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헤이스팅스가 자신의 판단 기준을 <컬처 데크>로 정리한 이유
여기 직원들 모두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불과 설립 20여 년 만에 전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휩쓸고 있는 회사가 있다.
“복장 규정이 없다고 해서 회사에 벗고 출근하는 사람은 없다”
이 회사의 창업자가 평소 즐겨 쓰는 말이다. 이 말대로 그는 직원들을 틀에 박힌 규정으로 통제하지 않는 것, 직원들 모두를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아는 어른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회사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2000년 초, 설립된 지 이제 막 2년이 넘은 신생 기업의 공동 창업자 두 명이 텍사스주 댈러스의 르네상스타워 입구로 들어선다. 30만 명의 가입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 100여 명 규모의 회사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입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회사의 앞날엔 먹구름이 가득 끼어있었다.
설립 이후 계속해서 큰 폭의 적자를 봤고 이 흐름이 계속되다간 2000년 한 해에만 5700만 달러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창업 2년된 회사를 팔기 위해 경쟁사를 찾아가다
이 두 남자가 텍사스를 찾은 건 자신들의 회사를 경쟁사에 매각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경쟁사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큰 회사였다. 자신들보다 규모가 1000배는 더 컸으니 말이다. 직원 수만 놓고 보더라도 6만 대 100이었다.
빌딩 27층 대회의실에서 만난 경쟁사 대표는 그들에게 얼마에 회사를 팔려고 하는 지를 물었고, 답을 듣자마자 단칼에 거절한다. 남자들이 부른 값은 5000만 달러였다.
이번 한 해에만 5700만 달러 적자를 볼 회사를 5000만 달러에 사달라니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찾아왔던 두 남자는 쓸쓸히 자리에서 일어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신들의 회사로 돌아가야만 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이 남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돈 한 푼 제대로 벌지도 못하면서 막대한 돈을 집어삼키기만 했던 이 회사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20년이 흐른 지금 남자들이 찾아갔던 회사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한때 전 세계에 9000여 개의 비디오·DVD 대여점을 거느리며 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인으로 군림했던 회사였지만 2010년에 파산해버렸다.
DVD를 빌려보는 대신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기업 가치가 60억 달러가 넘었던 회사였지만 이제는 블록버스터라는 회사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찾기 힘들어졌다.
남자들의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남자들이 창업한 회사가 어딘지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남자들의 회사는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고, 살아남는 걸 너무 이제는 전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회사가 됐다.
2002년 이 회사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됐을 때의 주가는 1달러였다. 2020년 9월엔 550달러를 넘었다. 18년 사이 주가가 550배 뛰었고, 2000년에 30만 명에 불과했던 가입자 수는 1억 5000만 명(2020년 기준)을 돌파했다.
고객들에게 주문받은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던 회사가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넷플릭스의 오늘을 만든 비결 <컬처 데크>
이쯤이면 이 회사가 어딘지 대부분 눈치챘을 것이다. 이 회사는 넷플릭스, 그리고 블록버스터 본사에서 쓸쓸히 걸어 나와야만 했던 두 남자는 회사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였다.
만약 그날의 만남에서 블록버스터 CEO 존 안티오코가 넷플릭스를 5000만 달러에 사버렸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두 공동 창업자가 더 낮은 가격을 불러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를 인수해버렸다면 두 회사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당시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는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를 인수해준다면 자신들의 회사를 블록버스터닷컴으로 바꿔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만약 이 제안대로 됐으면 오늘날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는 왕좌에는 블록버스터가 앉아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넷플릭스가 이뤄낸 성공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요소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은 매우 중요하다. 풍부한 자금력만큼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드물다. 돈이 있어야만 최고의 직원을 뽑고,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돈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넷플릭스의 성공을 만들어낸 비결의 상당 부분을 바로 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
넷플릭스보다 돈도 훨씬 많은 데다 50년 넘게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면서 풍부한 콘텐츠와 압도적인 브랜드를 쌓아온 디즈니 같은 회사도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선 밀리고 있는 모습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넷플릭스가 지난 20년간 거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제는 스스로가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던 비결은 이 회사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한 편의 짧은 글을 통해 자신들만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10분도 안 돼 다 읽을 수 있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지만 이 문서에는 넷플릭스의 오늘을 만들어낸 모든 비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가 이 127장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두고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그 어떤 기록보다 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문서의 제목은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 : 넷플릭스 컬처 데크>다. 간단하게 <컬처 데크>라고 부르는 문서다.
원래는 신입 사원들에게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설명하고 그들이 회사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안내하기 위해 작성된 사내 교육용 자료였다.
2009년 넷플릭스는 이 문서를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올렸는데 10년간 18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꿈꾸는 기업인, 예비 창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지침서로 자리 잡게 됐다.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겼기에 한 회사의 사내 교육용 자료에 이토록 많은 관심이 쏠린 걸까?
직설적인 문장들로 가득찬 <컬처 데크>
<컬처 데크> 속 문장들은 짧고 명확하다. 영어를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별 어려움 없이 읽을 정도로 쉬운 단어들로 쓰여있다.
“우리는 탁월함을 추구한다. 우리 문화의 목적은 우리 스스로 탁월함을 이루는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자료는 곧바로 다음장에서 탁월함을 이루기 위해 갖춰야만 하는 7가지 조건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실제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가치다’, ‘뛰어난 성과’, ‘자유와 책임’, ‘통제가 아닌 맥락의 전달’, ‘강하게 연결돼 있지만 느슨하게 짝지어진 조직 구성’, ‘동종 업계 최고 임금으로 대우’, ‘승진과 자기 계발’, 넷플릭스는 이 7가지 기준이야말로 스스로를 다른 회사들과 다르게 만들어주는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다음 각각의 기준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실천해야 하는 행동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탁월함이라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제시한 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부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안내하는 전형적인 두괄식 구성으로 작성된 문서다.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단어들을 나열하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이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짧고,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문서가 어느 정도까지 솔직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뛰어난 성과’ 항목에 속해있는 다음 슬라이드에 담긴 내용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다른 회사와 똑같이, 우리도 채용을 잘하려고 애쓴다
-다른 회사와 다르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킨다.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이제 그런 사람들은 두둑한 퇴직금을 받고 나갔다. 우리에겐 새로운 스타를 맞이할 자리가 생겼다. 매니저는 다음 ‘키퍼 테스트’를 활용하라. 부하직원이 다른 회사가 가서 비슷한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를 붙잡겠는가?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든 내보낼 수 있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누가 최고의 직원인지 아니면 평범 수준의 직원인지는 그가 다른 회사로 가서 일하겠다고 말할 때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도 말하고 있다.
<컬처 데크>는 이처럼 직설적인 문장으로 넷플릭스의 성과주의 기업 문화를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휴가 규정과 근무 규정, 비용 지출 규정, 출장 규정, 보고 규정 등 회사라면 당연하게 있어야 하는 여러 규정들이 아예 없거나 관대한 걸로 유명하다.
휴가를 언제, 얼마나 쓰던,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하든 직원들이 알아서 결정하고, 법인 카드를 어디서, 얼마나 긁든 회사가 제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른 회사였다면 상사의 결재를 얻어야만 하는 중요 안건들도 직원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예스24)
회사의 휴가 규정을 설명하는 <컬처 데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넷플릭스의 휴가 규정과 확인절차
-“규정도 없고, 확인도 하지 않는다”
-복장 규정도 없지만 벗고 출근하는 사람도 없다.
-교훈: 일일이 규정을 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한 가지만은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이 같은 모든 판단은 ‘무엇이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인가?’라는 기준에 근거해서 내려야만 한다.
직원들은 모두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할 수 있는 어른이며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간 리드 헤이스팅스
그리고 넷플릭스의 이 같은 ‘무규칙 기업 문화’에는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의 독특한 성격과 이력이 강하게 배어 있다. 모든 기업의 문화에는 창업자 개인의 성향이 짙게 배어있기 마련이다. 특히 창업자가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경영을 이끌고 있는 회사라면 그가 조직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공동 창업자였던 마크 랜돌프는 넷플릭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지 1년 뒤인 2003년 회사를 나갔기에 오늘날 넷플릭스의 성과와 문화를 만들어낸 건 헤이스팅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든 칼리지에서는 수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원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리드 헤이스팅스는 효율성과 정확한 근거에 따른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직설적으로 쏘아붙이듯 말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동시에 그는 다른 이들은 종잡을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년 동안은 그저 일이 재밌다는 이유로 진공청소기 외판원으로 일했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는 보스턴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변호사였으니 말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갑자기 해병대에 입대해 장교 양성 코스를 밟는다. 이렇게 2년을 군대에서 보내고 난 뒤에는 평화봉사단에 참가해 남아프리카 스와질란드(현 에스와티니)에서 3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한다. 대학원에 입학해 인공지능을 전공한 건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뒤부터였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을 테니 스스로의 힘으로 최고의 성과를 이뤄내라. 대신 대우는 최고로 해주겠다’는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에는 이처럼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선택한 대로 인생을 살아나가는 그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컬처 데크>는 헤이스팅스 홀로 책상 앞에 앉아 머릿속 생각을 단숨에 적어 내려 간 글이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14년간 최고인재책임자로 일하며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던 패티 맥코드와 둘이서만 머리를 맞대고 앉아 쓴 글도 아니다.
<컬처 데크> 127장 슬라이드는 그가 1991년 첫 회사인 퓨어소프트웨어를 창업하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 30년간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던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 이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원칙들 위에 서 있다.
머릿속 생각이 아니라 행동과 조직 구성원들과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한 문장씩 완성해나간 글이다. 헤이스팅스는 그 과정을 다음처럼 말했다.
30년 회사 경영의 경험을 담아내다
“여러 해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진화를 거듭한 끝에,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스스로 내린 판단을 실행에 옮길 때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갖게 되면, 직원들은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회사도 책임을 묻기 더 쉬워진다."
"그러면 상황에 더욱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고 더 즐겁고 의욕적인 분위기가 되어 민첩한 조직이 된다.”
<컬처 데크> 속 문장들이 단호하고 명료한 어조로 넷플릭스 직원이라면 반드시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모든 내용들이 현실에서 검증받은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리더는 혼자만의 공상이 아닌 현실에서의 실천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헤이스팅스가 <컬처 데크>를 만들어 직원들과 공유하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리더라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직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밝힐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정확하게 알아야만 한다. 부하 직원들에게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힘을 모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가 무엇인지부터 구성원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부하 직원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리더만큼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는 리더는 없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잘 알겠지만 부하 직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상사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 리더다. 자신이 직접 말하는 대신 부하 직원들이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알아내어 알아서 행동해주길 원하는 상사다.
본인의 생각과 그 근거에 대해 자신감이 없어서 부하 직원들을 설득하지는 못 하지만 상사라는 지위를 활용해 어떻게든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을 끌어가려는 상사. 이런 상사들이야말로 조직의 효율성을 가장 떨어뜨리는 존재다.
명확하게 말하지 않은 리더는 위기와 혼란을 부른다
부하 직원들은 자신의 상사가 머릿속에 담고 있는 생각을 읽어내기 위해 귀중한 업무 시간을 허비해야 하고, 자신이 지금 제대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일단 일을 처리한 다음에 불안한 마음으로 상사를 찾아가야 한다.
결과물이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모든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상사의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된다.
애초에 상사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뚜렷하게 말했다면 일의 결과물을 끌어올리는 투입할 수 있었던 시간과 노력들이 아무 의미 없이 허비되고 마는 것이다.
비효율과 낭비, 관료주의를 무엇보다 싫어하는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이 같은 모습은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는 글을 통해 자신과 넷플릭스가 직원들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뚜렷하게 밝힌다.
간단명료한 문장들로 이뤄진 <컬처 데크>를 보면 군대의 작전 계획 문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컬처 데크>는 매우 잘 구성된 작전 계획 문서다. 장군이 아닌 실제로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대원들을 위해 작성됐기 때문이다.
장군을 바라보며 작성된 자료는 거창한 단어들만 담고 있을 뿐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소수 정예로 이뤄진 특수 부대일수록 전투에 들어가기 전 상세한 작전 브리핑을 통해 대원들에게 작전의 목표와 한 명, 한 명의 임무에 대해 철저하게 설명한다. 모든 대원들이 작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전투 환경에 맞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비씰 같은 특수부대나 프로 스포츠팀처럼 최고의 성과를 내는 소수 정예 인재들로 구성된 조직을 추구했던 헤이스팅스에게 글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넷플릭스의 목표를 분명하게 말했던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라면 자신의 판단 기준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리더들은 조직원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고, 그저 시키는 일만 잘하도록 만들기 위해 규칙을 만들어내지만 그와 같은 최고의 리더들은 사람들의 가능성을 최대로 끌어내 탁월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글로써 문화를 만든다.
(방금 읽으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를 마무리하는 에피소드 글입니다. 이 책을 읽으시면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워런 버핏,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명이 글을 씀으로써 이뤄낼 수 있었던 5가지 성과와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글을 써야만 하는 5가지 이유와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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