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고객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을 결코 흘려버리지 마라
“제 이름은 폴 개럿이라고 합니다. 저는 제너럴모터스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으며, 저희 회사의 부회장이신 도널드슨 브라운 씨를 대신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부회장님께서는 당신께서 기업의 최고 경영에 관련해서 GM의 정책과 구조를 한번 연구해 볼 의향이 있으신지 알고 싶어 하십니다.”
1943년 늦은 가을의 어느 날, 미국 베닝턴 대학의 철학 및 정치학 교수였던 34살의 피터 드러커에게 걸려왔던 전화인데요.
그가 전화기를 집어든 이 순간이야말로 그가 ‘경영학의 아버지’이자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인생을 시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란 호칭은 오직 피터 드러커에게만 허락된 호칭이라는 사실은 대부분의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이처럼 그는 경영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창시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죠.
그런데 이 같은 학문적 업적에 대부분의 조명이 집중되는 탓에 그가 평생에 걸쳐 몸담아온 또 다른 전문직 커리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요.
그가 반세기 넘게 학자이면서 동시에 경영‧전략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계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사실 피터 드러커야말로 현대적인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죠.
앞서 소개한 GM의 제안이 그가 수행한 첫 번째 컨설팅 프로젝트였는데요. 그는 1943년부터 1945년까지 2년 동안 GM 경영진의 ‘전폭적인 협조’(피터 드러커의 표현)를 받아가며
회사의 인사 제도와 경영 전략, 판매 정책, 조직문화 등 사실상 GM의 모든 영역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책으로 출간된 그의 ‘컨설팅 보고서’는 GM의 고위 경영자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고, GM 내에서는 드러커란 이름을 언급하는 일 자체가 금기시됐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노무 및 종업원 관계, 본사 스태프의 쓰임새와 역할, 딜러 관계와 같은 GM의 일부 정책들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지 않은가를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GM 경영진들에 대한 불경죄였고, 나는 결코 완전히 용서를 받은 바가 없다.”
클라이언트사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과 친절한 협조를 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일했던 외부 경영 컨설턴트가 막상 최종 보고서에서는 회사의 모든 영역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하지만 이 같은 매서운 컨설팅의 토대가 된 그의 냉철한 이성과 논리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눈여겨본 미국 기업들과 정부 기관들이 그에게 연달아 컨설팅을 의뢰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학자이면서 동시에 컨설턴트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가 신생 기업에게 전하는 4가지 조언
이번 글에서는 그의 여러 경영 전략들 중에서도 특별히 신생 벤처기업,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제시한 전략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2000년에 출간한 <변화 리더의 조건>의 한 챕터를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벤처기업들을 위한 4가지 성공 전략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는데요.
“신생 벤처 기업에는 아이디어가 있다. 제품과 서비스도 있다. 신생 벤처 기업 역시 매출을 올린다-때로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비용이 있는가 하면 수입과 이익도 있다.”
“신생 벤처 기업에 없는 것은 ‘사업’, 즉 현재 경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잘 조직된 사업이다.”
“신생 벤처 기업에는 방향이 어디이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성과가 무엇이고, 또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가 구성원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 ‘현행’ 사업이 없다.”
“벤처 기업이 아무리 훌륭한 기업가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해도, 아무리 많은 자금을 끌어 모은다 해도, 또 아무리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많은 수요를 창출해 낸다 해도,”
“하나의 기업으로서 철저하게 ‘경영’되지 않으면 결국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벤처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행동지침을 다음 4가지로 정리했는데요.
1) 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2) 재무 계획, 특히 현금 흐름과 미래 자본 수요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3) 최고 경영자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것도 실제로 필요하기 훨씬 이전에 그리고 확보할 여유가 생기기 훨씬 이전에 구성해야 한다.
4) 창업자인 기업가 자신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 일의 범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럼 지금부터는 그가 말한 이 전략들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전략인 ‘시장에 초점을 맞춰라. 상품과 서비스의 쓰임새와 가치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다’에 대해서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드러커는 신생 스타트업이 성공을 거두는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고객이 예상치 못했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예상하지 못했던 용도나 목적으로 구매했을 때라고 강조합니다.
(지금 이 글은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의 뉴스레터 <홍자병법>으로 보내드렸던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지금 이 글과 같은 고급지식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에 초점을 맞춰라’는 조언은 이처럼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시장이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반응할 때 자신의 애초 목표, 의도, 예상과 다르다는 이유로 고객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인데요.
예상치 못했던 고객들의 반응이야말로 거대한 성장의 기회가 숨어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는 책에서 의외의 반응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은 두 기업의 사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초기 컴퓨터 개발 회사인 유니백(Univac)과 IBM이 그 회사들입니다.
유니백과 IBM 모두 1950년대에는 컴퓨터를 첨단과학 연구를 위한 도구로써만 개발했는데요.
이후 점차 일반 기업체에서도 회사 업무의 도구로써 컴퓨터를 도입하는 일에 관심을 보였지만 유니백은 이 같은 새로운 수요를 아예 무시해버렸습니다.
이에 비해 IBM은 일반 기업의 요청 사항을 받아들인, 기업을 위한 업무용 컴퓨터를 새롭게 내놨죠.
이 같은 선택들이 불러온 결과에 대해 드러커는 다음처럼 설명합니다.
“10년 후인 1960년경에도 유니백은 여전히 최고의 최첨단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에 IBM은 컴퓨터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신생 벤처 기업은 언제나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전혀 예기치 못한 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고객에 의해 예기치 못한 용도로 구매될 수 있다’라는 가정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기치 못한 성공과 예기치 못한 실패 등 예기치 못했던 것들을 기업가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애초에 목표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무시해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벤처 기업의 경영자들은 그러한 예기치 못한 것들을 하나의 분명한 기회로 인식해 체계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드러커는 기업이 의도하지 않았던 시장의 반응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스타트업의 경영자는 항상 현장에 나가 고객들을 관찰하며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만 한다고 조언합니다.
(IT/스타트업 전문매체 <아웃스탠딩>에 기고했던 전체 글)
예상치 못한 반응을 흘려버리지 않은 데 대한 엄청난 보상
인도의 한 창업자의 사례를 들어 고객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얼마나 거대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는데요.
이 기업인은 1940년대 중반 유럽에서 관련 특허를 사들인 뒤 작은 모터가 붙은 유럽식 디자인의 ‘원동기(모터) 자전거’를 인도에서 생산해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전거의 판매 실적은 그리 좋지 못했는데요. 저조한 판매량 때문에 고민하던 이 기업인은 어느 날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거 모터만을 따로 사겠다는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체 모터만 떼서 따로 어디다 쓰겠다는 건지가 궁금해진 이 기업인은 주문이 들어온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요.
그는 이곳에서 농부들이 자전거에서 떼어낸 모터를 농업용수 공급용 펌프에 부착해 물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 모습을 목격한 기업인은 회사로 돌아온 뒤 소형 펌프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작했는데요. 이를 통해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농업용수용 소형 펌프 제조업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의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데 대한 보상이었죠.
“신생 벤처 기업에게 있어 최대의 위험은 제품 및 서비스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혹은 무엇에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객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생 벤처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예기치 못했던 성공을 자신들의 전문성에 대한 모욕이 아닌 기회로 보려는 태도이다.”
“또한 그들은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고객의 요구를 변화시킨 데 대한 대가가 아니라는 기본적인 원리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고객을 만족시킨 데 대한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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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은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의 뉴스레터 <홍자병법>으로 보내드렸던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지금 이 글과 같은 고급지식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분량의 제한으로 인해 뉴스레터에는 IT/스타트업 전문매체 <아웃스탠딩>에 기고한 원문 글의 4분의 1 가량만을 담았습니다. 제가 아웃스탠딩에 기고했던 전체 글을 읽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