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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ug 04. 2017

변호사 창업센터장이 말하는 농식품스타트업 창업 팁4가지

일 년간 준비했던 집밥 공유 스타트업은 왜 사업을 시작도 못했을까?

미국 식재료 구매대행·배달 스타트업 인스타카트 @인스타카트


"3조6000억 원"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Start-up·기술력을 갖춘 신생 기업)에 투자된 금액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농식품 스타트업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애그펀더(AgFunder)가 정리한 2016년 투자 보고서에 나온 숫자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정점을 찍었던 2015년에 비해선 30%가량 감소하긴 했다. 그래도 전 세계에 걸친 연간 투자액이 562억 원(5000만 달러)에 그쳤던 2011년과 비교하면 5년 사이 투자액이 60배 이상 불어났다. 지난 7월 19일에 식물공장을 개발하는 플랜티(Plenty)가 일본 소프트뱅크가 조성한 비전 펀드 등의 투자자로부터 2200억 원을 한방에 조달한 걸 떠올리면 전 세계적으로 저 정도 규모의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다.


한국 농식품 스타트업들은 얼마만큼의 투자금을 모았는지 궁금했다. 보고서엔 비(非) 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금액 순대로 정리돼 있다. 일단 상위 20안에는 없다. 컨트롤+F 키를 누르고 Korea를 입력해 문서 전체를 검색했다. 없다. 보고서에는 개별 한국 기업은 물론 한국이란 나라 이름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농식품 스타트업 분야에서 변방인 걸까? 투자액 기준 상위 10위 안에 5개 기업이 이름을 올린 중국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애그펀더가 올해 초 내놓은 연간 투자보고서 @애그펀더


"한국은 농식품 스타트업 불모지인가?"


경제신문 기자로 약 5년간 일하면서 매일 여러 종의 신문을 펼쳐보고 특히 네이버 FARM판에 파견 온 다음부터는 농업 전문지와 여러 보고서도 꼼꼼히 챙겨본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 농식품 스타트업 중에서 규모가 웬만큼 큰 업체를 보지는 못했다. FARM판에 와서 새롭게 알게 된 기업들이 몇 군데 있지만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해외 농식품 스타트업들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사실 식품 분야는 국내에서도 새롭게 사업을 벌이는 스타트업(Start-Up ·신생 벤처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모두가 잠재 소비자다. 특히 음식을 만들거나 식재료를 구매대행·배달하는 사업들은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정보 통신(IT) 업종보다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자가 많으니 식품 스타트업들의 생존 경쟁은 치열하다. 경쟁에서 승리하면 다시 등장하는 대기업과도 경쟁해야 한다. 열악한 자본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해야 한다.


최재욱 센터장 @홍선표


"창업 센터장이 된 변호사"


이런 문제들은 창업 과정에서 실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으레 스타트업들이 그러하듯 경험과 선례가 부족하다. 이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대부분 잘 모른다. 그러나 있다. 최재욱 서울 농식품 벤처창업지원 특화센터 센터장(44)이 그중 한 명이다.


농식품 벤처 지원 일을 하기 전 그는 변호사였다. 2009년 농업기술 실용화재단에 입사한 이후 그의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특허, 실용신안 등 지식재산권 분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농식품 벤처들을 지원하며 그가 체득한 효과적인 창업 노하우는 어떤 게 있을까. 2009년부터 지금껏 8년 넘게 농식품 벤처 관련한 지식재산권 업무와 창업보육업무를 해온 그에게 예비 창업자들과 초기 창업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노하우를 물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농식품 벤처창업지원 특화센터에 대한 소개와 보육지원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이야기는 네이버FARM판에 올린 글을 참고 바란다. 이번 글에선 그가 말한 창업 팁만 따로 뽑아서 정리했다.)  


농식품 스타트업 포이엔 제품 @서울 특화센터


창업 팁 1 : 창업 전 숨어있는 규제를 미리 확인해라


최 센터장은 농식품 분야 사업을 구상 중인 예비 창업자라면 자신이 진출하려는 분야에 어떤 규제들이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건강과 직결된 식품 분야인 만큼 위생 관련 규제 등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창업경진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면서 목격했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창업경진대회에 심사를 하러 갔더니, 한 팀이 '집밥 공유' 서비스를 갖고 나왔어요. 요즘 사람들이 엄마가 해준 집밥을 먹고 싶어 하니까 그에 맞춘 서비스를 내놓은 거죠. 고객이 쿠폰을 사면 동네에 있는 가정집에서 차린 집밥을 먹을 수 있게 한 서비스였습니다. 가정집에선 밥을 판 만큼 돈을 벌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팀원들이 7~8개월 동안 열심히 해서 사업도 꽤 진척이 됐고 아이디어도 좋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돈을 받고 다른 사람한테 음식을 팔려면 음식점으로 등록을 해야 하거든요. 위생 점검도 받아야 되고요. 그런 거 없이 그냥 가정집에서 돈을 받고 음식을 팔겠다고 하면 불법이죠. 심사 때 그 이야기를 해줬더니 다들 당황하더라고요. 일하다 보면 이런 사례가 생각보다 많아요."  


서울특화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식품 스타트업 전용 상점 @서울특화센터


창업 팁 2 : 해외 트렌드를 파악해라


아직 한국에는 없지만 해외에선 잘 팔리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라. 최 센터장이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한 두 번째 팁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업 아이템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에선 성공했지만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아이템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해외 식품유통 트렌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운영하는 해외 산업 동향 사이트인 'KOTRA 해외시장 뉴스'(news.kotra.or.kr)를 들었다. 이곳에선 전 세계에 나가있는 코트라 무역관에서 작성한 현지 시장 동향 보고서를 볼 수 있다. 식품유통산업 관련 보고서도 자주 올라오는 편이다. 예컨대 최근에 올라온 '일본에서 오피스용 반찬 거치 서비스 인기'(일본 후쿠오카 무역관) 같은 보고서는 국내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이다.


애그펀더 보고서에 실린 2016년 농식품 스타트업 주요 투자 지표


창업 팁 3 : 농업 스타트업을 할 거면 농사 경험이 있는 팀원이 있어야 한다.


최 센터장은 국내 농업 스타트업이 처한 현실은 해외 농업 스타트업들의 상황과는 크게 차이 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농업 스타트업들이 'ag-tech'(Agriculture와 Technology의 합성어)라는 자신들만의 기술 영역을 개척해나가며 수 십, 수 백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엔 일본 소프트뱅크는 식물공장을 개발하는 미국의 농업 스타트업 '플렌티'에 2억 달러(약 22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최 센터장은 그러나 국내 농업 스타트업들이 해외처럼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아직까지 그만큼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도 없을 뿐더러 농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만한 투자자도 찾기 힘들다. 그는 농업 스타트업들에게 우선 눈높이를 낮추고 농민들이 현장에서 겪는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길 권유한다.


"예전에 어떤 스타트업에서 토양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해 갖고 왔어요. 그 센서만 꽂아두면 토양의 양분과 습도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거였죠. 그런데 농촌진흥청에 연락해서 물어봤더니 그 센서는 사실상 별로 쓸모가 없더라고요. 같은 밭이라고 해도 저쪽 끝하고 이쪽 끝하고 토양 상태가 많이 차이가 나는데, 그 센서로는 측정할 수 있는 법위가 너무 적었어요. 그렇다고 밭에 촘촘히 다 센서를 박아둘 수도 없었고요. 팀원들 중에 실제로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 있었다면 미리 알 수 있었을 문제였는데 농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실수를 한 거죠."

농식품 스타트업 에코맘 임직원 사진 @서울특화센터



창업 팁 4 : 정부 지원 제도를 샅샅이 훑어라


최 센터장은 "스타트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가 초기 판로 개척"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아직 네트워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스타트업들이 판로를 뚫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각종 공기업과 협회가 운영하는 창업 보육 제도를 이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금 지원과 사무실 공가 지원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기관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로 개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 자신이 속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새롭게 농촌현장 창업보육업체 40곳을 공모 중이라며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농식품, 농생명 바이오, 농산물 가공·유통 플랫폼, 원예, 축산 분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창업 보육 프로그램을 신청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비 창업자와 창업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창업자만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업체당 최대 400만 원까지 지원해주며 전문가들이 직접 업체를 찾아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벤처창업지원팀 063-919-1415, 1414로 하면 된다.)


농식품 스타트업 꽃담청 상품 사진 @서울특화센터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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