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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Oct 06. 2020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 소년이 스타벅스 제국을 만든 비결

1994년 하워드 슐츠에게 전국 어머니들의 편지가 쏟아진 이유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회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글 쓰는 경영자다. 한창 스타벅스의 성장을 이끌던 1990년대부터 시작해 지금껏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 <온워드>, <그라운드 업> 세 권의 책을 썼고, 이메일이 보급되기 전부터 편지로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해왔다. 


요즘도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회 현안과 기업 경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대중들에게 직접 밝히고 있다.(https://www.howardschultz.com/)

  

최고의 리더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그가 쌓아 올린 높이가 아니라 그가 헤쳐 나와야만 했던 깊이를 먼저 본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200층짜리 초고층 빌딩에 1개 층을 더 쌓아 올린 사람보다는 땅속 깊숙한 지하 50층에서 시작해 스스로의 힘으로 한 층, 한 층 다져오며 지상 2층짜리 아담한 집을 지은 사람을 더 뛰어난 인물이라고 인정한다는 말이다. 


  

28살에 처음 만난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그는 자기 자신부터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암흑과도 같은 지하 저 깊숙한 곳에서 시작해 스스로의 힘으로 오늘날의 성과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가 처음 스타벅스와 인연을 맺은 건 1981년이었다. 스웨덴계 가정용품 회사였던 해마플라스트의 부사장으로 일하던 그는 시애틀에 있는 작은 커피 원두 판매점이 드립 커피를 내리는 커피 추출기를 매번 대량으로 구매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느꼈다. 


매장이 겨우 네 개에 불과한 작은 회사가 주문하는 수량이 큰 백화점 프랜차이즈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답을 찾기 위해 시애틀로 향한 그가 처음 방문했던 곳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산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한편에 자리 잡은 스타벅스 1호 매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스타벅스는 음료는 팔지 않고 오직 커피 원두만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수마트라, 케냐, 에티오피아, 코스타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들여온 다양한 품종의 커피 원두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커피 품종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하워드 슐츠의 눈에는 스타벅스 매장의 모든 것이 이국적이고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매장을 떠나 커피 원두를 볶는 로스팅 공장을 둘러본 뒤 스타벅스 창업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 그는 곧바로 이 회사 앞에 커다란 기회가 놓여있음을 직감한다. 스타벅스 커피의 맛과 향이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한 자신의 혀와 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면 다른 미국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고급 커피(Specialty Coffee) 시장이 커지게 되면 스타벅스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다음날 다섯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스타벅스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반짝이는 보석처럼 보였다. 나는 물 같은 기내 커피를 한 모금 먹어 보고는 얼른 치워 버렸다." 


"나는 가방에서 수마트라 커피 원두를 꺼내 뚜껑을 열고 그 그윽하고 자극적인 냄새를 가득히 들여 마셨다. 나는 의자 뒤로 몸을 기대고 갈등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한 지 1년 뒤인 1982년 그는 원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마케팅 이사로 스타벅스에 합류한다. 5년 뒤인 1987년에는 기존 경영자들로부터 스타벅스를 인수한다.    



그가 회사를 인수한 1987년 8월 18일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새로운 스타벅스가 탄생한 날이다. 만약 하워드 슐츠가 인수해서 재창조하지 않았다면 스타벅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애틀 안에서만 영업하는 조그만 커피 원두 전문점으로 남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가 사실상 스타벅스의 창업자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에 3만 개가 넘는 고급 커피 프랜차이즈의 창업자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를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만을 걸어온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젊은 나이부터 승승장구하다가 우연히 커피 프랜차이즈 산업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스타벅스를 인수해 오늘날과 같은 규모로 키워낸 운 좋은 인물이라고 말이다. 


26살에 스웨덴계 가정용품 회사의 부사장을 지내고 34살에 스타벅스를 인수한 그의 이력이 이런 추측에 확신을 더한다.

  

과연 그럴까? 그가 스타벅스를 ‘창업’하고 10년이 지난 1997년에 쓴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빈민가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


“1961년 어느 추운 겨울날, 아버지가 직장에서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셨다. 그 당시 나는 일곱 살이었다. 학교 뒤 운동장에서 한참 눈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아파트 7층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을 크게 흔들었다. 어머니는 급하게 집에 도착한 내게 말씀하셨다. ‘아빠가 사고를 당하셨어. 어서 병원으로 가봐야겠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짐을 옮기다가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는 사고와 동시에 회사에서 잘렸고 가족들은 몇 달 동안 남들한테 돈을 꾸면서 간신히 생활을 버텨나가야만 했다. 

  

그의 부모는 둘 다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했고 아버지는 트럭 운전, 공장 노동, 택시 운전 등 여러 일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하워드 슐츠는 미국 뉴욕의 빈민촌인 브루클린 카니지 방 두 칸짜리 정부 보조 임대아파트에서 부모와 두 동생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다리에 붕대를 감고 세상에서 버려진 채 구부정하게 의자에 앉아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일하시는 정직한 분이었다." 


"아버지는 단지 입에 풀칠하기 위해 때로는 두세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기도 하면서 세 아이를 열심히 보살피셨다.”   

  

하워드 슐츠는 훗날 스타벅스를 경영하며 매장에서 일하는 파트타임 직원들에게도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스톡옵션(주식매수 청구권)까지 부여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그의 이런 결정에는 일곱 살 무렵 직장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느꼈던 슬픔과 아버지가 일했던 회사와는 전혀 다른 회사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반영돼 있다.


어린 시절의 하워드 슐츠는 가난했지만 자존심만은 누구보다 강한 아이였다. 여름 방학 때 갔었던 야외 캠핑이 저소득층 아동을 돕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화가 나고 부끄러워 다시는 그 캠핑에 참가하지 않았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자존심만으로 가난으로 인한 열등감과 상처를 치유할 순 없었다. 특히 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던 사건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한 소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려다 겪었던 일이었다.

  

“한 번은 뉴욕에서 온 한 소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내게 몇 마디를 물어보는 동안 표정이 어떻게 일그러지는가를 똑똑히 보았다”

  

“너 어디 사니? 브루클린에 사는데요. 브루클린 어디? 카나지요. 카나지 어디? 베이뷰 보조 주택단지요. 오 저런”

  

“그의 반응에는 확실히, 말은 안했지만, 나에 대한 경멸이 섞여 있었다. 나는 진저리가 났다.”

  

스타벅스를 창업하고 10년 뒤, 2000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린 회사의 CEO로서 큰 명성과 부를 누리던 시기에 쓴 책에서 굳이 이 일화를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이때 그가 느껴야만 했던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이었다면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과 좌절감에 못 이기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을 환경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이 느꼈던 열등감과 상처를 앞으로 더 치고 나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그가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앞선 장에서 다뤘던 마윈과 이나모리 가즈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고의 리더들은 자신이 느껴야만 했던 열등감을 투지를 불사르는 장작으로 삼곤 한다. 때론 열등감이 사람을 더 크게 만든다.

  

고등학교 시절 하워드 슐츠는 앞으로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미식축구에 재능이 있던 그는 학교 미식축구팀에서 쿼터 백을 맡았고 덕분에 노던 미시건 대학에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이 장학금이 없었더라면 그에게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주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만 봐도 하워드 슐츠야말로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빈민가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을 견뎌내야만 했던 소년이 개인 재산만 3조 원이 넘는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하워드 슐츠가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자신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과 이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마음먹은 건 언제일까? 




단순히 자신의 자수성가 스토리를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면 굳이 책을 세 권이나 쓸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는 약 10년에 한 권씩 책을 냈는데 그가 이렇게 정기적으로 책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작가로서 감사하게도 하워드 슐츠는 자신의 첫 책 서문에서 ‘결코 책을 낼 계획이 없었던’ 자신이 책을 쓰게 된 세 가지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 내용을 읽어보면 그가 어떤 생각으로 책을 쓰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첫 책이 나오기 3년 전 그가 겪었던 놀라운 경험에 대해 알아보자. 그에게 한 편의 글이 갖는 위력을 처음 실감하게 해 준 사례니까 말이다.

  

1994년 12월 그의 앞으로 미국 각지에서 보내온 편지들이 몰려든다. 거의 대부분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들이 보낸 편지였는데 편지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꿈(Dream)과 희망(Hope)이었다. 


편지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편지를 보내온 지역 대부분이 미국 각지에서 매우 가난한 동네로 꼽히는 곳들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던 브루클린 카니지의 베이뷰 지역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 며칠 전 <뉴욕타임스>에는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기획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는 뉴욕의 빈민가 소년이었던 하워드 슐츠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생생하게 그려낸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워드 슐츠는 그전까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숨기지도 않았지만 일부러 말하고 다니지도 않았다. CEO로서 회사 경영만 잘하면 되지 굳이 자기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힘겨웠던 성장 과정이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체에 소개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저마다 서로 다른 사연들을 담고 있었지만 편지들의 결론은 똑같았다. 그에 대해 다룬 이야기를 읽고 자기 자신은 물론 자녀들도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갖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에게 하워드 슐츠의 삶은 희망의 증거였다. 


(이 글은 2021년 초에 출간될 '최고의 리더는 왜 글을 쓰는가'(가제)에 들어갈 원고입니다. 홍선표 기자가 보내드리는 지식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이번 글처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일주일에 한 번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바로 구독 가능합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하워드 슐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세 아이들 만큼은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고 싶지만 그럴 능력이 없어서 고민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진 않았을까? 

  

“최근 뉴욕에 여행 갔을 때,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에 살던 베이뷰 아파트 구역을 한번 둘러보았다. 입구 쪽에 총알 구멍이 나 있고 버저 판 위의 불탄 자국이 있긴 했지만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살 때는 에어컨도, 창문의 철창도 없었다." 


"옛날의 내가 그랬듯이 한 떼의 아이들이 모여서 농구 경기를 하고, 한 젊은 엄마는 유모차를 밀고 지나가고 있었다. 한 소년이 나를 보고 있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과연 이 아이들 중 누가 이 비참한 환경을 뚫고 나와 자기 꿈을 성취할까?”

  

어머니들의 편지를 받은 3년 뒤 하워드 슐츠는 자신의 첫 책을 내놓는다. 앞서 설명했듯 힘겨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책이었다. 



최고의 리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증명할 뿐이다


그는 왜 부러진 발목에 깁스를 한 채 세상에서 버려졌던 아버지의 이야기로 책을 시작했던 걸까? 3년 전 읽었던 편지들은 그가 글을 쓰기로 결심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최고의 리더들은 자신과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증명할 뿐이다. 최고의 리더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자기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진정한 자신과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신은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자기 자신을 판단한다. 세상 사람들은 오직 당신이 이미 이뤄낸 것만을 보고 당신을 판단한다. 냉정하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가슴을 가득 채운 꿈, 담대한 비전,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주인공이 될 자신의 모습. 당신이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기준들이다. 비록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언젠가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담대한 꿈이 이뤄질 것이라 믿기에 당신은 스스로를 믿고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이 갖고 있는 꿈과 희망, 비전, 야망은 당신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얼마나 원대한 꿈을 갖고 있는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는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한다. 


아니 사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이 무슨 꿈을 갖고 있는지 별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오직 당신이 이미 이뤄낸 것만을 보고 당신을 평가할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 때문에 좌절하며 세상을 원망한다. ‘내가 이렇게 위대한 꿈을 갖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나를 몰라준다’며 한탄만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최고의 리더는 다르다. 사람은 원래부터 다른 사람의 꿈과 비전을 들여다볼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세상이 자신을 몰라준다고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 세상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도록 실천을 통해 자신의 꿈을 증명해 낸다. 생각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뤄낸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야말로 세상 사람들에게 진정한 나를 인식시키는 방법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뿐만이 아니라 그가 갖고 있는 꿈과 비전, 철학도 누군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은 옳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직 눈에 보이는 결과만으로 누군가를 평가한다. 이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최고의 리더들은 ‘세상은 이래야 한다’는 당위와 ‘세상은 실제로 이렇다’는 현실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당위에 매몰돼 현실을 무시해서는 결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담대한 꿈을 가진 이들일수록 말보다는 실천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리더들은 결코 생각만이 나열된 공허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겪었던 경험과 이를 통해 얻어낸 성과에 바탕을 둔 살아있는 글을 쓴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구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보여주는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문장은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최고의 리더들이 쓴 책의 공통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창업해 큰 회사로 키워내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위기와 실패들, 고심 끝에 내려야 했던 어렵고, 복잡한 결정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책이지만 읽는 게 어렵지는 않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글을 쓰다


어려운 어휘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쉬운 문장으로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장이 쉽다고 해서 공허하고 추상적인 개념들로만 가득한 책이 쉽게 읽히진 않는다. 

  

그들의 책이 쉽게 읽히는 건 이론이 아닌 경험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면서 어떤 일들을 겪었고 그런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이때 배운 교훈을 다음번에는 어떻게 활용했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앞서 설명했던 필 나이트의 <슈 독>과 뒤에서 이야기할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이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쉽게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책이다. 

  

하워드 슐츠 역시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글을 썼다. 첫 책의 서문을 쓰는  순간에도 그는 책을 쓰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꿈꾸는 스타벅스가 20장의 챕터로 이뤄진 한 권의 책이라면 아직 자신과 회사는 겨우 세 번째 챕터에 머물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살았고, 인생의 여러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내렸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솔직히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과거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글을 썼다. 

  


“이 책을 쓴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사람들이 비웃는다 할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마음속에 있는 뜻을 추구하고 인내하는 용기를 갖도록 사람들에게 확신을 불어넣는 데 있다. 부정적인 사람들 때문에 패배감을 느끼면 안 된다. 역경이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아서도 안 된다." 


"빈민촌 출신인 어린 내가 헤쳐나갔던 그 역경들을 생각해보라”

  

하워스 슐츠의 첫 책은 유명한 책에서 인용한 문장이나 명언들로 각 챕터를 시작하고 있다. 첫 번째 챕터는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마음이야. 본질적인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지’라는 <어린 왕자> 속 문장으로 시작된다. 


만약 그가 생택쥐페리의 팬이라 이 문장을 인용한 것이라면 생택쥐페리가 남긴 이 말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나누고 할 일을 지시하지 말라. 대신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어라’ 

  

하워드 슐츠, 그가 글을 쓴 이유이자 글을 씀으로 이뤄낸 일이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출간 예정), <리치 파머>(공저) 저자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다른 글들



(이 글은 2021년 초에 출간될 '최고의 리더는 왜 글을 쓰는가'(가제)에 들어갈 원고입니다. 홍선표 기자가 보내드리는 지식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이번 글처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일주일에 한 번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바로 구독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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