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선표 Nov 27. 2018

밀리의 서재, e북 대여업체가 100억을 투자받은 비결

2년 차 스타트업이 이병헌, 변요한을 섭외해 책을 읽게 하는 이유.

<e북 정기 구독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순조롭게 성장하는 요인>


-유명 배우를 활용한 리딩북, 웹툰 작가가 그리는 ‘밀리툰’ 등 책의 내용을 쉽고 짧게 재가공한 미끼 콘텐츠

-개인별 서재, 북포스트 활용해 이용자들 간의 자발적인 책 추천과 도서 큐레이션을 활성화

-2만 5000여 권에 달하는 국대 최대 규모 전자책 보유(대여 기준)

-웅진싱크빅 CEO 출신 창업자의 탄탄한 네트워크. 이를 통한 100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


“단순한 정보가 아닌 깊이 있는 지식을 판다”


  최근 3~4년 새 국내 텍스트 콘텐츠 업계에는 뚜렷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품격 높은 지식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여러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고 깊이 있는 지식에 대한 목마름이 큰 25~45세 사이 직장인을 주된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자사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무제한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월 정액제 구독 상품을 통해 이익을 내려한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밀리의 서재, CF 장면

  

  국내에선 ‘밀리의 서재’, ‘퍼블리’, ‘북저널리즘’, ‘폴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음원, 영화·드라마를 무제한 월 정액제 상품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나가면서 온라인에서 텍스트 콘텐츠를 돈을 주고 사보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이 줄어든 게 이 같은 업체들이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는 이유로 꼽힙니다.


  이들 업체는 기존 언론사와 출판사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만족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신들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내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지식 플랫폼 시리즈’에선 각 업체별로 사업 내용과 특징, CEO 이력 등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오늘 첫 번째로 다룰 업체는 밀리의 서재입니다. 최근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이 나오는 TV CF로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죠. 이곳은 한 달에 9900원을 내면 2만 5000여 권의 전자책(e북)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월정액 e북 서비스 업체입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10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금을 유치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받는 업체입니다. 시리즈 B 투자란 회사가 설립돼 본격적인 상품 판매가 시작된 이후에 받는 투자금을 말합니다.


유명인들의 서평을 모아놓은 밀리의 서재 북클럽

  

-국내 최대 규모 전자책 보유 (대여용 서적 기준)


  이 회사는 웅진싱크빅 CEO 출신인 서영택 대표가 2016년 창업했고 2017년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밀리의 서재가 설립 2년여 만에 100억 원대의 투자금을 모으면서 주목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국내 전자책 대여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2만 5000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힙니다. 2위인 리디셀렉트가 갖고 있는 2600여 권의 전자책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숫자입니다.


  뉴스를 찾아보니 웅진씽크빅과 미래엔 등 출판사와 엔젤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나오는데요. 아마도 상당히 두둑한 액수의 초기 투자금을 갖고 시작했기에 초기부터 많은 수의 전자책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읽을 책이 많다는 건 분명 매우 큰 장점이지만 단순히 책의 양만 많을 뿐이라면 자금력을 갖춘 후발 주자에게 밀릴 위험이 높은데요. 밀리의 서재는 이용자들을 플랫폼 안에 잡아두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했습니다.


  우선 콘텐츠 측면에선 ‘리딩북’이란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리딩북이란 배우나 가수, 작가 등 유명 인사가 직접 읽어주는 책 요약본을 말합니다.


리딩북 소개 화면


-전문가가 요약하고 유명인이 낭독하는 리딩북


 오디오북 시장은 최근 IT 대기업들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AI(인공지능) 스피커의 보급이 늘어나고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면 음성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IT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네이버는 2017년 초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오디오클립 만들면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 7월부터는 오디오클립 안에서 오디오북을 판매·대여하는데 나섰습니다. 2018년 11월에는 국내 최대 오디오북 전문 제작업체인 오디언을 인수해 직접 오디오북 제작에 뛰어들 것임을 밝혔습니다. NHN 엔터테인먼트도 퀴즈·팟캐스트 플랫폼 팟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디오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IT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그런데 밀리의 서재가 만들고 있는 ‘리딩북’은 다른 오디오북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병헌, 변요한, 구혜선 등 유명 배우 등을 섭외해 책을 읽게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역시 배우 정해인, 작가 김영하, EXID의 하니 등 유명인들을 섭외해 오디오북을 녹음했습니다.      


  리딩북이 기존 오디오북과 다른 건 책을 그대로 읽는 게 아니라 책의 내용 중에서 중요한 내용만 발췌하고, 중간중간에 해석과 보충 설명을 넣는 식으로 책의 내용을 재가공한 뒤 녹음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해석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재가공을 거치기 때문에 분량이 확 줄어들게 됩니다. 배우 이병헌 씨가 녹음한 사피엔스 같은 경우 636 페이지에 달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리딩북으로는 30분 정도의 분량밖에 되지 않습니다.


밀리의 서재 광고모델 이병헌

  

  유명인이나 전문 성우가 낭독해주는 구절을 화면으로도 따라 읽을 수 있어 이용자들의 반응도 괜찮은 편입니다. 이병헌 씨가 읽은 사피엔스 리딩북의 경우 그의 유명세에 힘입어 서비스 1주일 만에 약 1만 5000 건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용자들에게 책의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또 다른 콘텐츠로는 밀리툰을 들 수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웹툰 작가들을 섭외한 뒤 이들로 하여금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웹툰을 그리도록 한 것인데요. 2018년 11월 현재 60건의 북 웹툰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들에게 책을 추천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잘 갖추고 있는 것도 밀리의 서재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한 마디로 책 콘텐츠에 대한 큐레이션에 독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건데요. 이 내용은 두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개인별 서재’ 기능을 들 수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 가입한 회원들에겐 저마다 개인별 서재가 주어지는 데요. 이곳에 들어가면 해당 서재의 주인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유명인이나 나와 독서 취향이 비슷한 다른 이용자의 서재에 들어가서 도서 목록을 확인한 뒤 어떤 책을 읽을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설가 장강명 씨도 이곳에서 서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장강명 작가의 팬이라면 이곳에 들어가 독서 목록을 본 뒤 자신도 장강명 작가가 읽은 책을 골라서 읽는 방식입니다.


필자가 운영 중인 북포스트

  -서평 콘텐츠 작성을 통해 책에 대한 추천과 큐레이션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게 유도


  밀리의 서재는 이 같은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도서 추천·큐레이션에 대해 나름대로 대가를 지불하려고 하고 있는데요. 이용자 B가 A가 운영하는 서재에 들어가서 그 안에 담긴 책을 확인한 뒤 곧바로 그 책의 종이책을 구매할 경우 A에게는 책 값의 2%를 밀(Mill)이라는 이름의 포인트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독자들의 활발한 서재 운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책 추천·큐레이션을 위한 두 번째 기능은 ‘피드’(Feed)입니다. 밀리의 서재 이용자는 북포스트라는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쓸 수 있는데요. 이 블로그에 글을 쓰면 그 내용이 자동적으로 북포스트 피드에 올라가게 됩니다. 최근 올라온 글일수록 피드 상단부에 뜨는 방식입니다. 책 추천에 특화된 블로그 시스템이라서 특정한 책을 선택하면 본문에 그 책의 구매·대여 링크가 자동적으로 뜨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다른 이용자가 내 서재에 담긴 도서 목록을 보고 책을 구매했을 경우에는 책값의 2%를 포인트로 지급하는 반면, 북포스트에 심어놓은 링크를 타고 들어가 책을 구매하면 별다른 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책을 서재에 담아놓는 것보다 따로 글을 써서 올리는 게 훨씬 더 수고로운 작업인데 이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건 이해가 잘 안 되네요. (혹시 이에 대해서 제가 잘 못 알고있는 거라면 댓글 등을 통해서 말씀해주세요. 회사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내용은 일단 그렇습니다.)


북포스트가 순차적으로 뜨는 피드 화면


  북포스트는 디자인은 다음카카오가 운영하는 브런치처럼 깔끔한 편인데요. 아직은 서비스가 좀 불안정한 거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며칠 전에 글을 쓸 때 업데이트 한 사진과 링크가 계속해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방금 말씀드린 것과 같은 서재와 북포스트를 운영하는 이용자들 중에서 건수가 많고 수준이 높은 이용자들은 따로 모아놓고 있습니다. 다른 이용자들이 이들이 독서 목록과 북포스트를 보고 보다 더 많은 책을 읽게 하도록 위해서죠. 충성 고객이 많아야만 안정적으로 월 정액 구독 모델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에서 따로 유명인들을 섭외해 요일마다 두 명씩 북포스트에 서평을 올리게도 하고 있습니다. 유명인들의 북포스트는 북클럽이라는 이름의 별도 공간에 모아뒀는데요. 배우 이병헌, 변요한, 가수 요조, 김소영 아나운서, 소설가 장강명, 백영옥, 노희준 등이 참여하고 있거나 과거에 참여했습니다.


밀리의 서재 앱 화면

-정기 구독 상품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노련한 CEO


이외에도 개인별 성향에 따른 책 추천, 주제별 책 추천 기능도 갖고 있는데요. 이는 다른 전자책 업체에서도 대부분 하고 있는 서비스니 설명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밀리의 서재 오너 CEO인 서영택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여러 편 읽어봤는데요. 서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기 2년 전 웅진싱크빅 대표로 일하면서 ‘웅진북클럽’이란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아동용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 북패드(태블릿PC)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인데요. 웅진싱크빅은 이 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 대표는 웅진북클럽을 통해 월 정액제 구독 모델 사업을 이끄는 경험을 했는데요. 밀리의 서재가 사업 초기에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데는 오너 CEO의 이 같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한 해 모두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밀리의 서재는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데요. 단순히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넘어 책을 기반으로 한 지식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날지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출간 한 달만에 1쇄 3000부를 모두 팔고, 교보문고 CEO 필독서로 선정된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의 PDF 파일을 무료로 공유드립니다.)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베스트셀러 경제서적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의 저자 홍선표 기자가 지금 이 글처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보내드립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홍자병법> 뉴스레터 보기)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제 유튜브 채널에 오시면 제가 쓴 경제, 경영 관련 글들을 많은 관련사진들과 함께 직접 설명해드립니다.)



(홍선표 기자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써먹는 경제경영'을 들으시면 경제경영 이슈에 대한 쉽고 깊이있는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뽑은 TOP 10 채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팟캐스트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