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팟캐스트 플랫폼인 오디오클립,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대가를 지불.
네이버가 처음으로 콘텐츠 창작자들한테 직접 돈을 지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오디오북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 창작물을 올리는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구독자수, 재생수에 따라 일정 금액의 현금(혹은 네이버페이)을 지불하는 내용입니다. 블로그, 포스트, 네이버TV 등 다양한 콘텐츠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반 창작자들한테 직접 현금성 대가를 지불하는 건 오디오클립이 처음입니다.
이번 글에선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에 한해 창작자들한테 직접 대가를 지불하는 방안을 채택한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상황이라 금액, 시기 등 세부적인 내용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창작자들에게 창작료를 지불하는 큰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평소 저와 교류하는 IT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모든 창작자들에게 창작의 대가로 현금(혹은 네이버페이)을 지불하려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창작료 지불은 이르면 이번 2월부터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등록된 909개 채널(1월 16일 기준)들은 채널 구독자 수와 콘텐츠 조회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게 됩니다. 구독자수와 조회수가 높을수록 당연히 지불받는 창작료도 커지게 됩니다. 다만 창작료에는 최대 금액, 상한선이 정해져있는데요. 아직 이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 광고로 연간 수십억 원을 넘게 버는 유튜버들이 매일같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최대 수백만 원이될 것으로 예상되는 창작료는 그다지 크지 않은 액수로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네이버가 창작자들한테 직접 돈을 지불한다는 건 콘텐츠 업계에는 상당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AI(인공지능) 스피커 보급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퀄리티 높은 오디오 콘텐츠를 사전에 대거 확보해서 음성 검색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일반 창작자들에게 직접 현금성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블로그, 포스트, 네이버tv 등 다양한 콘텐츠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동안 창작자들에게 창작의 대가로 돈을 지불한 적은 없습니다.
애드포스트(블로그 글 안에 삽입되는 텍스트 광고)와 네이버tv 광고를 통해서 창작자들이 광고 수입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이는 네이버가 창작을 대가로 고정적인 금액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광고비를 네이버와 창작자들이 나눠 갖는 방식이었습니다.
네이버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특별히 섭외한 유명인들의 경우에는 창작을 대가로 현금을 지불하기도 했었지만 이번에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창작자들한테 돈을 주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디오클립에 도입될 이번 정책은 모든 창작자들에게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고정적인 창작료를 지불한다는 점에서 네이버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왜 오디오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창작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택한 걸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정기 연재하고 있는 '한국의 지식 플랫폼' 시리즈 글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을 지불해야만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네이버는 창작자들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블로그나 포스트를 통해서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면 협찬이나 광고를 통해서 창작자들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으니 굳이 네이버가 돈을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 방식은 오디오 콘텐츠에서는 통하지 않는데요. 우선 오디오 콘텐츠의 경우 블로그나 포스트에 비해서 콘텐츠 제작에 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들어갑니다. 원고를 작성해서 녹음하거나 아니면 여러 게스트와 함께 대화를 나눈 내용을 녹음한 뒤 편집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글로만 쓸 때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들어가게 됩니다.
저도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경제경영 팟캐스트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을 방송하고 있는데요.
경제경영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는 콘셉트의 방송이라서 그런지 제작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평일에 틈틈이 자료 조사를 하고 원고를 쓴 다음에 주로 주말에 녹음과 편집을 하는데요. 제 방송의 경우에는 게스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저 혼자서 구어체로 쓴 원고를 읽는 방식이라 특히나 자료 조사와 원고 작성에 시간이 많이 드는 편입니다. 보통 한 편을 제작하는 데 8~10시간 정도가 들어가는데요.
이 중에서 편집을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대략 3시간 정도입니다. 웬만한 글 한편은 충분히 쓸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꼬박 들여서 편집을 해야 하죠. 게스트를 불러서 진행하는 방송이라면 편집 시간이 이보다 더 길 수도 있고요.
이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오디오클립의 플랫폼 파워는 그리 크지 않은 편입니다.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경쟁 업체인 팟빵과 비교했을 때도 인지도나 이용자 수, 콘텐츠 수, 전체 이용 시간 등 모든 면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인데요. 그래서인지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창작자들이 얻는 이익은 작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굳이 오디오 콘텐츠로 만들어서 네이버에 올리는 것보다 같은 주제로 동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게 훨씬 더 큰 이익(구독자 증가와 재생수 증가에 따른 명성 확보, 각종 협찬 기회,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디오클립에 들어와 있는 채널들을 보면 오디오클립 활동은 그만두고 유튜브에만 전념하는 창작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네이버가 한다고 하니까 잘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오디오클립에 들어왔는데 막상 해보니까 구독자수와 재생수가 실망스러워서 유튜브 활동에만 전념하는 것이죠.
오디오클립엔 광고가 없습니다. 팟빵만 해도 광고를 통해서 창작자들에게 광고가 한번 재생될 때마다 10원가량의 돈을 주고 있는데 말이죠. 오디오클립엔 창작자들을 위한 수익 구조가 없었습니다. 물론 구독자수가 일정 수를 돌파하거나 아니면 각종 콘텐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상금식으로 네이버페이를 지불하긴 했지만 이를 정기적인 수입이라고 볼 수는 없죠. 대부분의 일반 창작자들은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아무런 돈을 벌지 못했습니다.
과거였다면 창작자들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인지도와 명성을 쌓은 다음에 이걸 바탕으로 협찬을 받아서 수익을 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죠. 유튜브나 팟빵에 콘텐츠를 올리면 일정한 규모의 광고 수익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아무 대가도 못 받는 상황에서 네이버를 위해 콘텐츠를 제공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오디오클립 이용자 수 자체가 팟빵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는데 여기에 공짜로 콘텐츠를 제공할 이유는 더욱 없겠죠.
이런 상황이기에 네이버로서는 창작자들이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네이버에 올리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고 그 결과 창작자 전원에게 창작료를 지불한다는 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하고 AI스피커가 널리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AI스피커를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콘텐츠가 적다면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건 결국 콘텐츠입니다. 네이버 자체가 검색 기능에다가 여러 콘텐츠를 더하면 분명히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해진 창업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에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네이버가 모를 수는 없죠.
오디오클립이 선발형 플랫폼인 것도 네이버가 창작료 지급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아직까지 오디오클립은 누구나 원하면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팟캐스트를 올리려고 하는 예비 창작자는 네이버에 기획안을 보내야 하고 기획서가 네이버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채널 개설과 콘텐츠 업데이트가 가능합니다. 일단 한 번씩은 필터링된 콘텐츠 창작자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 모두에게 창작료를 지급한다고 해도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하는 염려는 없습니다. 어차피 다들 선발을 통해서 뽑힌 창작자들이기 때문에 콘텐츠의 질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콘텐츠 수와 이용자 수, 이용 시간 등이 경쟁업체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지난 1년 동안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여러 가지 기준을 놓고 볼 때 큰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제가 2018년 2월에 오디오클립에서 첫 방송을 했을 때만 해도 전체 채널 수가 300여 개에 불과했는데요. 1년이 지난 2019년 1월엔 그 수가 900여 개로, 세 배 가량 늘었습니다. (2018년 한 해동안 544개 채널 개설) 또 오디오클립 측에서 발표한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재생수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 7월부턴 오디오북 판매도 시작해서 베스트셀러를 비롯한 많은 오디오북들이 오디오클립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이번에 창작자들에게 직접 창작료를 지불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거둔 양적, 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는 오디오 콘텐츠 확충에 더 큰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디오클립은 네이버 내 다른 서비스들과는 달리 직속으로 개발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개발인력까지 따로 보유한만큼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것이죠. 앞으로 음성 검색 이용이 크게 늘어나더라도 지금의 지위를 결코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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