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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May 29. 2018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나. 올해 인상률 최고는 아니다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을 둘러싼 찬반 의견의 근거들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최저임금, 누가 어떻게 정하나? 매년 최저임금이 달라지는 이유 그리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이 점점 커지는 이유’라는 주제로 최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작된 역사에 대해서 알아본 뒤 국내에선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내리면 우리 경제의 성장과 기업 활동, 근로자의 생활, 일자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흔히들 2018년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 16.4%가 역대 최고라고 하는데요. 금액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인 게 맞지만 인상률을 따졌을 땐 역대 네 번째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도 살펴보겠습니다.


  다른 모든 경제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문제도 그 이슈만 딱 떼어놓고 살펴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경제 현상이 나타났을 때 각자가 갖고 있는 정치적 성향과 사상적 신념에 따라서 이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과 처방법을 내놓는데요. 최저임금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있는 이슈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최저임금 제도가 만들어진 역사와 도입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개별 근로자가 받는 임금액의 최저한도를 정한 뒤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자에게 사람을 고용하려면 이 정도 금액은 꼭 지급하라고 법으로 정해놓은 제도입니다. 경제학자와 역사학자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최초로 최저임금이 도입된 곳은 뉴질랜드입니다. 뉴질랜드에선 1894년 ‘산업조정 중재법’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 최저임금의 효시가 되는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이후 20세기 전반에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유럽과 북미권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로 최저임금 제도가 확산돼 나갔습니다. 


  한국에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건 1986년입니다. 1986년 최저임금법이 만들어졌고 1988년부터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됐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최저임금법으로 정한 일정 금액 이상을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의 모든 근로자에게 영향을 최저임금은 모두 27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는데요. 


  그 절차를 좀 살펴보면 법에 따라서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달라고 심의를 요청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요청을 받은 지 90일 이내인 다음 연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서 다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그 액수를 말해줘야 합니다. 보통 6월 말입니다. 그러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원회가 결정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최저임금을 공식적으로 결정합니다. 이렇게 결정된 최저임금은 다음연도 1월 1일부터 적용되게 됩니다.


2019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는 예년보다 한달 이상 늦게 첫 회의를 시작했다. 한경DB


  한국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들을 공정하게 선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만약 위원회가 기업인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근로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고 반대로 근로자의 입장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이 역시 기업활동에 부담이 되는 무리한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7명의 위원들을 모두 9명씩 세 부류로 나뉘는데요.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사용자단체가 추천하는 사용자위원 9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가 추천하는 근로자위원 9명, 그리고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됩니다. 


  청취자 분들도 쉽게 짐작하실 수 있듯이 위원들 대부분이 사용자단체와 노동계의 추천을 받아 위원회에 들어온 분들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정할 때 매우 치열한 논쟁을 펼쳐집니다. 논의 결과에 반발해 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법에서 정한 시한이 넘기도록 최저임금 인상액을 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018년 올해 같은 경우에는 위원회 구성 자체가 평소보다 한 달 넘게 늦어지면서 최저임금을 심의할 시간 자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글은 홍선표 기자가 만드는 오디오클립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이슈 뒤에 숨겨진 경제 원리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본문 하단에 첨부된 오디오클립 링크를 클릭해 구독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 10 채널로 선정됐습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거센데요. 우선 2018년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부터 알아볼까요? 2018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2017년도보다 16.4% 올랐습니다. 시간당 임금이 16.4%가 올랐으니까 분명 인상폭이 작은 건 아닌데요. 하지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16.4%의 인상률이 역대 가장 높은 인상률을 아닙니다. 절대적인 금액만 놓고 보면 2018년에 오른 1060원이 가장 큰 금액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인상비율을 따져보면 2018년 인상률보다 높았던 적이 세 번 있었는데요. 제도 도입 초기인 89년에 26%가 올랐고 91년도에 18.8%가 올랐습니다. 그리고 2000년에 다시 16.6% 올랐습니다. 인상 비율만 놓고 보면 이번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2000년대에는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뛴 경우가 모두 다섯 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씀드리고 끝내면 ‘과거에도 이보다 최저임금이 더 급격하게 오른 적이 있었는데 큰 문제없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러겠지’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한국경제가 한창 고도성장하던 과거에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명목임금 상승률이 최저임금 상승률보다 높았습니다. 굳이 최저임금을 법으로 올리지 않더라도 저임금 노동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이 저절로 높아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이 점점 떨어지면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03년에는 전체 근로자의 6.4%인 84만 9000명만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았지만 그 비율이 2010년에는 15.9%, 256만 6000명으로 크게 높아졌고 올해에는 23.6%, 462만 5000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쉽게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던 과거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이 적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지만 경제성장이 둔화된 최근에는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의 23.6%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한 가지 있는데요. 제가 방금 2018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23.6%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 정도가 시급 7530원 최저임금만 받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간단하게만 설명드리면 2018년 5월 기준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의 범위에 기본급과 직무수당만 포함돼 있습니다. 


  상여금과 성과급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성과급은 최저임금법에서 말하는 임금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뉴스를 보면 연봉 4000만원, 5000만원 많게는 6000만원 이상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덩달아 임금이 오르게 돼서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는 내용을 볼 수 있는데요.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최저임금법에서 말하는 임금의 범위에 기본급과 직무수당만 포함되고 상여금과 성과급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본급의 비율이 낮고 상여금과 성과급의 비중이 높은 한국의 임금 구조가 최저임금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주말에 하루치의 임금을 더 줘야 하는 주휴수당 제도가 있어 주휴수당까지 계산할 경우에는 실제 최저임금 수준은 9000원 대로 미국, 일본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원고를 작성하던 2018년 5월 28일 국회는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많이 받던 근로자일수록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임금 상승효과가 줄어들었습니다. 이 내용을 오늘 설명하기에는 글이 지나치게 늘어나게 될 거 같아 이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기회 있을 때 다시 한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껏 말씀드린 것처럼 2018년 들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게 됐는데요.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최저임금을 받는 미숙련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소규모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이 폐업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바람에 오히려 미숙련 저소득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들어 이들의 소득도 감소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른바 ‘최저임금의 역설’이라고 불리는 주장인데요. 주류 경제학에서 최저임금, 임대료 제한 정책 등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제한 정책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해서 지적할 때 살펴볼 수 있는 주장입니다. 

  

  이에 비해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은 근로자들이 자식들의 교육과 최소한의 문화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생활임금 영어로는 living wage에 미치지 못한다며 당분간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높여서 이들이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게 하고 이렇게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도 늘어나고 돈을 더 많이 벌게 된 기업은 더 많은 투자에 나서게 되고 결국 일자리도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게 된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최저임금 인상의 이론적 근거로 꼽힙니다. 


  

  똑같은 10만 원의 소득이더라도 고소득층에게 주면 있으나 마나 한 돈이지만 저소득층에게 주면 당장 생활에 유용한 물품들을 구매하게 돼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한계소비성향 즉 자신의 소득이 늘었을 때 소비를 증가시키는 정도가 큰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도록 해 경제 전반의 긍정적인 승수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8년 5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 소득부문 조사’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중 소득 기준으로 하위 20%에 속하는 저소득층 가구의 명목소득이 월평균 124만 원 670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떨어졌습니다. 소득 하위 20~40% 가구의 명목소득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어들었는데요. 둘 다 2003년 통계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대 감소율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최저임금이 오르자 오히려 저임금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소득이 감소한 여파가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기획재정부에서는 “1분위 소득이 준 것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라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같은 대규모 정책이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여기까지가 오늘 제가 준비한 내용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국가 경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큰 정책인 데다 한국 같은 경우 기본급, 직무수당, 성과급, 상여금, 복리후생비, 주휴수당으로 이뤄진 복잡한 임금 구조 때문에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요. 또한 ‘최저임금을 얼마만큼 올려야 하느냐’는 질문은 어떻게 보면 경제 현상에 대한 해석과 처방을 넘어서 정치적 신념의 영역에 해당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다른 주제에 대한 방송을 준비할 때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했고 원고도 신중하게 작성하게 됐습니다. 혹시 방송을 들으시고 더 궁금하신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이야기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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