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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Feb 16. 2021

레이 달리오가 글을 써 최고의 투자 시스템을 만든 비결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못하면 반성할 수 없다

이 투자업계의 거물에게 글쓰기는 그가 이룬 모든 성과의 든든한 밑바탕이었다. 글을 씀으로써 그는 날마다 자신이 내린 판단과 예측, 그리고 그 근거들을 상세하게 기록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난 뒤 이를 다시 읽어보며 자신이 내렸던 올바른 판단과 잘못된 판단의 근거들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왜곡되지만 활자는 변하지 않는다.      


올바르게 판단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떻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계속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자신이 왜 나쁜 판단을 내렸는지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잘못된 선택을 한 이유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결코 판단력을 키울 수 없고, 계속해서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이유를 찾지 못하면 성공은 반복하지 못하고 실패는 반드시 반복하게 된다.     


레이 달리오는 날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판단을 내렸는지, 자신의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꼼꼼히 기록했다.      


이를 통해 성공 가능성은 높이고, 실패 확률은 줄여나갔다. 프로 바둑 기사들이 대국을 마치고 상대와 자신이 뒀던 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바둑판 위에 놓아보면서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레이 달리오는 투자 성과가 드러난 뒤 자신이 그 같은 투자 결정을 내렸던 이유를 꼼꼼히 따져봄으로써 투자의 전설이 될 수 있었다.      


모든 판단과 그 근거를 글로 남겨뒀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억이 아닌 기록으로 판단하라


글은 그에게 투자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고, 치밀한 분석력과 과감한 결단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훈련 도구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의 타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매일 나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기 위해선 매일 연구하고 깊이 생각해야 하므로 이것은 훌륭한 훈련 방식이었다.”     


레이 달리오가 투자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내고, 다시 현실의 데이터를 통해 그 이론을 검증하고 끊임없이 수정·보완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데이터를 근거로 한 판단과 데이터를 통한 사후 검증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선순환 구조야말로 그의 성공 비결이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의 경제와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여러 데이터를 컴퓨터 시스템에 저장하기 시작했다. 현재와 가까운 과거의 데이터뿐 아니라 멀게는 100년 전의 경제·금융 통계들까지 수집했다.      


당시의 경제 상황이 어땠는지, 각각의 투자 상품들은 얼마에 거래됐고 그 가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해갔는지 조사해 시스템에 입력했다.      


브리지워터 직원들이 20세기 초반에 미국과 유럽에서 발행된 신문들과 역사책들까지 뒤졌던 이유다.     


이렇게 데이터를 모은 뒤에는 이를 분석해 특정 경제 상황에서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투자에 나선다.      


레이 달리오는 추측과 감이 아닌 풍부한 데이터와 정교한 분석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든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의 법칙을 찾아내려 했다.      



성공 가능성은 높이고, 실패 확률은 낮추다


또한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나온 법칙을 그대로 따르는 데 머물지 않았다. 과거 사례들을 통해 찾아낸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 오늘날에도 유용하다고 검증된 이론만을 자신의 투자 원칙으로 삼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이론은 폐기했다.     


단순히 과거 사례를 답습해나가는 것만으로는 자신만의 철학, 원칙, 기준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모든 이론은 현실의 검증을 통과해야만 철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식, 채권, 선물 옵션, 귀금속 등 어떤 종류의 상품이 됐든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자기가 왜 이 시점에 이 상품을 선택했는지 그 근거를 꼼꼼히 기록으로 남겼다. 거래를 마친 뒤에도 투자 성과가 어땠는지 자세히 기록했다.     



그냥 ‘돈을 벌었다’, ‘잃었다’, ‘수익률은 몇 퍼센트였다’ 정도를 써두고 끝난 게 아니었다. 투자 성과가 자신이 예상했던 수준이었는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정도였는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정확하게 기록했다.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경기의 득점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분석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모든 내용을 글로 기록했을 뿐 아니라 수치화해 컴퓨터 시스템에 저장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자신이 내렸던 판단 중에서 적중했던 것은 무엇이고 빗나갔던 것은 무엇인지, 옳은 판단이었을 때는 어떤 근거로 판단했었고 잘못된 선택이었을 때는 어떤 요인에 현혹됐었는지를 찾아나갔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효과가 검증된 기준만을 추려내 자신의 투자 원칙으로 삼았고, 이를 컴퓨터 시스템에 입력해 투자 알고리즘으로 만들었다.      


실패한 결정들에 대해서도 자신이 무엇을 보지 못해 실패했는지 반드시 찾아낸 뒤 이를 기록하고 투자 알고리즘에 반영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을 막았다.     


이렇게 그는 자신과 회사의 판단력을 날마다 꾸준히 높여갔다. 그와 브리지워터가 항상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성공적인 투자를 만들어낸 판단 기준들만 모아 원칙과 투자 알고리즘으로 삼은 덕분이었다.     


레이 달리오는 “좋은 습관은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원칙에 입각한 방식을 반복함으로써 익히게 된다. 좋은 사고방식은 원칙들을만드는 근거를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라고 말했다.      


(지금 읽고 계신 이 글은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92~101페이지에 실린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이미 알고 있듯이 근거를 분석하려면 먼저 판단을 내릴 때마다 그 근거들을 상세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최고의 리더들은 기억을 믿지 않는다. 그들이 믿는 건 오직 기록 뿐이다. 그들만큼 사람의 기억이 왜곡되고 편향되기 쉽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들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 한다. 아니,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을 만들어낸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다.     


지금의 결과만 좋다면 자신이 아무리 빈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렸더라도, 아니 허술한 근거조차 없이 그냥 찍듯이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 선택을 내릴 때 탄탄한 근거 위에 서 있었다고 믿어버리는 게 사람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친한 친구를 따라 샀던 주식이 엄청난 수익률을 안겨줬다면 마치 자신이 그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것처럼 기억하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게 사람이다.     



기억은 달라져도 기록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머릿속 기억이 한번 입력되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고정불변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기억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상황에서 바라보는 과거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따라 과거의 선택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달라진 평가에 따라 기억도 변한다.      


기억만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적이고 왜곡되기 쉬운 대상도 없다.     


최고의 리더들은 배우려 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과거의 경험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되는 방법을 배우려 한다. 자신이 겪은 경험을 분석해 더 정확히 판단하고 더 빠르게 행동하는 내가 되려 한다.      


과거의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앞으로 계속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을 만들어내고 이에 따라 살고자 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홍선표의 고급지식>)


과거에서 배우는 데 가장 필요한 조건은 과거에 내가 어떤 근거를 토대로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당연하고 쉬워 보이는 말이지만 방금 말한 이유 때문에 무엇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최고의 리더들은 ‘기억’이 아닌 ‘기록’을 토대로 과거를 불러온다. 지난 결정들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 당시 자신의 머릿속을 채웠던 사고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을 만들어낸 사고 과정은 받아들여 더욱 강화하고, 실패를 불러온 사고방식은 폐기해야만 판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최고의 리더라고 불리는 인물들 대부분은 길든 짧든, 정기적이든 비정기적이든 일종의 일기를 써서 자신의 삶을 기록한다.      


자신이 그날 하루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적어둬야만 훗날 다시 그 시점에 내렸던 선택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올바른 근거로 판단을 내렸었는지, 순간적인 충동에 휩싸여 잘못된 결정을 내렸었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썼던 일기를 다시 펼쳐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일기를 읽으며 ‘내가 예전에 이런 문제 때문에 이만큼이나 고민했었나?’, ‘내가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나?’ 하는 당혹감을 느껴봤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은 과거의 자신을 쉽게 잊어버린다. 기록이 아닌 기억에만 의존해 과거의 경험을 분석한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실천할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는 게 불가능한 이유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반성할 수 없으며, 반성할 수 없으면 더 나아질 수 없다.


홍선표 작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rickeygo@naver.com



(방금 읽으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본문 92~101 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인이 글을 쓴 이유 5가지와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5가지 성과를 쉽고, 깊이있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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