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과거에 누군가가 나에게 했던 말이나 내 앞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이 내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될 때가 있는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젊을 때는 자기 자신한테 하는 투자가 가장 좋은 투자야”, 이 말은 7년 전인 2015년 가을에 한 경찰 형님이 저한테 해줬던 말인데요. 2013년에 처음 경찰 출입 기자와 강력팀 팀장으로 알게 돼서 지금껏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형님이시죠.
지난달에도 경찰서에 찾아가 같이 점심을 먹었고 다음 달 초에도 다른 경찰 형님들과 같이 술 한 잔 하기로 했으니 꽤나 친한 형님이시죠.
당시 저는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수업을 하는 석사 학위 과정에 진학할지 말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었죠.
그때 제가 진학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던 건 사람들의 시선과 눈치 때문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신문사 조직이다 보니 3년차 밖에 안 되는 젊은 기자가 대학원을 다닌다고 하면 ‘벌써부터 딴생각한다’고 뒷말이 나올 거 같았거든요.
경찰 출입 기자 시설 강력팀 사무실에서 권총집을 차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위 과정이다 보니 입학하려면 부장과 편집국장의 사인과 회사의 직인이 들어간 추천서가 필요해서 회사 몰래 입학하는 건 불가능했고요.
그리고 이 같은 이유로 계속해서 고민하다 평소 친한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강력팀장님께 고민을 털어놓았고, 강력팀장님은 위에 써놓은 것처럼 저에게 말씀해주셨죠.
이 형님은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경찰로 경찰대 출신이시면서도 경찰 생활의 대부분을 일선 경찰서 강력팀에서 보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셨는데요.
자신이 요즘 와서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가 젊었을 때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다음에 곧바로 박사 과정에 진학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대학원에 진학하라고 강력하게 추천하셨죠. 박사 학위 과정을 밟지 않았던 게 지금 와서 큰 후회가 된다면서요.
선배들의 시선이나 눈치 같은 건 별로 신경 쓸 게 아니고 ‘젊을 때는 자기 자신한테 하는 투자가 가장 좋은 투자’라고 말씀하셨죠. 주식, 부동산 같은 투자보다도 훨씬 더 좋은 투자고 결코 손해볼 일이 없는 투자라고 하시면서요.
사회부 기자 시절 취재 모습
그 말을 들은 뒤 용기를 내 부장과 편집국장을 찾아가 추천서에 서명을 받았고 대학원에 진학해 2년 뒤에는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요.
사실 주말 대학원에서 받은 석사 학위라 학위 자체가 저의 진로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든데요.
다만 2년 동안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학교에 나가 공부하는 습관을 들인 건 저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주말을 활용하면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매우 많은 일들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죠.
2018년 2월에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도 주말을 알차게 활용하는 습관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는데요.
대학원을 졸업한 그 달부터 곧바로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이라는 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이름의 브런치도 운영하기 시작했고요.
주말마다 경제, 경영, 금융 분야 상식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고, 이를 대본으로 삼아 팟캐스트를 녹음한 뒤 편집해서 업데이트했죠.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을 창업해 운영하던 대학생 시절
그리고 몇 달 뒤에 제 팟캐스트와 브런치를 본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그동안 썼던 글을 바탕으로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라는 첫 책을 내게 됐고요.
이런 식으로 몇 년간 계속해서 주말을 활용해 창작 활동을 이어나갔는데요. 그러면서 구독자가 1만 명이 조금 넘는 유튜브 채널도 만들 수 있게 됐고, 책도 두 권 더 쓸 수 있었고, 지금 보고 계시는 이 뉴스레터도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웃스탠딩>이라는 좋은 매체에 2019년부터 지금껏 4년째 꾸준히 기고도 해올 수 있었고요.
사실 주말에만 일했던 건 아닌데요. 설날, 추석 명절에도 본가에서 제사만 지낸 뒤에 곧바로 돌아와 글을 쓰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했죠. 책을 쓸 때는 휴가 기간 내내 골방에 틀어박혀 키보드만 두드렸고요. 주말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했거든요.
그리고 이처럼 몇 년간 경제, 금융, 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콘텐츠를 다양한 형식으로 꾸준히 만들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5월에 그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콘텐츠 컨설팅/제작업체 레드브릭을 창업해 운영하게 됐고요.
만약 제가 2015년 가을에 선배들의 시선과 뒷말이 걱정돼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았고, 주말을 알차게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면 제 모습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망설이던 저에게 해줬던 경찰 형님의 한 마디, ‘젊을 때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가 가장 좋은 투자’라는 말이 그 이후의 제 인생에 참으로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7년 전에 들었던 이 말이 생각난 건 며칠 전에 있었던 술자리 때문인데요. 뉴미디어를 운영하시는 대표님 한 분과 스타트업 대표님 한 분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그 자리에서 대표님들이 저의 가장 큰 장점으로 주말에도 일하는 습관을 드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아무 일도 안 하고 누워있느니 일이나 미리 해놓자’는 생각으로 나가는 건데 아무튼 그렇게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써봤는데요.
이번 글이 독자님들께도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한 마디’를 떠올려보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면 참 좋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홍선표 레드브릭(RED BRICK) 대표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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