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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Feb 09. 2021

베이조스가 첫 주주서한에 담았던 야망을 실현시킨 비결

1998년 첫번째 베조스 레터를 쓰며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수립하다

지금부터 글이 지닌 우선순위의 힘을 활용해 오늘날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낸 인물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특히 1999년부터 지금껏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주주들에게 자신이 처음으로 썼던 주주 서한을 다시 보내고 있는데 그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보면 더 좋을 것이다.     


1998년 1월 초 미국 시애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시애틀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자 스타벅스의 첫 번째 매장이 있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베이지색 벽면의컬럼비아빌딩이 있다.      

길 건너 건물 맞은편엔 스트립 클럽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 중간에는 마약중독 클리닉이 자리 잡고 있는 음침하고 위험한 동네다.     


1년 반 전인 1996년 늦여름, 이 컬럼비아 빌딩에 한 회사가 사무실을 찾아 들어왔다. 처음 건물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직원이 150여 명에 불과했지만 1998년 초에는 그 숫자가 600명으로 늘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였다.      



직원이 네 배로 늘어나는 사이 회사 매출은 1,570만 달러에서 1억 4,780만 달러로 여덟 배 이상 늘어났다.   


회사의 주력 상품은 책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고객에게 책을 주문받아 배송해주는 게 이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모델이다.     


이 회사는 1995년 여름 시애틀 인근 벨뷰에 자리 잡은 창업자의 집 차고에서 시작됐다.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한파를 그대로 견뎌야만 하는 그저 벽돌로 벽을 쌓아 만든 공간이었다. 건축 자재 매장에서 사 온 60달러짜리 갈색 문짝 두 개를 책상 상판으로 삼고 그 아래에 목재를 이어 붙여 만든 책상 두 개가 사무기기의 전부였다.     

창업자와 그의 아내, 다른 직원 두 명과 함께 시작한 이 회사는 창업한 지 2년도 안 된 1997년 5월 15일에 미국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회사 주식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회사는 5,400만달러의 자본금을 손에 쥘 수 있었고, 창업자 역시 억만장자가 됐다. 20년 뒤 그가 갖게 될 부에 비하면 하찮은 액수긴 하지만 말이다.     



크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


이 회사 창업자는 17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벌써부터 이마가 벗겨지기 시작한 서른네 살의 남자였다.      


이날 그와 다른 임원 두 명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몇 시간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보내는 주주 서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두고 격론이 펼쳐졌다.     


동료들과의 논의 끝에 회사의 첫 번째 주주 서한에 담을 뼈대를 마련한 창업자 겸 CEO는 책상 앞에 앉아 그 내용을 하나씩 글로옮겨나갔다.      


평소 “크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그의 성향은 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소심한 투자 결정보다는 담대한 투자 결정을 내려서 시장 선두 주자로서 선점 우위를 얻을 가능성을 높이겠습니다”와 같은 문장들을 통해 자신이 크고 압도적인 이익을 추구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한 남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다. 자기 집 차고에서 시작한 아마존을 20여 년 만에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으로 키워냈고, 스스로도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부자가 된 인물이다.      


2020년 4월〈포브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130억 달러(약139조 원)로 3년 연속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글은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그에게 첫 번째 주주 서한은 그저 주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뒤 회사의 상황을 안내하는 평범한 글이 아니었다.      


그에게 첫 번째 주주 서한을 쓰는 일은 앞으로 자신과 회사가 계속해서 추구할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남들이 봤을 때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겠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후 아마존이 수십 년 동안 실행해나갈 전략을 정하고, 세부 과제별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주 서한은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임직원들을 대표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지난 한 해 동안 회사가 거둔 실적을 알리고 올해에는 어떤 식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갈지 설명하기 위해 쓴다.     


오늘날 가장 유명하고 그만큼 영향력이 큰 주주 서한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방금 말했던 제프 베이조스의 주주 서한과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이다.      


워런 버핏은 1965년부터, 제프 베이조스는 1998년부터 해마다 거르지 않고 주주 서한을 쓰고 있다. 버핏과 베이조스의 주주 서한은 매년 초에 나온다. 전년도의 성과와 실적을 분석하며 목적을 설정하여 공개한다.      


이들의 편지가 공개되면 전 세계 언론은 앞다퉈 그 내용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이들이 쓴 주주 서한을 분석해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설명하는 책만 해도 수십 권이 출간됐다.     


역사상 가장 큰 부를 일궜고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글이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며칠씩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 이유


제프 베이조스처럼 최고의 기업을 만들고 싶은 창업자나 워런 버핏처럼 투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싶은 이들에게 그들의 주주 서한은 보석보다도 값진 글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이들에겐 말 그대로 시간이 곧 돈이다. 그런 이들이 며칠씩 시간을 들여 직접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존과 버크셔해서웨이의 경영 상황을 알리는 것만이 목표라면 굳이이들이 글을 쓸 필요는 없다. 회사가 지난 한 해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는 주주 서한이 나오기 전에 이미 세상에 공개되고 연차 보고서에 실리는 도표와 그래프만 훑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고라고 불리는 리더들에게도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고의 리더들은 항상 글을 쓴다. 글을 씀으로써 얻는 이익이 글을 쓰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제프 베이조스의 주주 서한을 읽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읽고계신 이 글은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205~213페이지에 실린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1999년부터 지금껏 20년 넘게 그는 항상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주주 서한을 마무리해왔다. 그가 회사를 이끄는 한 아마존의 주주 서한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다음 문장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1997년 베이조스 레터 사본을 첨부합니다. 언제나 첫날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습니다.”     

제프 베이조스는 전년도 사업 성과를 분석하고 그해의 사업 목표를 설명한 뒤 자신이 처음 썼던 주주 서한을 첨부하는 것으로 모든 글을 마쳐왔다.      


첫 번째 주주 서한이야말로 자신과 아마존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날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는 말은 처음 세운 전략을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에게 글을 쓴다는 건 전략을 세우고 실천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글을 쓰는 건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베이조스는 1997년의 성과를 분석하며 썼던 첫 번째 주주 서한에서 자신이 주주 서한을 쓰는 목적은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이를 공유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다. 바로 다음 문장을 통해서.     


“과감한 선택을 할 때 전략적 사고 과정을 여러분과 (경쟁 압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공유하겠습니다. 주주 여러분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투자가 장기적 시장 주도권에 적합한 것인지를 직접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베이조스는 첫 번째 주주 서한을 통해 자신이 아마존을 경영할때 가장 우선 고려하는 가치는 ‘장기적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장기적 이익이야말로 우선순위의 가장 앞에 높여진 가치다. 아무리 위험하고 무모해 보이는 일이더라도 그 일이 회사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망설임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밝혔다.     


“우리는 성공의 근본적인 척도가 장기간에 걸쳐 우리가 창출하는 주주 가치일 거라고 믿습니다. 이 가치는 현재 우리의 시장 주도적 지위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역량의 직접적인 결과일 것입니다. 우리의 시장 주도권이 확고할수록 우리의 경제 모델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또한 시장 주도권은 매출 증대, 수익성 향상, 자본 확장,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수익률 증가로 직결됩니다.”     



장기적인 관점이야말로 성공의 기본이다


오늘날의 아마존을 만들어낸 혁신적인 결정들은 모두 처음엔 회사 안팎의 의심스러운 시선과 함께 시작됐다. 


2000년에는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 기능을 도입해 아마존닷컴 안에서 다른 소매업체들이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상품과 같은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했다.      


눈앞의 수익을 챙기는 것보다는 판매자들(아마존을 포함한) 사이의 경쟁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프라임’(Prime) 서비스를 내놨다. 79달러의 연회비를 낸 고객에게는 주문 상품을 이틀 안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였다. 배송비 부담 때문에 회사가 휘청거릴지 모른다는 걱정이 컸지만 망설임 없이 밀어붙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개발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 뛰어들 사업이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제프 베이조스의 뜻을 꺾을 순 없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서비스, 즉 마켓 플레이스, 프라임, 아마존웹서비스야말로 오늘날의 아마존을 만들어낸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단기적으로는 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드는 제프 베이조스의 결단력이 만들어낸 성과다.      


베이조스는 첫 번째 주주 서한을 통해 장기적인 이익이야말로 자신과 아마존이 추구하는 유일한 목표라는 사실을 밝혔고 이를 실천했다.      


그저 목표만 밝히고 끝났던 게 아니다.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이 함께 제시되지 않는 목표는 공허하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즉시 실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행동 방안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아마존은 장기적 관점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존 회사들과는 다른 결정을 내리고 다른 방향성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주주 여러분들의 투자 철학이 우리의 생각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아마존의 기본 경영 방침과 의사 결정 방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만약 아마존의 경영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라면 조용히 떠나달라는 뜻이다.      



글을 쓰는 건 전략을 세우는 연속적인 흐름이다


그는 이어 △고객에 대한 집중, △장기적 관점의 투자, △성공뿐만이 아닌 실패를 통한 혁신, △망설임 없고 과감한 투자, △미래 현금 흐름 최대화, △전략적 사고 과정의 공유, 


△최대한의 비용 절감, △성장에 우선순위를 둔 투자, △스톡옵션에 기반한 직원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모두 아홉 가지 행동 방안을 내놓는다.     


이처럼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의 첫 번째 주주 서한을 통해 앞으로 자신과 회사가 추구할 핵심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모두 제시했다.      


그가 단순히 1년 동안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전략을 밝히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글을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에게 글쓰기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회사를 키우기 위한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주주와 회사 내부 구성원들에게 전략에 대해 알리는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연속적인 흐름이다.     



매년 주주 서한을 보낼 때마다 첫 번째 베이조스 레터를 첨부하는 것 역시 자신이 처음 회사를 창업하며 세웠던 목표가 변하지 않았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수립한 전략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1997년 주주 서한에서 로드 맵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해냈을 뿐 아니라 엄청나게 잘 해냈습니다.”     

2017년 워런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 자리에서 지난 20여 년간 제프 베이조스와 아마존이 거뒀던 성과를 평가하면서 남긴 말이다.


홍선표 작가 /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rickeygo@naver.com



(방금 읽으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본문 205~213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인이 글을 쓴 이유 5가지와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5가지 성과를 쉽고, 깊이있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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