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에이전시, 출판사 10년 업력 회사가 자기계발 플랫폼을 만들었다
<요약>
<인플루엔셜·윌라 비즈니스모델>
-2008년 강사 섭외·강연 중개 업체로 창업
-이후 출판업계로 진출해 '미움받을 용기', '명견만리' 등 베스트셀러 출간
-사업 성공으로 미래에셋벤처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
<윌라의 강점>
-10년간 강연, 출판업에서 쌓아온 네트워크와 콘텐츠
-7000여명의 강사 DB를 활용한 동영상 콘텐츠 제작
-출판사로써의 역량을 살려 오디오북 제작·판매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음
-2018년 네이버 오디오콘텐츠펀드 투자 유치
<한국의 지식 플랫폼> 세 번째 시간에 다룰 기업은 동영상과 오디오를 중심으로 한 자기계발 플랫폼 '윌라'입니다. 2017년 12월 첫 선을 보인 윌라는 앞서 다뤘던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편인데요. 실제로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콘텐츠 스타트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주변 지인한테 물어봤을 때도 "윌라, 거기 외국계 아니었어? 거기가 우리나라 회사였어?'란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윌라, 정확히 말하자면 윌라를 운영하고 있는 인플루엔셜은 2018년에 창립 10주년을 맞은 직원 50여 명의 중견 콘텐츠 기업입니다. 2008년에 창업 당시 국내에선 거의 처음으로 강연 연사 섭외·중개 비즈니스, 강사 에이전트 사업을 시작했고요. 몇 년 뒤부턴 출판업계에 진출해 연달아 베스트셀러를 내면서 유명 출판사로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윌라나 인플루엔셜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봤더라도 도서 <명견만리>, <미움받을 용기>의 이름은 들어보셨거나 읽으신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요. 이 책들이 바로 인플루엔셜에서 나온 대표적인 책들입니다.
HSBC은행 마케팅 상무 출신인 문태진 대표가 이끄는 인플루엔셜은 그동안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꾸준하게 새로운 도전을 해온 기업으로 꼽힙니다. 국내 출판계에서 최초로 프로젝트 지분 투자 방식으로 책을 출판한 게 대표적인데요. 프로젝트 투자 방식이란 쉽게 설명드리면 책이 나오기 전에 기획안만 갖고 투자자들을 찾아가 '이런 저자가 이런 내용으로 책을 쓰는데 투자할래?'라고 물어보고 이를 응락한 투자자한테 투자금을 받아 그 돈으로 책을 내고 큰 규모로 마케팅을 하는 방식입니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업계에선 흔한 방식이지만 규모가 작은 출판업계에선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었죠.
이런 프로젝트 투자 방식으로 출판된 책이 2012년 나온 발레리나 강수진의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였고요. 첫 번째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내면서 이어서 2014년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던 <미움받을 용기>도 프로젝트 방식으로 출판됐습니다.
강연 중개 사업과 출판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투자업계의 큰손들도 인플루엔셜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2015년에는 타임와이즈엔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회사 차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합니다. 아시다시피 출판사가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받는 건 드문 일이라 당시 업계의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2018년 6월엔 '네이버-KTB 오디오콘텐츠전문투자조합'으로부터 오디오 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강사 섭외·강연 중개 기업이자 출판사인 인플루엔셜이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윌라 덕분이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특정 회사의 사업 모델을 분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기업의 조직도를 살펴보는 겁니다. 조직도를 살펴보면 그 회사의 주력 사업과 앞으로 키우려고 하는 분야가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인플루엔셜도 마찬가지인데요. 아래 있는 조직도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플루엔셜은 보다시피 크게 세 가지 사업 부문을 갖고 있습니다. 출판사업, 강연사업, 스마트러닝 사업입니다. 스마트러닝 사업이 바로 자기계발 콘텐츠 플랫폼 윌라를 이끌고 있는 조직입니다. 먼저 출판사업과 강연사업에 대해서 간단하게만 살펴보겠습니다.
출판사업본부는 웅진지식하우스 임프린트(단행본) 대표를 지냈던 김보경 본부장이 지휘하고 있습니다. 편집, 디자인, 영업마케팅 등 일반적인 출판사의 팀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낸 대표작으로는 앞서 말했던 명견만리, 미움받을 용기 등이 있습니다.
2018년 12월엔 국내에서만 230만 여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후속작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를 종이책과 오디오북으로 동시에 출간하며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네요. 목소리 녹음은 김소영 아나운서가 맡았습니다. 다른 책들도 보면 데니스 홍 교수, 심상정 국회의원, 조훈현 프로바둑 기사 등 사회 각 분야의 명사들이 낸 책이 꽤 많았습니다.
인플루엔셜의 모태가 된 강연사업 부문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날의 인플루엔셜이 있을 수 있도록 돈을 벌어다 준 조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플루엔셜은 회사 소개에서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7048명의 연사들이 등록돼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기준)
지금껏 1929개 기업이 인플루엔셜을 통해 연사를 섭외했고요. 4492건의 강연이 이뤄졌습니다. 섭외 요청 건수만 보면 모두 8324건의 요청이 들어왔네요.
기업들로선 조직이 처한 상황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강사,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일으켜줄 수 있는 강사를 섭외하고 싶어도 강사들의 연락처를 몰라서 어떻게 접촉해야 할지부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플루엔셜은 2008년부터 기업들의 이 같은 니즈를 반영해 기업과 강사를 서로 연결해주는 중개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섭외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강연장 세팅, 강연 진행, 강사료 정산 등의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강사들을 대상으로 한 에이전트 사업이라고 보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인플루엔셜과 전속 계약을 맺은 유명 강사로는 데니스 홍 UCLA 교수가 대표적입니다.
인플루엔셜이 중간에서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지는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은데요. 2008년 사업 시작 당시에 언론에 나왔던 내용을 보면 연사들의 네임벨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강연료의 10~30%가량을 수수료로 받는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수수료 요율 자체는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방금 설명한 출판사업과 강연사업은 인플루엔셜이 윌라라는 동영상과 오디오를 중심으로 한 자기계발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줬습니다. 사람과 책이라는 절대적인 핵심 콘텐츠를 확보한 상태로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콘텐츠 플랫폼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선 막대한 초기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자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하기 때문인데요. 콘텐츠 업계 업력이 없는 기업이라면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콘텐츠 창작자들을 만나 그들과 콘텐츠 수급 계약을 맺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인플루엔셜처럼 10년간 강연 중개사업과 출판사업을 통해 콘텐츠 업계에서 경험을 쌓아온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콘텐츠를 재가공하고, 기존에 줄곧 거래해왔던 창작자(연사, 작가)들과 다시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빠른 속도로 플랫폼을 콘텐츠로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면 콘텐츠 생산의 한계비용이 작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플루엔셜이 10년간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가 네이버가 윌라에 투자한 배경이라고 판단됩니다.
윌라 서비스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윌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윌라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는 클래스란 이름의 자기계발용 동영상 콘텐츠고요. 다른 하나는 오디오북입니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각각 강연사업과 출판사업의 콘텐츠를 재가공한 내용들입니다. 회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2017년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윌라는 2018년 12월 기준 17만 건의 앱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클래스 섹션은 동영상 강의로 채워져 있는데요. 주요 콘텐츠로는 <대한민국 명강을 만나다>란 이름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 경영 전략, 허성도 서울대 교수의 역사 강의,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만들어진 과정, 영화 '신과 함께'를 만든 영화사 대표 강연 등을 제공하고 있고요. 조금 더 실용적인 강연들도 마련돼 있는데요. <베스트셀러 저자에게 직접 듣는 인사이트>, <발표의 신들에게 배우는 필승 스피치 시크릿>, <개념에서 실무까지! 윌라 마케팅 MBA> 등이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강연들은 앱 상단에 떠있는 추천 강연 시리즈만 추려서 말씀드린 거고요. 강연 전체를 살펴보면 마케팅 기법, SNS 홍보 전략, 생각정리 스킬 등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내용의 강연들이 시리즈로 마련돼 있습니다. 이 내용들은 모두 동영상 강의입니다. 윌라가 다른 콘텐츠 플랫폼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이 같은 실용적인 콘텐츠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디오북 영역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오디오북 섹션에선 우선 월~금 평일 매일마다 '리딩 멘토'라 불리는 전문가들이 책 한 권의 내용을 요약하고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말해주고 있고요. 또 한 달에 두 권씩 '이달의 책'이란 이름으로 베스트셀러들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이 역시 유명인사들이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추천사가 덧붙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의 경우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다룬 파워풀을 추천하고 있는데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의 7분가량의 추천사가 덧붙여있네요.
윌라에서 유명 인사들을 섭외해 책에 대해 설명하는 '오디오 추천사'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오디오북을 팔기 위해서죠. 콘텐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무료 콘텐츠들은 100% 다 주력 상품을 팔기 위한 미끼 콘텐츠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윌라도 마찬가지인데요. 리딩 멘토의 추천사와 설명을 듣고 이 책이 괜찮겠다고 싶어서 책을 클릭하면 바로 오디오북 구매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윌라에서 팔고 있는 오디오북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리딩 멘토라는 미끼 콘텐츠를 내걸고 있는 것이죠. 책은 대표적인 경험재입니다. 일단 사서 직접 읽어보기 전에는 그 가치를 짐작하기 어렵죠.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도 당연히 다르고요.
"일단 리딩 멘토의 설명을 들어보고 괜찮을 거 같으면 사라" 이게 바로 윌라의 전략입니다. 플랫폼에선 커머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 콘텐츠는 만들지 않습니다. 윌라에서 판매되는 오디오북의 권당 가격은 책마다 다르지만 1만~1만 4000원 사이가 가장 많습니다. 재생 시간은 4시간~6시간가량이고요.
앞서 윌라가 네이버 오디오 콘텐츠 펀드의 투자를 받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네이버가 운영하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에도 3개 채널을 개설해 각각 책 소개, 명강의, 직장인들을 위한 업무 스킬을 주제로 팟캐스트 방송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인플루엔셜과 윌라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자면 지난 10년간 강사 섭외 사업과 출판 사업을 통해 쌓아 온 네트워크와 콘텐츠, 노하우를 윌라라는 플랫폼에 한데 모아서 유료로 소매 판매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윌라의 경우 기존에 쌓아온 이 같은 자산이 있기에 신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 인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해당 사업의 채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콘텐츠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플랫폼과 외부 콘텐츠로만 대부분을 채우는 플랫폼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윌라의 경우 자체 제작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고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 같은 플랫폼은 외부 제작형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엔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에서도 자체 제작형 콘텐츠의 비중을 높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플랫폼 유형에 따른 경영 전략의 차이, 채산성 비교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전반적으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브런치를 구독해주시면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이 같은 분석 내용을 꾸준히 접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오늘 순서는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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