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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an 08. 2019

영단기·공단기로 4천억 버는 회사의 새 먹거리. 커넥츠

기업가치 3조 원대, 에스티유니타스가 자기 계발 플랫폼을 만든 이유.

한국의 콘텐츠 플랫폼에서 다룰 네 번째 기업은 영단기, 공단기 등 토익 시험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온라인 강의와 교재 등을 만들어 파는 에스티유니타스(ST Unitas)입니다.


‘지식을 파는 콘텐츠 플랫폼들에 대해서 다루겠다면서 웬 인강(인터넷 강의) 업체냐?’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 수도 있는데요. 이번 글을 읽으시면 에스티유니타스의 규모와 빠른 성장 속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미래 사업 전략 등을 보고 그런 생각을 접으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먼저 매출부터 확인해볼까요? 아무리 훌륭한 이상과 비전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돈을 벌어야 계속 유지될 수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에스티유니타스는 일단 돈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넥츠 첫 화면


2017년 한 해 이곳이 거둔 매출은 4165억 원입니다. 이곳을 그저 토익이나 공무원 시험 교재 파는 회사 정도로 생각하셨던 분들은 깜짝 놀랄만한 수준입니다. 웬만한 중견기업 수준의 매출이죠. 실제로 이 회사는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2조 3000억~3조 원대 가량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크지만 각종 투자비용 때문에 아직 사업으로 이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데요. 2017년 기준 영업손실액은 28억 원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회사의 매출이 4000억 원대를 넘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만큼 제품이 잘 팔리고 있어서죠. 토익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셨던 분들이라면 영단기(영어), 공단기(공무원 시험)라는 교재·인강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외에도 스카이에듀(수능), 스콜레(직무 및 창업 교육), 키즈 스콜레(영유아 교육), 커넥츠북(온라인 서점) 같은 70여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내놓은 이 같은 브랜드들 중 열에 여덟 곳가량이 해당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2017년 3월에는 미국의 명문대 입시 교육기관인 프린스턴리뷰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교육시장 진출의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한국의 지식 플랫폼 시리즈 이전글 보러가기)

에스티유니타스가 운영하는 교육 브랜드

사실 이 회사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어떤 방식으로 수험생들에게 큰 인기를 끈 교재를 개발했는지, 교재 개발과 이용자들의 학습에 인공지능(AI)을 어떤 방식으로 접목시켰는지를 소개하는 것도 참 흥미로운 주제긴 한데요.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이 시리즈는 지식 콘텐츠 플랫폼의 관점에서 특정 플랫폼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턴 이 회사에서 내놓은 플랫폼 ‘커넥츠’에 집중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커넥츠는 각종 수험서와 인강을 바탕으로 급속하게 성장해온 에스티유니타스의 차기 주력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넥츠를 쉽게 설명드리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자기 계발 콘텐츠를 모아놓은 웹사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이곳 커넥츠 웹사이트 한 곳에 자기 계발 콘텐츠와 각종 인터넷 강의 콘텐츠, 과외 중개 기능 등이 섞여있긴 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 글을 쓰기 위해 회원가입을 하고 사이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좀 헷갈리는 부분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커넥츠를 통해 밀려고 하는 콘텐츠들만 따로 놓고 보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자기 계발 콘텐츠 플랫폼으로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글에선 그 부분에 맞는 코너들만 추려서 살펴보겠습니다. 인터넷 강의나 과외 중개 기능 등은 빼고요.


우선 커넥츠에 들어가면 ‘전문가’란 페이지가 마련돼 있는데요. 이름 그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동영상 강의와 글을 통해서 공유하는 알리는 자리입니다. 커넥츠 소사이티란 페이지에 들어가면 여러 전문가들의 동영상 강의가 올라와있는데요. 


커넥츠의 전문가 강의 코너


강의를 몇 건만 살펴보겠습니다. <무인양품은 어떻게 제3의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을까>(송윤 무지코리아 팀장), <무형의 물에 형태를 부여하는 용기는 어떻게 디자인할까>(정수 디오리진 대표), <토탈 브랜드로 성장한 뉴발란스의 브랜드 전략은>(조원섭 골드힐 상무), <어떻게 폰트로 브랜드의 목소리를 만들 수 있을까>(석금호 산돌커뮤니케이션 의장), <어떻게 나다운 글을 쓸 수 있을까?>(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수) 등 19건의 강의가 올라와있네요. 


이 몇 건만 보셔도 아실 수 있듯이 많은 콘텐츠들이 마케팅, 브랜딩, 디자인 관련 강의입니다. 


동영상 강의와 함께 gibo라는 이름으로 전문가들이 직접 만든 파워포인트, 기획안, 보고서 자료와 함께 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내용의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184명의 전문가가 296개의 문서를 제작해서 올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서비스 이름은 아마도 바둑에서 고수들이 바둑을 둔 순서를 기록해 놓은 그림을 뜻하는 기보에서 이름을 빌려온 거 같네요.  


전문가들이 작성한 각종 문서 원본을 모아놓은 기보


콘텐츠들을 몇 개만 살펴보면 <연매출 267% 성장하게 한 바로 그 무인양품 강남 매장 리뉴얼 기획서>, <‘평창 메달’ 이석우의 가구 매터앤매터 런칭 성공기>, <아모레퍼시픽의 테크 뷰티 프로젝트 메이크온>,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디지털시대의 마케팅>, <‘전설’ 멘디니가 디자인한 삼성기어 S2의 모든 것> 등이 있습니다. 원래는 판매가로는 콘텐츠별로 2만~5만 원가량이 책정돼 있는데요. 할인 방식으로 해서 모든 콘텐츠를 공짜로 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강의와 텍스트 콘텐츠 모두 현업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작성한 자료인 만큼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플랫폼 차원에서 봤을 때는 몇 가지 아쉬움이 있는데요. 우선 콘텐츠의 양이 너무 적습니다. 동영상 강의 19건, 텍스트 콘텐츠 296건은 절대적인 양으로 봤을 때 부족해보입니다. 또 콘텐츠가 상당 기간 업데이트되지 않았는데요. 동영상 콘텐츠는 2017년, 텍스트는 콘텐츠는 2018년 초에 올라온 콘텐츠가 최신입니다. 아무래도 이쪽 사업이 아직까진 회사의 주력 사업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고 또 뭔가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느라 한동안 콘텐츠 업데이트가 멈춘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습니다. 


(이점에 대해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면 댓글이나 메일 등을 통해서 의견 주세요. 글을 쓰기 위해서 사이트를 쭉 훑어봤을 때는 이런 것처럼 보이는데요.)    


무인양품 기획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기보 글


커넥츠는 온라인 서점의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리브로라는 이름의 온라인 서점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 텐데요. 에스티유니타스는 2016년 리브로를 인수해 지금은 커넥츠북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성은 다른 온라인 서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별한 서점이라는 이름으로 북튜버(책과 유튜버의 합성어), 서점 운영자 등이 만든 책 소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 같은 미끼 콘텐츠, 책 소개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요즘은 온라인 서점에선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지식 콘텐츠 플랫폼 시리즈에선 여태껏 모두 4곳의 기업을 소개했는데요. 리디북스와 밀리의서재는 애초에 e북 판매·대여업체이니 더 말할 것도 없고, 윌라를 만든 인플루엔셜은 출판사이기도 하고, 또 에스티유니타스 역시 수많은 교재를 찍어내는 출판사이자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업체기도 하네요. 이처럼 한국의 콘텐츠 기업들은 대부분 책, 출판산업과 강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데요. 왜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건지에 대해서는 조만간 찬찬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온라인 서점 커넥츠북

커넥츠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가장 흥미로웠던 건 ‘프로젝트 스콜레’라는 코너였는데요. 쉽게 설명하면 외부 아이디어가 필요한 기업과 포트폴리오와 직무 경험이 필요한 취업준비생, 대학생, 이직 준비자 등을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냥 대외활동 주관 대행 코너라고 말하는 게 제일 간단하겠네요. 


이곳에 들어가면 커넥츠에 돈을 지불한 기업들의 대외활동, 프로젝트가 올라와있고 지원자는 자신에게 맞는 프로젝트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일반 공모전과 다른 건 미리 팀을 꾸린 뒤 결과물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지원자가 참가를 신청하면 기업과 커넥츠 측에서 지원자를 심사한 뒤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고 다른 지원자들과 팀을 이루게 해 줍니다. 그러면 팀원들끼리 주기적으로 만나서 결과물을 내놓는 방식입니다. 현재 올라와있는 프로젝트를 하나 설명하면 하나카드의 ‘브랜드 마케팅 캠페인 전략 개발 프로젝트’ 등이 있습니다. 


에스티유니타스에서도 ‘커넥츠 지식 플랫폼 서비스’ 런칭 전략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원자들을 모으고 있는데요. 이런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커넥츠는 앞으로 개선할 점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윤성혁 에스티유니타스 대표


이번 글을 쓰기 위해서 몇 시간 동안 커넥츠 사이트를 돌아다녔는데요. 웹페이지 구성이 상당히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앞서 말했듯이 전문 지식, 과외 중개, 인터넷 강의 등의 코너가 한 사이트 안에 다 들어있다 보니 웹페이지 구성이 너무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선 어딜 들어가야 내가 필요한 정보를 구할 수 있는지 찾기도 힘들었고요. 또한 전문가 강의와 콘텐츠들 대부분이 2017년 이후 제대로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었고 그 개수도 지나치게 적어서 ‘글로벌 지식 플랫폼을 추구한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 무색해 보였습니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에스티유니타스가 내놓은 커넥츠는 한국의 주요 지식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됩니다. 첫째는 공단기, 영단기 등 70여 개 인터넷 강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회원들의 데이터를 갖고 있고요. 또 회원들이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커넥츠 사이트에 의무적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지식 콘텐츠 서비스’를 알리고 이용자들을 모으기도 쉽습니다. 공단기, 영단기 등으로 확보한 회원들과 이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선 커넥츠 사이트에 들어와야 한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죠. 


또한 연매출이 4000억 원대에 달하는 만큼 돈 걱정 없이 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교육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만큼 일정 규모의 매출이 꾸준히 들어올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이용자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시스템 ‘스텔라’를 활용하면 지식 콘텐츠를 판매하는 데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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