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리더들이 모두 엄청난 독서광이란 사실은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다. 빌 게이츠든 마크 저커버거든 일론 머스크든 누구나 알만한 창업자 이름을 한 명만 떠올려보라. 누가 됐든 그 사람은 분명 책벌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회사를 창업하고 2년 뒤인 1983년 간염에 걸려 3년 동안이나 병원에 입원해서 지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회사를 경영하는 일을 빼고 남는 시간은 모두 책 읽기에 바쳤다. 이 시기에 이렇게 읽은 책이 약 4000권이다.
그가 중학교를 마친 뒤 홀로 미국 유학에 나섰던 것도 책 덕분이었다. 시바 료타로가 쓴 대하소설 <료마가 간다>를 읽고 감명을 받은 중학생 손정의는 자신도 역사 속 인물인 료마처럼 큰 세상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고,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역시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영재 교육을 받았던 그에게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1977년 출간된 <총명한 아이를 기르는 법: 학부모가 본 텍사스 영재교육>이란 책에는 같은 학교 여자아이가 자신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다며 분해하는 초등학교 6학년 베조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아마존닷컴을 창업하고, 회사 안에서 자신을 포함한 최고위 임원들로만 구성된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 역시 책에 빠져 살았던 것은 마찬가지다. 그의 동생 킴벌 머스크는 “형은 하루에 보통 열 시간씩 책을 읽었다. 주말이면 하루에 두 권도 읽었다”고 말한다.
초등학생 시절의 머스크는 오후 2시쯤 학교를 마치면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부모가 돌아오는 저녁 6시까지 계속해서 책을 붙들고 살았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는 학교 도서관과 마을 도서관에 있는 모두 다 읽어버려 사서에게 책을 더 주문해달라고 졸랐고, 나중에 가서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까지 모조리 읽어버렸다.
그가 우주 탐사를 위한 로켓을 개발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로켓 과학자들이 쓴 책을 구해서 읽는 일이었다.
틈날 때마다 SNS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는 빌 게이츠가 독서광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는 2018년에는 스웨덴의 의료보건학자 한스 로슬링이 쓴 <팩트풀니스>를 미국의 모든 대학·대학원 졸업생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노예 해방을 이뤄낸 에이브러햄 링컨도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책 읽는 걸 일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라고 생각한 그의 아버지는 링컨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볼 때마다 책을 빼앗아 갈기갈기 찢어버렸지만 링컨은 결코 독서를 포기하지 않았다.
평생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그는 어른이 돼서야 홀로 글쓰기를 연습해야만 했다. 새뮤얼 커컴이 쓴 영문법 책 <영어 문법>을 빌리기 위해 10㎞가 넘는 책을 걸어야만 했지만 문법에 맞춘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청소년기 모습
서로 다른 시대에 태어나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갔지만 최고의 리더들은 모두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그들 모두가 최고의 책벌레였던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의 리더들만큼 누군가 자신을 설득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물들도 없기 때문이다.
책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1대 1 대화다. 그 누구도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 여지는 없다. 독자는 책을 펼치기 전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의 세계관과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흡수한다.
최고의 리더들만큼 자신보다 더 뛰어난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의 좁디좁은 세상을 더 넓혀주고, 때로는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면서 그동안 자신이 세상을 바라봐왔던 관점 자체를 깨부숴주기를 갈망하는 이들은 없다.
자신보다 앞서 살았던 인물이든 아니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물이든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의 지적 영토를 더 확장해주기를 매일같이 열망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쓰기 전에 먼저 읽는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작가에게 설득당하고, 그의 지식과 관점, 생각의 흐름을 모조리 흡수해낸 최고의 리더는 그저 아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뭔가를 배웠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머무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리더와 평범한 독서 애호가를 가르는 기준이다.
그들은 자신이 글을 통해 배운 지식을 재료로 자신만의 지식, 실천, 철학을 만들어낸다.
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 수천 권의 책을 읽었던 손정의는 동양 병법의 고전 <손자병법>에 푹 빠져버린다. 손자와 성이 같은 자신이 사실은 손자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그리고 훗날 그는 <손자병법>의 내용에 자신의 경험과 전략을 더한 손정의만의 경영철학인 ‘손의 제곱법칙’을 만들어낸다. 결코 전쟁에서 패하지 않는 비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손자병법>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압도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신만의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한다.
대학 시절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자 모습
제프 베조스는 책을 읽고, 배운 점을 그대로 실천하는 인물이다. 2001년 미국의 경영 사상가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을 읽고 감명받은 베조스는 이후 이 책에서 설명한 ‘플라이휠’(flywheel)과 ‘자동 강화 고리’(self-reinforcing loop)와 개념을 아마존의 핵심 비즈니스 전략으로 삼아 회사를 키워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의 거장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의 책 <혁신 기업의 딜레마>를 읽은 뒤에는 곧바로 책의 내용을 받아들여 회사의 기존 주력 비즈니스 모델인 종이책 사업을 무너뜨릴지도 모르는 전자책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나오게 된 제품이 아마존의 킨들 단말기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쓴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에서 단 한 권의 비즈니스 서적을 읽어야만 한다면 알프레드 P. 슬로언 2세의 <GM과 함께한 나날들>(My Years whth General Motors>를 읽으라고 추천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경영서적인 이 책을 읽고, 여기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함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이 글의 필자가 최고의 리더들의 전략을 쉽고, 깊이있게 분석한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2000년대 초 페이팔을 매각한 뒤 로켓 과학자들의 책에 파묻혀 지냈던 일론 머스크는 결국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문법 책을 빌리기 위해 10㎞를 걸어야 했던 링컨은 미국 역사상 최고의 연설을 남길 수 있었다.
최고의 리더들은 자신을 설득해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끝없이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른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이를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으로 옮길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아이작 뉴턴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고의 리더들일수록 자신에게 어깨를 빌려줘 좀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거인을 만나기만을 고대하기 때문이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저자
rickeygo@naver.com
(이글은 올해 연말에 출간될 '최고의 리더는 왜 글을 쓰는가'(가제)에 들어갈 원고입니다. 홍선표 기자가 보내드리는 지식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이번 글처럼 세상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일주일에 한번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바로 구독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