, 잡지, 사전이 대표 품목에서 탈락했고요. 예방접종비도 무상 접종이 확대되면서 대표 품목에서 제외됐습니다. 2016년 당시 새롭게 추가된 항목으로는 현미, 블루베리, 아몬드 등 18개 품목이 있습니다.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식재료의 소비가 늘어났다는 설명입니다. 휴대폰 수리비도 이때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에 들어갔습니다. 2018년 5월 현재 발표되고 있는 소비자물가 지수는 2015년의 물가 수준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5년 가격을 100으로 놓은 상태에서 물가의 오르고 내림을 파악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를 제외하고도 몇 가지 더 있는데요.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고 또, 생활비에서 나가는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만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채소·과일·생선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 등이 있습니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일은 국가 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쇠락해가는 국가들에선 공통적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 제국 말기에도 물가가 치솟았었고 가까운 역사를 살펴보면 1차 세계대전 이후 1923년 독일에서는 살인적인 수준의 물가 급등 현상이 일어납니다.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1923년 독일인들이 겪었던 인플레이션은 여기에 ‘과도하거나 지나침’을 나타내는 뜻의 접두사 하이퍼를 붙여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립니다. 우리말로는 초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요. 


당시의 물가 급등이 얼마나 심각냐면 1918년만 해도 한 덩이에 0.5마르크였던 빵 가격이 5년 뒤인 1923년에는 무려 1000억 마르크로 뛰었습니다. 당시 환율은 1달러에 4조 마르크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돈의 가치가 지폐를 찍어내는 종이의 가치보다도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거죠. 이 같은 극심한 경제불안은 이후 히틀러가 이끄는 전체주의 나치 정권이 등장하는 배경이 됩니다. 경제적 안정과 번영 없이는 정치적 안정을 이룰 수 없는 건 동서고금을 통틀어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각 나라의 정부가 물가안정에 주력하는 것은 이런 역사적 교훈 때문인데요.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그 설립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설립목적에 ‘한국은행은 물가안정 목표를 정하여 국민에게 공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나와있는 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가가 오르고 내리는 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경제에 이렇게 중요한 걸까요? 물가를 안정시키는 일이 경제에 중요한 건 물가 안정이 곧 우리가 사용하는 돈의 가치를 안정시키는 일과 같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오르게 되면 같은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을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는 곧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과 같습니다. 반대로 물가가 내려가게 되면 같은 물건을 더 적은 돈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곧 돈의 가치가 올랐다는 말과 같습니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이 일정한 가치를 유지한다는 믿음이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물가가 오르게 되면 우리 사회와 경제에는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는 걸까요? 쉽게 말씀드리면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한 사회 안에서 부와 소득의 분배가 불평등하게 됩니다. 물가가 상승하면 기존에 돈과 재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를 늘리는데 훨씬 더 유리하게 됩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줄어들게 되죠. 이는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에겐 사실상 소득이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은퇴 이후 연금으로 생활하는 연금생활자들도 물가가 오르면 소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은행에 돈을 저축해둔 사람들도 돈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사실상 손해를 보게 됩니다.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무주택자들의 경우에도 물가가 오르게 되면 내 집 마련의 꿈이 더욱더 멀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물가 상승으로 소득이 감소하는 데 비해서 기존에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단 부유층에게는 물가 상승이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건물이나 주택, 토지 등 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는 부유층들은 특히나 물가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데요. 갖고 있던 부동산의 가치가 물가 상승으로 오르게 되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욱 부유해지게 됩니다. 물가 상승이 부유층과 대부분의 근로자 사이의 부의 분배를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기를 부추기는 이유입니다.


  또한 물가가 오르게 되면 경제 안에서 소비는 줄고 저축은 줄어들게 되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갖고 있는 돈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돈을 은행에 맡기기보다는 지금 당장 소비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저축률 감소는 기업이 은행을 통해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는 걸 어렵게 만들어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지면 근로자들이 받는 급여의 실제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올라서 기존의 부유층은 더 큰 부를 갖게 되는데요.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가져다주고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이 정도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물가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아주 간단히 간추린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물가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물가 하락은 물가 상승과는 달리 경제에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걸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물가가 더 떨어진 다음에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려 하기 때문에 국가 경제 안에서의 소비가 계속해서 줄어듭니다. 소비자들의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의 매출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기업의 생산활동과 투자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일자리도 줄어들게 됩니다. 

  기업으로서는 같은 물량의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도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에 벌어들이는 돈 매출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됩니다. 앞에서 물가가 떨어졌다는 말은 돈의 가치가 올랐다는 말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기업이나 가계가 갖고 있는 부채, 그러니까 빚에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실물 자산의 가격은 떨어졌는데 숫자로 표시된 부채는 그대로기 때문에 사실상 부채의 실제 가치가 올라간 셈입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옛날에는 갖고 있는 집을 팔면 내가 진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물가 하락으로 집값이 떨어져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상황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2012년 집권해 2018년 5월 현재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 정권이 아베노믹스란 이름의 경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물가 하락 추세, 디플레이션 추세에서 탈출하겠다. 물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늘은 ‘물가, 올라가도 내려가도 문제인 이유. 물가는 어떻게 정해지고 물가 상승과 하락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란 주제로 다양한 물가지수의 종류와 물가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물가가 올라가고 내려갈 때 각각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분들 모두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베스트셀러 경제서적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의 저자 홍선표 기자가 지금 이 글처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보내드립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홍자병법> 뉴스레터 보기)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다양한 경제, 경영 이슈에 대한 팟캐스트를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유튜브에서도 써먹는 경제경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명문대 텃세에 쫓겨난 27세 공학도. 직원 7만, 세계 500위 기업을 만들다. 아메바 경영


(팟빵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레토vs롱테일, 소수와 다수 중 세상을 바꾸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