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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Feb 07. 2021

글을 쓰지 않는 리더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

조직 구성원을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주체로서 존중하는 리더는 글을 쓴다

어떤 조직의 조직 문화가 민주적인지 권위적인지, 수평적인지 수직적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리더가 구성원들을 향해 직접 글을 쓰는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개인,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주체로서 존중하는 리더만이 직접 글을 쓰기 때문이다.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조직의 리더는 글을 쓴다. 조직 구성원을 자신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는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는 능동적인 주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람은 마음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일에는 절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글을 통해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설득해 자신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가장 큰 의무라고 생각한다.     



윈스턴 처칠, 존 F. 케네디, 넬슨 만델라처럼 큰 업적을 남긴 민주 사회의 지도자들 중에서 글과 연설로 명성을 떨친 인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마쓰시타 고노스케, 이나모리 가즈오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탁월한 업적을 일궈낸 창업자들이 뛰어난 작가였던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명령과 지시가 아닌 설득과 공감을 위해 글을 쓴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의 보스는 글을 쓰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조직 구성원은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일 뿐, 공감을 얻기 위해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물론 권위적인 보스들도 가끔 글을 쓴다. 하지만 이들의 글은 글이 아니다. 글의 옷을 입고 있는 명령일 뿐이다. 그럴듯한 형식과 세련된 어휘로 장식돼 있다고 해도 애초에 읽는 이와 소통하고 교감할 마음이 없는 일방향의 명령은 글이 아닌 지시일 뿐이다.     



보스는 부하 직원을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명령할 뿐이다. 자기 생각과 그 근거를 글로써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자신의 신성한 권위를 깎아내리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황제는 신민들에게 칙서를 내릴 뿐 그들을 위해 글을 쓰진 않는다.     


연초가 되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CEO의 메시지를 담은 신년사를 직원들에게 발표한다. 대기업 CEO들의 메시지는 외부에도 공개되고 언론에서도 이 내용을 자세히 다룬다.      


하지만 이런 글들 중에서 진정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회사 바깥의 사람들에게까지 울림을 주는 글이 여태껏 몇 편이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쉽게도 한국의 리더들은 대부분 글을 쓰지 않는다.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공직에 있든 어느 영역에 속해 있든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법이다. 한국의 리더들이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글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라왔는지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많은 리더들, 특히 공공 영역에서 일하는 리더들은 대부분 ‘고시’라는 치열한 경쟁을 통과했고 그 대가로 처음부터 남보다 훨씬 앞선 곳에서 자신의 경력을 시작했다.      


이렇게 화려하게 데뷔한 이들 중에서도 상사의 기대를 100퍼센트, 아니 200퍼센트 이상 충족시켰던 사람들만이 갈수록 좁아지는 문을 통과해 계속해서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상사를 만족시키기만 하면 안정적으로 승진을 기대할 수 있던 시대였다.     


물론 과거나 지금이나 부하 직원들에게 신망을 얻는 게 조직 안에서 위로 올라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과거에는 부하 직원들의 평가보다는 윗선의 선택이 개인의 승진과 조직 안에서의 성공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더 컸다. 솔직히 지금도 한국의 대부분 조직들은 이렇다.      


나는 이 점이 한국의 리더들이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글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라고 본다. 설득보다는 지시와 명령을 통해 훨씬 더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읽고계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본문 32~36페이지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이는 민간 기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오늘날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과거 한국 기업들의 문화는 군대보다도 더 엄하고, 상명하복이 강제되는 분위기였다.      


카리스마 있는 창업자가 명령을 내리면 임원들과 중간 관리자들을 거쳐 말단 직원에게까지 순식간에 지침이 전달되는 시스템이었고, 최고경영자의 말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건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하는 것은 애초에 직원들에게 기대되는 일이 아니었다.     


조직의 두뇌 역할은 오너 CEO를 비롯한 극소수의 고위 임원들이 담당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들의 손과 발이 돼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되는 구조였다.      


지시만 내리면 모두가 알아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직원들을 설득한다며 글을 쓸 리더가 있겠는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오늘날의 기업인들에게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구상에 대해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이해와 동의를 구한다는 건 낯선 생각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과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다.     



이런 리더들의 눈으로 봤을 때 오늘날 새롭게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을 지시해도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먼저 찾고, 자신이 마음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일에는 제대로 열정을 쏟지 않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낯설 뿐이다.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이해해볼 요량으로 트렌드 책도 여러 권 사서 읽고 유명 강사들의 강의도 들어보지만, 그런다고 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새로운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직원들을 명령과 지시의 대상이 아닌 설득을 통해 지지와 공감을 얻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없이는 새로운 세대의 마음을 읽을 수도,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도 없다.     


과거의 리더들은 명령과 지시만으로도 충분히 조직을 이끌 수 있었다. 시대가 이를 가능케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리더들은 구성원의 자발적인 지지 없이는 조직을 움직일 수 없다. 이 역시 시대가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리더들에게 글을 써서 자기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알리는 능력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만약 사람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당신이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당신의 자리는 없다.


홍선표 작가 /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rickeygo@naver.com



(방금 읽으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본문 32~36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인이 글을 쓴 이유 5가지와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5가지 성과를 쉽고, 깊이있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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