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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an 31. 2019

국립중앙도서관 추천 도서를 기획한 노하우 3가지

귀농귀촌 서적 <리치 파머>가 시장과 전문가에게 인정받은 비결.

2019년의 시작과 동시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저와 제 동료들이 함께 펴낸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이 국립중앙도서관 2019년 1월 추천도서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국립중앙도서관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뽑은 추천 도서로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는 참 기뻤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출판되는 책은 5만 3795종에 달합니다. (2017년 기준, 만화책 제외)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매달 소속 사서들의 추천과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각 분야별로 8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일 년에 모두 96권의 책이 선정되는 거지요. 쉽게 말하자면 대략 50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추천 도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자에게 있어서 가장 기쁜 일은 자신의 책이 인기를 끌어서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르는 일입니다. 책이 많이 팔려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건 당연하고 또 많이 팔린다는 말은 그만큼 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공들여 담아낸 생각과 지식을 알릴 수 있다는 일이니까요.

국립중앙도서관 월간 추천도서로 선정된 <리치 파머>


<리치 파머>를 기획하는데 사용한 체크포인트 3가지


그리고 이번처럼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책의 퀄리티를 인정받는 일도 기쁜 일입니다. 수십만 권씩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책을 썼다는 자부감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선 제가 출판사 편집주간님과 함께 <리치 파머>를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체크포인트 3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역시 책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리치 파머> 출판을 통해서 책이라는 콘텐츠를 다른 콘텐츠들과 구별 짓는 특성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책을 쓰든, 인터넷에 글을 올리든, 신문‧잡지에 글을 쓰든 모두 똑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책은 판매를 목적으로 한 구체적인 실물 상품입니다. 이점 때문에 책을 기획할 때는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 역시 오는 3~4월에는 제 이름으로 된 경제경영서가 출판될 예정인데요. 제 책을 준비할 때도 많은 도움을 얻은 노하우입니다.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우선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이란 책에 대해서 먼저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국내 농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거두고 있는 35명의 농민과 농식품 기업인들의 인터뷰를 묶은 책입니다. 네이버 안에 있는 농식품 전문 주제판인 네이버FARM판에 실렸던 인터뷰 기사들을 추린 뒤 이를 책에 맞는 형식으로 재가공해서 묶은 책입니다. 네이버FARM판에 파견 와 있는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직접 취재해서 기사를 작성했던 인터뷰이들입니다.


농민과 농식품 기업인들에 대해 다룬 글인 만큼 타깃 독자층은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귀농인, 농식품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 혹은 해당 분야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입니다. 실제로도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리뷰 글을 보면 이런 분들이 주로 책을 구매하셨고요.


자 그럼 지금부터는 이 책을 기획할 때 중요하게 고려했던 점 3가지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리치 파머> 책 설명 바로가기

네이버FARM판에 올라가는 콘텐츠를 작성하는 데 사용하는 <더농부 블로그>


1. 공짜로 읽을 때랑 돈을 내고 책을 샀을 때 기대하는 콘텐츠의 주제와 내용이 달라진다.


지난해 초 처음으로 <리치 파머> 기획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조금은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FARM판에 게재했던 콘텐츠들 중에서 조회수가 높았던 콘텐츠들만 추려내면 잘 팔리는 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 편집주간님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런 생각이 참 나이브(순진한)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기 돈을 주고 샀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종류와 수준이 확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먹히는 콘텐츠는 주로 ‘힐링’ 형 콘텐츠입니다. 지난 2년간 하루에 수십만 명이 꾸준히 들어오는 FARM판을 운영하면서 느낀 사실입니다.


똑같은 인터뷰 기사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 농장 규모를 넓히고, 경영을 효율화해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 비즈니스 관점의 기사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습니다. 예를 들어서 얼마 전 제가 썼던 기사 중에 하나가 천안에 있는 포도 재배 농민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미국, 중국, 캐나다, 뉴질랜드에 포도 수출 판로를 뚫었다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가 있습니다. 


필자가 최근 작성한 천안 포도 농부들에 대한 콘텐츠


농민들이 글로벌 농식품 유통업체에 포도 재배 과정을 다룬 영문 보고서를 꾸준히 보내고, 수차레에 걸쳐 현지 시장 조사를 하는 등의 노력으로 한 해에 75t의 포도를 수출하게 됐다는 내용의 기사였죠.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유용한 기사입니다. 이걸 보고 다른 농민과 농식품 기업인들이 수출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인터넷에선 '힐링' 형 콘텐츠가 분명 잘 나가지만... 


하지만 인터넷에서 잘 먹히는 기사는 이런 류의 기사가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기사들을 몇 개 예로 들자면 ‘젊은 부부가 시골로 귀촌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유튜브로 방송해 인기를 끌고 있다’,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농촌에 내려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삶을 선택했다’, ‘도시생활에 지친 젊은 부부가 농촌에 내려가 비록 돈은 적게 벌지만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소소한 삶을 살아간다’와 같은 내용들입니다.


인기 있는 기사의 대부분은 이렇게 고달픈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힐링’ 형 기사입니다. 매일같이 꿈꾸지만 현실에선 이루기 힘든 한가로운 삶에 대해 대리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죠.


처음엔 저도 출판사 주간님과 만날 때 ‘FARM판에선 이런 콘텐츠들이 잘 먹혔는데 이렇게 낭만 농부 콘셉트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주간님께선 딱 잘라서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책으로, 돈을 주고 사서 보는 콘텐츠에서는 그런 내용들이 잘 먹히지 않을 거라는 이유였습니다.


출간 반년만에 5쇄까지 출판된 <리치 파머>

돈 주고 책을 사는 사람들은 실용적인 이익을 원한다


오프라인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의 귀농귀촌 섹션(사실 귀농 섹션은 따로 없기 때문에 넓게 봐서는 비즈니스, 경영 섹션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에 가서 책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귀농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준비하진 않더라도 농촌의 현실이 어떤지 먼저 알아보자는 마음에 책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책을 찾습니다. 힐링형 콘텐츠가 읽기에는 재밌을 수 있지만 그건 인터넷에서 공짜로 읽을 때 이야기입니다. 돈을 내고 책을 산 사람들은 그 책이 그 돈 이상으로 자신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원합ㄴ다.


단돈 만 원이라도 자기 돈을 태우면 그때부턴 콘텐츠를 바라보는 기준이 확 달라진다는 것이었죠. 특히 귀농귀촌 서적처럼 실용서에 가까운 책이라면 더욱더 그렇죠.


그런 논의 끝에 <리치 파머>는 철저하게 농업인, 예비 귀농인, 농식품 기업인,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용적인 도움과 팁,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인터뷰이들을 추릴 때도 이 분들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분들인지, 케이스 스터디를 할 만한 사례를 갖추고 있는 분들인지를 가장 먼저 따지게 됐습니다. 


책의 제목을 <리치 파머>를 확정한 것도 이 책을 읽으면 당신이 농촌에 내려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국립 중앙도서관 추천사


2. 독자들은 젊다, 자신과 비슷한 젊은이들의 사례를 좋아한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에서도 업력이 오래될수록 더 큰 부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 어쩌면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더 그럴 텐데요. 쉽게 말하면 농사를 시작한 지 3년밖에 안된 20대 농민보다 40년 동안 딸기 농사를 지어서 농촌진흥청이 선정하는 딸기 명인으로까지 선정된 60대 농민이 더 큰 부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농업이 워낙에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업력이 오래된 분들일수록 더 풍부한 사업 경험을 갖고 있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책에 풀어낼 사례들도 당연히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기업체 규모나 사업 경험 등만 놓고 보면 이런 분들의 사례를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리치 파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책의 부제 자체가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입니다. 젊다는 걸 강조했죠. 그리고 독자들이 처음 책을 펼치는 앞부분 5개 챕터에는 책에 들어가는 인터뷰이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분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책 자체에 ‘젊다’는 이미지를 불어넣기 위해서였습니다.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드는 독자들의 연령이 대부분 3,40대이기 때문에 그들과 연령과 경험, 사회적 배경이 비슷한 인터뷰이들의 사례를 먼저 넣는 게 책의 판매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출판사 편집주간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책을 사보는 소비자의 대부분은 20~49세 소비자들입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어느 정도 증명되는데요.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이전 1년 동안 책을 한 번이라도 읽은 응답자를 독서인구로 분류할 경우 연령별로 독서 인구에 큰 차이가 나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29세 집단의 독서 인구는 70.4%, 30~39세는 67.9%였고요. 40~49세(63.3%), 50~59(47.8%), 60세 이상(27.4%)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50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독서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이런 이유 때문에 출판업계에서 나오는 책의 대부분은 20~49세 사이 집단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귀농귀촌을 주제로 한 책이기 때문에 실제로 은퇴했거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50세 이상 독자층을 대상으로 책을 내는 것도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 주간님의 설명과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니 아무리 귀농귀촌 서적이더라도 50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책을 내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타깃 독자들의 연령층을 30~49세로 맞추고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인터뷰이들의 사례를 우선적으로 찾아냈고, 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앞부분에 전진 배치했습니다.


3. 서문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리치 파머>를 준비하면서 서문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문이야말로 사람들이 이 책을 살지 안 살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듯 멋들어진 말을 써놓고, 000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늘어놓는 게 서문의 목표가 아니라는 말이었죠.  


서문에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독자는 누구인지, 이 책을 읽으면 독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와 관련한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일단 서문을 읽어보고 책을 계속 읽을지 아니면 그만 읽을지를 결정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서문이야말로 독자들에게 당신이 왜 이 책을 사야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수단입니다.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아까 글을 앞부분에서 오는 3~4월이면 제 이름을 단 단독 저서가 나온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미 모든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 편집자분께서 열심히 글을 다듬으면서 편집을 하고 계시지만 서문은 아직 쓰지 않았습니다. 


차를 운전하거나 길을 걸을 때마다 틈틈이 어떤 내용으로 서문을 쓸지 머릿속에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를 계소해서 반복하고 있는데요. 서문을 넘겨야 할 시점까지 계속해서 이렇게 고민하다가 이 책이 어떤 독자들한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지를 최대한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서문을 써서 편집자분께 전달할 계획입니다. 


이번 글이 본인의 글을 출판하려 하는 예비 작가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치 파머> 네이버 책 설명 바로가기


홍선표 한국경제신문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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