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3년 만에 수익 8000만 원 달성한 비결
2013년 경북 상주시 청리면으로 귀농해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박홍희 우공의딸기정원 대표(46)는 귀농 전까지 LG전자에 몸 담았다. 1999년 통신사 KTF(KT의 전신)에 입사해 과장까지 진급했고 2008년 LG전자로 이직한 뒤론 부장까지 진급했다. 15년간 회사 생활을 하며 언론 홍보, 스포츠마케팅, 기업 인수합병(M&A), 신규 사업 기획, 스마트 TV 사업 기획 등의 업무를 했다.
박 대표가 아내 곽연미 씨(45)와 함께 청리면에 차린 딸기농장은 9000㎡ 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7500㎡(2200여 평) 넓이의 온실을 만들어 딸기를 키운다. 농장 한편엔 딸기 수확을 체험하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을 위한 400㎡ 넓이의 체험동도 별도로 마련했다. 농장 이름인 '우공의 딸기정원'은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파는 어리석은 사람이 결국 산을 옮긴다'라는 뜻의 고사성어인 우공이산(愚公移山)에서 따왔다.
1년에 수확하는 딸기는 22톤가량. 부부는 딸기를 택배로 판매하거나 딸기잼으로 가공해 판다. 지난 상반기 5000여 명이 방문한 수확 체험 프로그램도 농장의 수입원 중 하나다. 이렇게 작년에 벌어들인 소득은 약 8000만 원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농가의 평균 소득은 3700만여 원이다.
박 대표가 자신의 농장을 꾸렸던 첫해(2014년) 벌어들인 수익은 2000만 원 남짓이었다.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던 시절 받던 연봉에 비하면 아찔했다. 그 소득이 3년 만에 8000만 원으로 세 배 뛴 것이다. 이 것도 딸기 농사를 배우는 멘티(Mentee ·멘토에게 상담이나 조언을 받는 사람) 두 명과 포장작업을 돕는 임시직 인력들을 고용한 비용을 제한 소득이다. 3년 사이 재배면적은 1000여 평에서 1600 평으로 60%가량 넓어졌다. 그러니까 재배 면적은 60%가량 늘었는데, 수익은 300% 가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비결이 뭘까.
박 대표의 아내 곽씨도 귀농 전엔 삼성전자에서 차장으로 일하며 국제 전시업무 등을 담당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에서 각각 중간 간부로 일하며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던 벌던 이들 부부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 귀농을 통해 얻게 된 가족과 함께하는 삶, 앞으로의 비전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지난 7월 네이버 FARM판에 실은 인터뷰 기사에서 다뤘다. (포스팅 하단에 링크 첨부)
브런치 글에선 경영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우공의딸기정원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안착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을 분석한다.
부부가 처음 귀농을 결심하고 상주시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치밀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오래된 투자 격언을 떠올렸다. 부부는 카이스트(KAIST · 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배운 대로 귀농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잡은 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실천했다. 후배 귀농인들의 귀감이 될 만했다. 이 인터뷰를 한 목적이기도 하다.
가족이 터전을 옮기기 전, 부부는 주말마다 상주를 오가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각종 귀농교육을 들었다. 진짜로 내려가 살 수 있을지 테스트해보기 위해서였다.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면, 2012년 주말을 이용해 부부가 함께 상주공동체귀농학교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박 대표가 일 년간 육아휴직을 낸 뒤 상주시 청리면에 내려가 살며 마을 딸기작목반 반장 밑에서 딸기 농사의 기본을 배웠다. 진짜 귀농을 원하고, 가능한지 부부 모두가 아니라 한 명이 먼저 내려가 살아본 것이다.
그는 "농업 인턴이라고 불렸지만 사실 거의 무보수로 일했던 머슴살이 기간이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농사일을 배우면서 경기농업기술원에서 제공하는 귀농적응반(과수) 교육을 마쳤다. 같은 시기 아내도 상주시 귀농건축학교 과정을 수료했다.
작목반장 밑에서 일하며 딸기 모종 키우기, 옮겨심기, 재배, 수확, 판매 등 딸기 농사의 1년 과정을 거친 박 대표는 '한 번 해볼만하다'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2014년 봄, LG전자에 사표를 냈다. 딸기농장을 시작했다. 10년간 임차하는 조건으로 땅을 빌려 온실을 지었다. 1년 뒤 아내도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두 딸과 함께 상주로 내려왔다.
"아무리 교육을 잘 듣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귀농이란 게 쉽지 않잖아요. 혹시나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선 한 사람만 먼저 내려가고 다른 사람은 남아서 회사를 다니자고 얘기했죠. 성공할 수 있겠단 확신이 들면 아내도 내려오는 걸로 했고요"
박 대표는 귀농 후 농사를 짓는 틈틈이 각종 농업교육을 들으며 딸기 재배법을 배웠다. 2014년엔 경상북도가 운영하는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수출용 딸기 수경재배 과정'을 1년간 다녔고, 2016년엔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을 다니며 딸기 재배에 대해 공부했다. 헛되게만 보였던 기나긴 사전 준비가 도움이 된 것이다.
그는 온실 안에서 딸기를 수경 재배를 통해 기르고 있다. 물과 양분의 양, 재배 온도를 인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좀 더 높은 품질의 딸기를 재배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딸기에 비대제(과일 열매를 크게 만드는 영양제)와 호르몬제를 주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다.
소비자들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직거래망을 만든 것도 단기간에 수익을 끌어올린 비결이다. 딸기는 과일이 쉽게 짓무르기 때문에 택배로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대표 부부는 먼 거리까지 운반하더라도 딸기가 상처입지 않도록 하는 포장 박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딸기를 한 알 한 알을 감싸주는 스티로폼 박스다.
박 대표는 인터넷 웹페이지를 개설하고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딸기를 팔기 시작했다. 딸기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집으로 배송해준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직거래로 판매하면 900g~1㎏들이 한 상자에 2만 원에 팔 수 있다. "가격이 떨어져도 한 상자에 1만5000원 이상은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박 대표는 설명한다. 공판장을 통해 경매로 판매할 때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박 대표는 농장을 차린 이듬해인 2015년 봄부터 수확한 딸기로 생딸기잼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매년 3~4t 가량의 딸기를 잼으로 만들어 4500병 내외의 잼을 판다. 냉동 딸기가 아닌 갓 수확한 생딸기로만 잼을 만들고 있다. 600g들이 잼 한 병의 가격은 딸기 함량에 따라 각각 1만1000원(딸기 650g 함유), 1만4300원(딸기 850g)이다. 박 대표 부부가 만든 생딸기잼은 매년 시장에서 완판 된다.
"생딸기로만 잼을 만들려면 가공에 필요한 수량을 하루, 이틀 안에 수확해야 해요. 충분히 생과일로 팔 수 있는 크고 굵은 딸기들도 잼으로 만들죠. 원래는 1년 농사 끝물에 작고 농익어서 시장에 내다 팔지 못하는 딸기로만 잼을 만드는 건데 제가 생과일로 팔 수 있는 딸기로 잼을 만든다니까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농사 경력이 안 돼서 무모한 짓을 벌인다는 시선도 있었고요. 그래도 한 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잼을 먹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농장 안에 별도의 체험 온실을 만들어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수익에 도움이 됐다.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한 첫 1000여 명에 머물던 방문객은 지난해 2500여 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5000명을 넘어섰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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