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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Feb 09. 2021

레이 달리오,40년간 쓴 1만편 글로 21조 부를 쌓다

빈털터리로 창업한 20대 청년이 매일 새벽마다 회사에 나가 글을 쓴 이유

지금부터 매일 아침 썼던 A4 한두 장 분량의 글로 약 21조 원(약 177억 달러)이라는 막대한 부를 일군 한 남자를 만나보자.      


본인 스스로를 “빈털터리에서 부자가 되었고, 평범한 사람에서 유명인이 되었다”고 말한 이 남자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은 바로 글쓰기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매일 글을 써왔다. 1975년 스물여섯 살의 한 청년이 방 두 개짜리 월셋집에서 회사를 시작한다. 본래 함께 살던 친구가 이사를 가자 그 친구가 쓰던 침실을 사무실로 만들었다.      


C. W. 포스트대학에서 재무학을 전공한 그는 학부생 시절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 출신인 나이 많은 친구를 통해 상품 선물거래를 알게 되면서 처음으로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


이후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경제와 금융을 공부한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는 증권사에 입사했다.     


그가 했던 업무는 곡물과 축산물 같은 상품의 선물(농축산물과 원자재 같은 특정 상품을 미래에 일정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권리)거래를 주선하는 일이었다.     


“나는 선물거래를 담당하면서 서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의 곡물지대로 출장을 자주 다녔고, 덕분에 곡물과 가축 시장에 대한 풍부한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시어슨Shearson에서 나와 거래했던 중개인, 가축 생산자, 그리고 곡물 거래자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술집과 비둘기 사냥, 그리고 바비큐 파티에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함께 일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서 쫓겨난 26살 청년, 브리지워터를 차리다


럭비를 즐겼던 활달한 이 20대 청년에게는 월스트리트의 갑갑한 사무실에서 서류 더미에 파묻혀서 일하는 시간보다 평원이 끝없이 펼쳐진 곡창지대를 누비며 카우보이 같은 목장주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하지만 그는 입사한 지 몇 년 안 돼 회사를 그만둬야만 했다. 스스로 걸어 나온 게 아니라 해고당해서 쫓겨났다.      


그도 인정하듯 충분히 해고당할 만했다. 상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으니 말이다. 스물여섯 살의 그가 회사를 차린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는 창업 후 자신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살려 고객들에게 상품 선물 투자에 대해 자문하는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 3개월 뒤 소고기와 옥수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예측한 뒤 소고기 선물과 옥수수 선물을 얼마에 얼마만큼 사야 하는지 조언해주고 대가를 받는 일이었다.     


브리지워터의 회의 장면


창업 초기인 1970년대 무렵, 그가 자신의 회사를 알리고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바로 글이었다.      

신문과 잡지에 광고를 실을 돈이 없었던 젊은 사업가에게는 글만이 유일한 마케팅 도구였다.      


그는 고객들이 출근 직후 자신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날마다 새벽같이 출근해 글을 써서 보냈다. 오늘날의 팩스와 비슷한 텔렉스를 사용해 글을 보냈는데 기계에 달린 자판으로 글을 입력하면 그 내용이 전송되는 방식이었다.     


‘일일 보고서Daily Observation’라고 이름 붙인 이 보고서를 통해 그는 그날의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분석과 농축산물 선물 상품의 가격 변화에 대한 자신의 판단 기준과 그를 통한 예측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탄탄한 근거로 명쾌한 논리를 뒷받침한 이 보고서 덕분에 고객들은 복잡한 경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그날의 가격 변화에도 미리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성공의 발판을 만들어준 새벽 글쓰기


금융 투자업계에서 이 일일 보고서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나간 건 당연하다.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그에게 보고서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보고서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잠재 고객들과 접촉한 덕분에 회사에 들어오는 자문 업무도 빠르게 늘어났다.      


나중에는 자문 업무뿐 아니라 투자 업무, 자산 운용 업무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아침마다 보내는 보고서를 통해 그의 회사는 성장의 액셀을 힘껏 밟을 수 있었다.     


1970년대에 시작된 이 보고서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가까운 고객 몇몇에게만 보냈던 보고서가 오늘날엔 전 세계 주요 지도자와 거물급 투자자, 기업인, 금융인이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중요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꼭 읽어야만 하는 자료가 됐다.      


텔렉스에서 팩스로, 팩스에서 이메일로 형식은 바뀌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그가치는 훨씬 더 높아졌다.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홍선표의 고급지식>


“일일 보고서는 우리 사업의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되었다. 거의 40년이 지나고 1만 개 이상의 보고서가 출간된 지금, 세계 각국의 정책 결정자들과 고객들은 브리지워터의 일일 보고서를 읽고 우리 보고서에 관해 토론한다.”      


“나는 지금도 브리지워터의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일일 보고서를 쓰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읽지 않게 되거나,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일일 보고서를 쓸 계획이다.”     


죽기 직전까지 글을 쓰겠다고 밝힌 이 남자는 바로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다.      


1975년 그가 자신의 집에서 창업한 브리지워터는 1,600억 달러(2019년 기준, 약 193조 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로 성장했고, 그 역시 177억 달러(2018년 기준, 약21조 원)의 재산을 가진 세계 67위의 부자가 됐다.


홍선표 작가 /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rickeygo@naver.com



(방금 읽으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본문 88~93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인이 글을 쓴 이유 5가지와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5가지 성과를 쉽고, 깊이있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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