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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Sep 27. 2020

레이 달리오가 40년간 1만 편의 글을 쓴 3가지 이유

빈털털리 26세 창업자 글쓰기로 재산 21조원 부호가 되다

지금부터는 매일 아침 썼던 A4 한, 두 장 분량의 글로 약 21조 원(177억 달러)이라는 막대한 부를 일군 한 남자를 만나보자. 


본인 스스로를 “빈털터리에서 부자가 되었고, 평범한 사람에서 유명인이 되었다”고 말한 이 남자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은 바로 글쓰기다. 사업을 시작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회사와 상품을 마케팅하기 위해 글을 매일 써오고 있다


1975년 스물여섯 살의 한 젊은 청년이 방 두 개짜리 자신의 월셋집에서 회사를 시작한다. 원래 함께 살던 친구가 이사를 가자 그 친구가 쓰던 침실을 사무실로 만들었다. 

  

C. W. 포스트대학에서 재무학을 전공한 그는 학부생 시절 베트남전 참전 군인 출신인 나이 많은 친구로부터 상품 선물 거래에 대해 배우면서 처음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경제와 금융에 대해서 공부한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는 증권사에 입사했는데 회사에서 그가 했던 업무는 곡물과 축산물 같은 상품의 선물(농축산물과 원자재 같은 특정 상품을 미래에 일정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권리) 거래를 주선하는 일이었다.

  

“나는 선물 거래를 담당하면서 서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의 곡물 지대로 출장을 자주 다녔고, 덕분에 곡물과 가축시장에 대한 풍부한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시어슨에서 나와 거래했던 중개인, 가축 생산자 그리고 곡물 거래자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술집과 비둘기 사냥 그리고 바비큐 파티에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함께 일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럭비부 출신의 활달한 이 20대 청년에게는 월스트리트의 갑갑한 사무실에서 서류더미에 파묻혀서 일하는 시간보다 끝없는 평원이 펼쳐진 곡창지대를 누비며 카우보이 같은 목장주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즐거웠을 수밖에 없다.

  


26세 창업자, 매일 새벽에 출근해 고객들에게 글을 쓰다


하지만 그는 증권사에 입사한 지 몇 년 안 돼 회사를 그만둬야만 했다. 스스로 걸어 나온 게 아니었다. 해고당해서 쫓겨났다. 그도 인정하듯 충분히 해고당할 만했다. 상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으니 말이다. 


스물여섯 살의 그가 회사를 차린 데는 이런 상황도 작용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가 설립된 데에는 이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살려 고객들에게 상품 선물 투자에 대해서 자문하는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 3개월 뒤 소고기 값과 옥수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한 뒤 소고기 선물과 옥수수 선물을 얼마에 얼마만큼 사야 하는지를 조언해주고 대가를 받는 일이었다.

  

그리고 1970년대 창업 초기 그가 자신의 회사를 알리고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바로 글이었다. 신문과 잡지에 광고를 실을 수 있는 돈이 없었던 젊은 사업가에게는 글만이 유일한 마케팅 도구였다. 

  

브리지워터 직원들의 회의 모습


그는 고객들이 출근과 동시에 자신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일 새벽 회사에 나가 글을 써서 보냈다. 텔렉스라는 오늘날의 팩스와 비슷한 기계를 사용해서 보냈는데 장치에 달린 자판으로 글을 입력하면 그 내용이 전송되는 기계였다. 


‘일일 보고서’(Daily Observation)라고 이름 붙인 이 보고서를 통해 그는 그날의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분석과 농축산물 상품 선물의 가격 변화에 대한 자신의 예측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탄탄한 근거로 명쾌한 논리를 뒷받침한 이 보고서 덕분에 고객들은 복잡한 경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고, 그날의 시장 변화에 대해서도 미리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이 일일 보고서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나간 것도 당연하다.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그에게 보고서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보고서를 통해서 이름을 알리고 잠재 고객들과 접촉한 덕분에 회사에 들어오는 자문 업무도 빠르게 늘어났다. 아침마다 보낸 보고서를 통해 회사는 성장의 액셀을 밟을 수 있었다.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일일 보고서를 쓰겠다


그리고 1970년대에 시작된 이 보고서는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친한 몇몇 고객에게만 보냈던 보고서가 오늘날엔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 거물급 투자자, 기업인, 금융인들이 경제 상황을 파악해 중요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꼭 읽어야만 하는 자료가 됐다. 


텔렉스에서 팩스로, 팩스에서 이메일로 형식은 바뀌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그 가치는 훨씬 더 높아졌다.

  

“일일 보고서는 우리 사업의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되었다. 거의 40년이 지나고 1만 개 이상의 보고서가 출간된 지금, 세계 각국의 정책결정자들과 고객들은 브리지워터의 일일 보고서를 읽고 우리 보고서에 관해 토론한다." 


"나는 지금도 브리지워터의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일일 보고서를 쓰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더 이상 읽지 않게 되거나,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일일 보고서를 쓸 계획이다.”

  


죽기 직전까지 글을 쓰겠다고 밝힌 이 남자는 바로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다. 1975년 그가 자신의 집에서 창업한 브리지워터는 1600억 달러(약 193조 원·2019년 기준)를 굴리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로 성장했고, 그 역시 177억 달러(약 21조·2018년 기준)를 재산을 갖고 있는 세계 67위 부자가 됐다.    

  

이 투자업계의 거물에게 글쓰기는 그가 이룬 모든 성과의 든든한 밑바탕이었다. 글을 쓺으로써 그는 매일 자신이 내린 판단과 예측, 그리고 그 근거들을 상세하게 기록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이를 찾아보며 자신이 내렸던 올바른 판단과 잘못된 판단의 근거들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기억은 왜곡되지만 활자는 변하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왜곡되지만 활자는 변하지 않는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떻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지를 정확히 알고, 계속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자신이 왜 나쁜 판단을 내렸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린 이유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판단 능력을 키울 수 없고 계속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이유를 찾지 못하면 성공은 반복하지 못하고 실패는 반드시 반복하게 된다.


  

레이 달리오는 매일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어떤 근거와 기준을 갖고 판단을 내렸었는지, 자신의 판단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를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은 높이고, 실패는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프로 바둑 기사들이 대국을 마치고 상대와 자신이 뒀던 수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바둑판 위에 두면서 실력을 키워나가듯이 그는 투자 성과가 판명된 뒤 자신이 그 같은 투자 결정을 내렸던 이유를 꼼꼼히 따져봄으로 투자의 전설이 될 수 있었다. 모든 판단과 근거들을 글로써 남겨뒀기 때문이다. 


글은 그에게 비용이 들지 않는 최고의 마케팅 도구이자 투자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고, 치밀한 분석력과 과감한 결단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훈련도구이기도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의 타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매일 나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매일 연구하고 깊이 생각해야 하므로 이것은 훌륭한 훈련 방식이었다.”

  


글쓰기가 최고의 마케팅 도구인 3가지 이유


글쓰기가 최고의 마케팅 도구인 이유는 세 가지다. 각각 비용, 전문성, 신뢰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글을 쓰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TV와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내보내고, 인플루언서에게 당신의 상품을 쥐어주기 위해 큰돈을 쓸 필요가 없다. 


어떻게든 내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겠다는 열정과 여기에 투자할 시간만 있다면 당신은 쓸 수 있다. 

  

오늘날엔 글쓰기의 마케팅 효율이 훨씬 더 높아졌다. 과거엔 아무리 공들여 잘 쓴 글이라고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40여 년 전 레이 달리오는 새벽마다 사무실로 출근해 텔렉스로 일일이 글을 보내야만 했다. 자신의 글을 사람들에게 읽히려면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하거나 책을 출간해야만 했다. 만만치 않은 일다. 

  

(이글은 올해 연말에 출간될 '최고의 리더는 왜 글을 쓰는가'(가제)에 들어갈 원고입니다. 홍선표 기자가 보내드리는 지식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이번 글처럼 세상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일주일에 한번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바로 구독 가능합니다.)



교보문고 CEO 추천 도서로 선정된 필자의 두번째 책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지금은 다르다. 블로그나 SNS에 올려두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 읽는다. 포털사이트에서 글을 메인 화면에 소개하거나 글이 SNS 공유 바람을 타면 하루 만에 수십만 명이 당신의 글을 읽게 된다. 이메일 뉴스레터로 언제든 당신이 원할 때 수천 명의 구독자에게 당신의 글을 보낼 수 있다. 

  

이건 다 직접 경험해본 이야기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앞서 두 권의 책을 냈을 때 그 내용 중 일부를 블로그에 올려 1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올렸고, 평소 꾸준히 운영하던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책의 내용을 소개했다. 


덕분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책을 알릴 수 있었고, 판매량 역시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이 정도 숫자의 사람들에게 광고로 상품을 알리려고 했다면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유튜브 채널 <홍선표의 고급 지식> 편집 장면


글을 쓰면 전문성은 저절로 길러진다


두 번째 이유는 마케팅을 위해 글을 쓰는 동시에 해당 업종에서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을 통해 자신의 상품을 알리고,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선 당신은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만 한다. 


무작정 내 상품이 좋다는 말만 구구절절 늘어놓아선 아무도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글은 독자에게 피로감만 불러일으키는 단어 뭉치에 불과하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길래 당신을 믿고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당신이 만든 제품이 경쟁자들의 상품보다 뭐가 다르고, 무엇이 더 좋은지 그리고 이 상품을 구매하면 소비자가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글을 쓰기 위해 당신에게 필요한 건 지식과 논리다. 글을 쓰기 위해서 당신은 공부해야만 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논리를 갈고닦아야 한다. 한 편씩 글을 완성해나갈 때마다 당신이 점점 더 전문가가 되어가는 이유다. 

 

“글을 쓰기 위해선 매일 연구하고 깊이 생각해야 하므로 이것은 훌륭한 훈련 방식이었다.”라는 레이 달리오의 말을 기억하라.

  


글을 써야만 믿음을 얻을 수 있다


글쓰기가 최고의 마케팅 수단인 세 번째 이유는 글이야말로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얻어내는데 최적화된 도구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포털사이트, 인플루언서, TV, 신문, 잡지 등 광고를 실을 수 있는 매체와 상품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당신이 직접 쓴 글만큼 당신과 당신의 상품에 대해 잘 알릴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강렬한 영상, 파격적인 사진, 기발한 카피로 사람들의 마음을 한순간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그 여운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빨리 끓는 양은 냄비가 더 빨리 식듯, 순간의 감정은 순간일 뿐이다. 

  

한 번의 멋진 광고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순 있지만 믿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 존재감을 과시할 수는 있어도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믿음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방금 막 만난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신뢰를 얻기 위해선 반복해서 만나며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만 한다. 


앞선 장에서 이야기했듯 글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관점, 당신이 선호하는 취향, 당신의 지적 능력 등 글은 당신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글쓴이와 읽는이 사이의 1 대 1 대화다. 수백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더라도 읽을 땐 오로지 한 명의 작가가 한 명의 독자만이 있다. 글을 읽는 동안 세상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오직 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처럼 당신은 글을 쓺으로써 수많은 독자들 동시에 1대 1로 대화를 나누며 당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당신이 믿을만한 사람이란 걸 증명할 수 있다. 꾸준한 글쓰기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이유다.    


홍선표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공저) 저자


rickeygo@naver.com


<최고의 리더는 왜 쓰는가?> 시리즈의 다른 글들



(이글은 올해 연말에 출간될 '최고의 리더는 왜 글을 쓰는가'(가제)에 들어갈 원고입니다. 홍선표 기자가 보내드리는 지식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이번 글처럼 세상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일주일에 한번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바로 구독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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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를 읽으시면 손정의, 앙겔라 메르켈, 빌 게이츠, 레이 달리오, 윈스턴 처칠, 이나모리 가즈오 등 탁월한 리더와 창업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 23가지의 사례를 쉽고, 깊이 있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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