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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Sep 27. 2018

가계부채 1500조, OECD보다 8배 빨리 느는 이유

5년 만에 500조 늘어난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5년 만에 500조 늘어난 가계부채 1500조, 해외 선진국보다 8배 빠르게 늘어나는 빚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2013년 12월 처음으로 1000조를 넘은 가계부채는 이후 매년 급격하게 불어나며 2018년 6월엔 1493조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빚이 5년 사이 500조 원이나 늘어난 것인데요. 빚이 크게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OECD(경제협력기구)에 가입한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여덟 배나 빠른 증가 속도도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건 한국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비율에 비해 빚이 늘어나는 비율이 더 빠르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빚이 빠르게 늘어나자 정부에서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늘 방송에서는 평소 언론에서 나오는 가계부채란 정확히 무엇인지, 가계 부채를 이루는 대출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본 뒤 그동안 가계부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는지, 그리고 가계부채의 증가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 모두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내 가계부채 문제는 어느 정도나 심각한 건지에 대한 정부, 한국은행, 경제 전문가들의 다양한 평가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선 우선 가계 부채란 정확히 무엇인지, 누가 누구로부터 어떻게 빌린 돈이 가계 부채로 잡히는 건지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가계 부채란 가계, 그러니까 좀 더 쉬운 단어를 쓰자면 가구나 가족이 은행과 같은 금융 기관에서 빌린 돈을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계는 경제분야에서 정부, 기업이 아닌 개인들을 칭할 때 쓰는 말이니 그냥 개인이라고 이해하시 게 좋습니다. 개인들이 주택 구입이나 전세 보증금 마련, 생활비 마련, 상품 구입 등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가계부채입니다. 개인들끼리 서로 빌려준 돈은 가계부채로 잡히지 않습니다. 


가계부채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먼저 은행,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빌린 돈이 있습니다. 이를 가계대출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하나는 판매신용인데요. 우리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고 나서 아직 카드회사에 입금하지 않은 금액이나 00 캐피털 회사 같은 할부금융회사를 통해 구입한 물건의 남은 할부 금액 등이 판매신용에 포함됩니다. 약 15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에서 판매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조 원이니 대부분의 가계부채가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계 부채의 뜻에 대해서 알아봤으니 지금부턴 국내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018년 9월 20일 한국은행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나와있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6월 기준 한국의 가계 부채는 1493조 2000억 원입니다. 세 달 전인 2018년 3월에 비해서 약 25조 원이 늘어났고요. 일 년 전인 2017년 6월에 비해서는 7.6%가 늘어난 수준입니다. 부채가 일 년 만에 7.6%가 늘어났다고 하면 분명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그 이전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조금은 주춤해진 상황입니다. 7.6%의 연 증가율은 7.4%를 기록한 2015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2016년 12월 11.6%의 연 증가율을 기록한 가계부채 증가율은 그 이후 1년 반 동안 계속해서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좋아할 수만은 없는데요. 우선 매년 가계부채가 7% 규모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10년 후면 부채 규모가 두 배가 될 정도니 연 7% 증가율도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닙니다. 그리고 개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수준에 비해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버는 돈보다 내가 갖고 있는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인 겁니다.     



  가계부채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사용하는 잣대가 바로 부채 증가율에서 소득 증가율을 뺀 값입니다. 이를 가계부채 증가속도라고 부르는데요. 한국은 2009년부터 2016년까이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연평균 3.1% 포인트였습니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에서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를 빼면 3.1% 포인트라는 값이 나온다는 말입니다. 같은 기간의 통계를 구할 수 있는 OECD 가입국 29개국을 분석해보면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0.4%에 불과했습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에선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와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가 비슷한 데 비해 한국은 그 차이가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 10 채널에 선정된 '써먹는 경제경영'을 구독하면 다양한 경제 이슈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깊이 있는 분석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1493조 원에 달하는 돈을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빌렸는지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한국은행이 낸 ‘2018년 2/4분기 중 가계신용’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2018년 2분기 가계부채가 세 달 전에 비해 약 25조 원 늘어났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늘어난 빚의 절반 가량인 12조 8000억 원은 예금은행이 대출자들에게 빌려준 금액이었습니다. 여기서 예금은행이란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같은 새마을금고 같은 제2금융권 업체들을 뺀 규모가 큰 시중은행들을 말합니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같은 은행들이죠. 이런 시중은행들에서만 세 달 동안 12조 8000억 원의 대출이 이뤄졌는데요. 이 중에서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이 6조 원가량이고요.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같은 기타 대출이 6조 8000억 원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2018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약 44만 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다 보니 아파트 중도금 마련을 위해서 집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집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을 합하면 587조 7000억 원에 달하는데요. 전체 가계부채 1493조 원의 약 40%의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한국 국민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의 40%는 집을 담보로 잡히고 빌린 돈이라는 뜻입니다.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문제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2015년 3월부터 이 방송을 녹음하고 있는 2019년 9월까지 한국은 3년 넘게 1%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예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고 자연스럽게 빚을 얻어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저금리가 유지된 게 가계부채를 크게 늘어난 근본 원인입니다. 참고로 2018년 6월 기준 한국의 명목 GDP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84.8%입니다. 개인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모두 합하면 명목 국내 총생산의 84.8%란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는 가계부채의 정의와 한국 가계부채의 규모에 대해서 설명드렸는데요. 그렇다면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정부에서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하는 걸까요?


  우선 먼저 한 가지 말씀드릴 점은 부채, 빚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적절하게 돈을 빌려서 잘 활용하기만 하면 개인들의 경제활동과 국가 경제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다른 세상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빚도 지나치게 많아지게 되면, 그러니까 갚을 수 있는 능력보다 더 큰돈을 빌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심각한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경기가 안 좋을 때, 그러니까 경기 침체기가 됐을 때 사람들이 갖고 있는 빚이 많다면 경기 침체의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더 크게 증폭돼서 나타나게 되는데요. 이에 따라 침체기에 접어든 경기를 다시 살리는 게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1500조 원의 가계부채는 한국의 경제 규모, 경제 상황과 비교했을 때 적절한 수준일까요? 아니면 지나치게 빚이 많은 상황인 걸까요? 

  이에 대해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은행의 경우 2018년 9월에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서 빚을 갖고 있는 가계의 소득과 자산 규모를 놓고 봤을 때 가계부채 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소득 기준 상위 30%인 고소득자들이 전체 가계대출의 64.1%를 갖고 있다는 게 그 근거인데요. 가계대출의 60% 이상을 고소득자와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이 빌린 거니까 이들이 빚을 갚는데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한국은행 역시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 몇 년째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특히 대출금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소득이 적고,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들. 공식 용어로 표현하면 취약차주들이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이 빚을 잘 갚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기준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당연히 돈을 빌린 사람들이 내야 하는 대출 금리도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출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그 타격은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소득 대출자의 경우 제1금융권 은행에서는 돈을 빌리지 못해 더 높은 금리를 내고 상호금융이나 카드사,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취약차주란 말은 세 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자나 신용등급 7~10등급 사이 저신용자를 말합니다. 그리고 2018년 6월 기준 한국에는 이런 취약차주들이 149만 9000명이 있는데요. 이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가계대출의 6%인 85조 1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이들 취약차주들이 빌린 돈의 65.5%가 은행보다 이자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이라는 것입니다. 상호금융이나 카드사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비중이 다른 대출자들에 비해서 훨씬 높았습니다. 이 말은 결국 돈이 없는 저소득자일수록 돈을 빌리기 위해서 더 많은 이자를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금리가 올라갈수록 저소득 대출자들이 입는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그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미국의 기준 금리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2018년 9월 기준 이미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낮은 상황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 역시 따라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말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개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인데요. 전체 가계부채 규모가 1500조 원이나 되다 보니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습니다. 

  특히 소득이 적은 저소득자 대출자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발생하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저소득 대출자들이 빚을 못 갚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되면 돈을 빌려준 금융 기관의 운영이 부실화되고고 국가 전체의 소비와 성장이 줄어드는 등의 위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늘은 <5년 만에 500조 늘어난 가계부채 1500조, 해외 선진국보다 8배 빠르게 늘어나는 빚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의 가계부채는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데요. 오늘 방송이 청취자 여러분께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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